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프리카 종교를 떠올리면 샤머니즘처럼 토착 신앙이 우세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종교는 가톨릭과 이슬람의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체로 북서권은 이슬람이 우세 지역이고 동남권은 기독교의 영향이 크다. 물론 이들 종교는 아프리카 토속 신앙과 결합하여, 아프리카 특성에 맞게 변질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학자들 사이에서 아프리카를 크게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지역 둘로 나누어 보기도 하는데, 전자는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이 다수를 차지, 후자는 대부분 흑인이 사는 블랙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중동Middle East과 북아프리카North Africa를 합쳐 메나MENA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은 아랍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동에서 시작한 이슬람은 북아프리카를 거쳐 다시 사하라 이남 지역으로 넘어오거나 홍해와 아덴만을 건너 동아프리카 지역에 문화가 전파됐다.
기독교 전파는 15세기 유럽의 탐험가들이 아프리카 땅에 도착한 이후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사실 그 역사는 훨씬 오래전 일이다. 대표적으로 이집트의 콥트 정교회와 에티오피아의 터와흐도Tewahedo 정교회가 있다. 콥트 교회는 AD42년경 알렉산드리아에 방문했던 예수님의 제자 마가에 의해서 시작됐고, 솔로몬 왕의 후예라고 알려진 에티오피아는 사도 빌립에게 세례받은 에티오피아 환관이 교회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한국에서 길을 가다 보면 어디서나 십자가가 달린 교회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산을 오르거나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면 절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네갈에서는 전역 곳곳에 있는 모스크 사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세네갈 인구의 94%가 무슬림들로 다수가 수피즘(신비주의)의 영향을 받은 수니파(정통, 칼리파 제도)에 속한다. 기독교는 약 5%, 토착 종교는 1% 미만이다.
모스크 사원에선 확성기로 하루에 5번, ‘알라(유일신)’에게 기도하라고 방송을 틀어준다. 신도들은 그 시간에 맞춰 몸을 청결하게 한 뒤 메카 방향으로 양탄자를 깔고 기도한다. 처음에 아침 기도방송을 듣고는 놀라서 잠에서 깨곤 했다. 나중엔 익숙해졌지만, 초반엔 얼마나 낯설던지.
무슬림들은 기도뿐 아니라 30일 동안 ‘라마단Ramadan’ 이라는 금식 기간을 갖는데, 해가 떠 있는 동안엔 음식, 물, 담배, 성관계가 금지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어트의 부작용처럼 해가 지면 오히려 폭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어찌 됐건 이때 세네갈 사람들이 예민할 수 있으니, 괜한 언쟁이 붙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할 필요는 있다.
세네갈 이슬람 공동체에는 무리드Mouride, 티지안Tijaniyya/Tidianes, 니아시야Niassiyya, 카디리야Qadiriyya, 라옌Layenne파 등이 존재한다. 이 중 무리드파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 중이다. 무리드파와 티지안파 같은 경우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해서 대선과 같이 중요한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신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그들의 종교 지도자인 마라부를 찾아간다.
세네갈 중부에 있는 듀르벨주에는 무리드파의 성지인 ‘투바Touba’라는 도시가 존재하는데, 이는 아랍어로 ‘행복’이라는 뜻을 가졌다. 세네갈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며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모스크 대사원이 1963년 지어졌다.
무리드파(1883)의 창시자는 ‘아마두 밤바 음바케Cheikh Ahmadou Bamba Mbacké(1850-1927)’라는 인물이다. 그는 신비주의 이슬람 성자였고 명상과 이슬람 의식, 노동, 꾸란 학습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 영적 지도자였다. 프랑스에 식민지 지배받던 시기엔 지하드(거룩한 전쟁)를 거부하고 평화주의 투쟁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네갈 국민은 부족을 초월해 밤바 칼리프를 존경했고 그의 무덤이 있는 투바 사원을 성지로 지정했다.
투바에서 매년 열리는 월로프 마갈 축제Grand magal는 밤바 칼리프의 가봉에서의 망명 생활(7년 9개월)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슬람력(음력)으로 11월 10~11일에 개최된다. 사원 근처에는 그와 관련된 전시관도 존재한다. 무슬림들에게는 의무를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 기둥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자신의 생애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에 가서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비행기 삯을 구할 수 없으니, 이를 마갈 축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 축제는 전야제를 포함해 총 사흘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사원을 중심으로 약 100㎞ 이내의 도로는 교통이 모두 마비될 정도로 북서부 아프리카 무리드파 이슬람교들이 투바 사원의 순례를 원한다. 그만큼 투바 사원은 세네갈뿐 아니라 북서부 아프리카 이슬람교도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밤바 칼리프의 무덤이 있는 장소가 공개될 때이다.
초반에 세네갈의 무슬림들과 관계가 늘 조심스러웠다. 미디어에서 접했던 이슬람 극단 세력에게 테러나 참수형을 당하지 않을까 괜히 걱정이 앞선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종교의 자율성이 보장되었고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었다. 지역 또는 종족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여성들의 히잡 착용이나 직업을 갖는 데 있어서 차별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편에 속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했던 학교에 여성 교사들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세네갈 인구의 94%가 무슬림이라고 해서 국교가 이슬람인 것은 아니다. 기독교 인구가 5% 정도 존재하는데, 초대 대통령 상고르는 친프랑스 성향의 가톨릭 신자였고, 그 영향 때문인지 확실치 않지만, 기독교 관련 공휴일도 이슬람 명절과 똑같이 모두 쉰다. 또한 기독교 선교사도 큰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등 타 종교에 대해서 관대한 견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