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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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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Aug 03. 2022

이가 빠졌다

서우의 첫 이갈이

서우의 이가 빠졌다. 1~2주 정도 전부터 휘청거리던 아래쪽 앞니 중 하나다. 2022년 7월 31일 일요일, 7살 7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 서우가 뭔가를 퉤- 뱉었다. 아니 이 녀석이! 하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하얀 쌀알같은 무엇. 그러더니 '오다가 주웠어' 라는 투로 '이가 빠졌어.' 한다.  

뜬금없는 상황에 입을 벌리고 뻐끔거렸던 것 같다. 입가에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히고 헤~ 웃는 아들의 입 속을 보니, 이가 빠진 자리에 피가 퐁퐁 올라오고 있었다. 


"어, 서우 이가 빠졌다. 우와~ 서우야! 축하해!"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뭔가 입 안에 있는거야. 나는 과자인 줄 알고 앙 씹었는데 딱딱한거야. 그래서 뱉었더니 이가 빠진 거였어."

또박또박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입가에 웃음이 물감처럼 번진다.  


일단 냅킨을 갖고 와서 빠진 이를 놓고 살펴봤다. 생각보다 더 작고 뿌리도 깊지 않다. 이게 서우의 이구나. 잇몸에서 빠져 나온 첫 번째 이를 손에 집고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저 아래 자라고 있을 영구치의 끄트머리라도 보일까 싶어 이 빠진 자리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그 사이 잇몸은 벌써 아물기 시작했다. 구멍이 뚫린  자리로 혓바닥이 드나들었다. 흐흐 웃음이 나온다. 


그러더니 서우가 외삼촌과 외할아버지한테 전화를 하자고 한다. 전화를 걸어 나 이 빠졌어~ 아이스크림 먹다가 과자인 줄 알고 씹었는데 딱딱한 거야, 그래서 뱉었더니 이가 빠진 거였어~ 성실하게 있었던 일을 전했다. 삼촌과 할아버지의 축하 메시지를 들은 서우는 만족한 듯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었다.   


이가 조금씩 흔들거리기 시작할 때부터 서우는 종종 손가락으로 이를 흔들며 이것 보라며 자랑하듯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나중에 그 이가 빠지면 지붕이나 어디 높은 곳으로 휙 던져서 새가 물어가게 하자, 그래서 그 새가 새 이를 갖고 오도록 하자고 했다. 처마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며 덧붙이는 내게 서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집에 와서 다시 이 얘기를 꺼냈더니 자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냐 물으니 유치원에 갖고 가서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나는 첫 이가 빠졌을 때의 기억이 없다. 유년 시절의 다른 수많은 기억들처럼 잠재의식 어딘가에 잠겨 있을 것이다. 문득 서우에게 이번 일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궁금해졌다. 괜히 나의 유년과 서우의 지금을 비교하게 된다. 입이 좀 삐죽 튀어나왔다. 엄마 아빠는 뭘 해주긴 했을까? 안했겠지 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지금 나는 어쩌고 저쩌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원망도, 질투도 올라왔다. 그러다 이가 빠진 채로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는 서우를 보고는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기억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첫 이가 빠진 걸 축하해주는 가족과의 경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타인에게 기꺼이 설명해준 경험이 중요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스스로에게는 유일한 일에 기뻐하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서우가 지금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심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늘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첫 경험을 선사해주는 소중한 아들, 서우의 첫 이 갈이를 기념하며 소소한 기쁨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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