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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구 aGu Jul 08. 2021

내 인생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양귀자, 『모순』

모순 (양귀자)


이 소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작가 노트에서 귀자 누나가 말했다. 그러지 못해 무안하다. 반납 기한 안에 봐야 한다는 나영규 식의 계획된 마음 때문은 아니었다. 읽다 보니 빠져들었고, 몰입해버렸다. 아아! 얼마 만인가 정말. 넘어가는 페이지의 기쁨보다 줄어가는 페이지의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일이. 수집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 고르고 골라 기록해야 하는 일이. 책을 덮자마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언컨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감탄하며 읽는 내내 마지막이 궁금했다. 결말을 일찍 만나고 싶지 않으면서도 어느새 결말까지 도달해버렸다. 그 속에서 망치를 여러 번 얻어맞았다. 소설이 내게 망치질을 하는 것인지, 내가 망치를 들고 있는지 모른 채로. 어렴풋이 예상한 일이 빗나가거나 마음이 움직이는 문장을 만나면 소름이 돋아난다. 후반부 ‘편지’와 ‘모순’이 그랬고, 이어지는 작가 노트가 그랬고, 수집한 문장이 그랬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양귀자, 『모순』


인생은 뭘까. 모순투성이인 세상에서 내 인생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희미한 내 흔적을 더듬어 본다. 나는 이럴 때 행복했었구나, 언젠가 그런 일로 마음 아팠었구나. 반짝이는 순간보다 허허로운 순간이 더 많았지만, 능숙한 경우보다 생경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나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끝끝내 너에게 닿지 않더라도, 언젠가 아니 당장 내일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실수는 되풀이될 테니까. 인생은 그런 것이니까. 그러니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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