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계속 춤추고 있었습니다만.
9개월간 연재를 멈춘 변명
으악 내 글이 네이버에서 검색이 된다니
연재를 마친다, 잠시 쉰다는 말도 없이 9개월이나 댄스 관련 글을 쓰지 않았다. 그동안은 중년 아줌마가 만난 이 경이로운 신세계에 대해 떠들고 싶어 안달이 나 써댔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아이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등 일상의 리듬에 변화가 생기면서 글 쓰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미뤄둔다 생각했는데, 한 번 놓고 나니 다시 붙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딱 그 뿐만은 아니었다. 그 사이 날 놀라게 하는 일이 있었다. 브런치 글이 네이버에서 검색이 되고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내 마음을 나도 알 수가 없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을 읽고 공감해주길 바라서 아닌가? 실제로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유해주면 기분이 좋았다. 무슨 조화인지 가끔 조회수가 1000 단위로 늘어나는, 소위 '떡상'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댄스 관련은 아니다) 어딘가 사람 많은 페이지에 걸려 있나?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브런치가 허용하는 키워드 3개에 들어가지도 않는, 사소하고 특정한 단어에 이끌려 내 글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는 것을 보니 급 부끄러워졌다. 속옷만 입고 밖에 나선 듯한 이 기분은 뭐지?
무작위 검색어에 내 글이 딸려 나올 수 있다고
이제야 내 감정을 이해한다. 브런치 독자들은 긴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끝까지 읽고, 나이아가 연재를 차례로 읽으며 맥락과 흐름까지 파악해 주기도 하는데, 특정 단어 검색에 걸려서 노출되는 경우는 들어왔다가 쓱 훑어보고(내 춤추는 모습 담긴 사진들 어쩔 거야) 엉뚱한 결과에 코웃음 치며 나갈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것도 있다. 초보 댄스 수강생이 '뭔가 깨달았노라!' 하고 쓰는 유치한 이야기가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몇 년 뒤에는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데, 그때도 어떤 검색어에 내 글이 딸려 나와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그럼 어떠냐고 바보야. 처음부터 호의를 가지고 정성 들여 읽어줄 사람한테만 내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소수의 독자에게라도 의미 있는 글이 된다면
지난주 번아웃 증상으로 힘들어하던 나의 댄스 선생님(마일리쌤)이 우연히 -역시 네이버에서- 내 글을 발견하셨다면서, 연재를 쫙 읽었는데 아주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해주셨다. 자기 수업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주어서,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하시며. 물론 이렇게 덧붙이셨다. 근데 중간에 연재가 끊어져서, 아쉬웠다고.
마침 써야지, 하고 마음의 시동을 걸어 놓은 상태였다. 다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질 못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 역시 글쓰기는 꾸준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말이다. 한 번 손을 놓으니 쓰는 리듬을 잃었는데, 한편으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새벽 눈처럼 살금살금 쌓이다 이젠 제법 소복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