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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세네갈에서 어느 동네를 가든 굴러가는 공만 있다고 하면 아이들은 맨발로 축구를 한다. 그만큼 이들에게 축구는 매우 열광적인 스포츠이다. 세네갈 사람들에게 한국에 관해 물어보면 대부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떠올린다. 당시 첫 경기 세네갈 vs 프랑스 전으로 세네갈이 1:0으로 승리했던 이변이 있었다. 세네갈은 과거 프랑스에 식민지 지배를 경험했기에 우리나라 한일전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세네갈은 대회에서 최종 8강까지 오르게 되면서 아프리카 축구 강호라는 수식어가 이때 붙었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 개최한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 번은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하고 함께 축구를 한 적이 있었다.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 때 꾸준히 축구를 했었고 좋아했기에 이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참여했다. 처음에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내 모습에 감탄한 한 선생이 잘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공 패스를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점점 경기가 흐를수록 상대 학생들의 조직력과 속도는 동네 축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실력이 월등히 높았다.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몇 번 실수를 거듭하자 점점 공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는 웃픈 기억이…
2019년 폴란드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하였다. 이 대회에서 ‘이강인’이라는 역대급 선수를 발견한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축구가 이 정도로 발전하였음에 새삼 놀랍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경기라면 축구 강호 세네갈과의 8강전을 잊을 수 없다.
사실 8강에서 우리나라는 정말 드라마처럼 세네갈을 겨우 이겼다. 3-3 동점으로 120분 연장전까지 갔었고,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경기 과정은 전반적으로 세네갈이 우세했다. 전반 37분 세네갈에 선제골을 먼저 내주었고 후반 16분에 페널티킥을 얻어 이강인이 골을 넣어 겨우 따라잡았으나 후반 30분에 다시 세네갈에 페널티킥을 내줘 2-1로 지고 있었다.
하지만 추가시간 7분 무렵 극적으로 왼쪽 프리킥을 얻어 이강인의 정교한 크로스가 이지솔 선수의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면서 득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2-2 동점을 만들어냈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장전에서도 3-3 동점으로 끝이 나면서 결국 승부차기에서 3-2로 힘겹게 이겼다.
세네갈 출신의 유명한 축구선수로 현재 잉글랜드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사디오 마네Sadio mané라는 선수다. 그의 포지션은 윙어이고 리버풀의 주요 전략 자산으로 호베르투 피르미누, 무하마드 살라 선수와 함께 삼각 공격수로 활약하며 한국에서 ‘마누라’(‘마’네, 피르미‘누’, 살‘라’)로 불린다.
리버풀은 이들을 앞세워 유럽을 제패했다. 2019 시즌 마네와 살라는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공동 득점왕으로 22골을 기록하였다. 마네의 최고 속도는 34.84km/h로 밀집수비를 단숨에 뚫어버리는 초월적인 속도와 돌파력을 가졌다.
마네는 세네갈 남서부 지방의 세주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이 8강 신화를 이룩해내는 모습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가 선생이 되길 바랐지만,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수도 다카르에 있는 제네레시옹 풋Académie Génération Foot에 입단하여 2012년 실력을 인정받아 제휴 관계였던 FC 메스(프랑스)에 들어가게 된다.
유럽 진출 이후 초반엔 부상과 향수병으로 힘들어했으나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그해 8월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이적하였다. 2014년 사우스햄튼 FC(잉글랜드), 2016년 리버풀 FC로 옮기어 현재 최강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의 연봉은 리버풀에서 1,020만 불(약 120억)을 받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세네갈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올해 개최한 2021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에 참가해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유명한 에피소드로 그는 고연봉자인데도 불구하고 액정이 깨진 아이폰을 갖고 다닌다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이랬다.
“제가 왜 10대의 페라리, 20개의 다이아몬드 시계, 두 대의 전용기를 가져야 하나요? 그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과거에 저는 늘 배고팠고, 농장에서 일했고 맨발로 뛰어놀았고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을 나누어 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동안 여러 학교를 지었고 경기장 하나를 지었습니다. 매달 70유로(약 10만 원)씩을 매우 가난한 세네갈 사람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값 비싼 고급 차, 고급 저택, 여행 그리고 심지어 비행기까지 떠벌리고 자랑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삶이 제게 허락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받아 누릴 수 있었으면 좋습니다.”
세네갈 사람들은 물론 축구를 좋아하지만, 사실 국민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루트Lutte’라는 세네갈 민속 씨름이다. 우리나라의 씨름과 흡사하지만, 추가로 손으로 상대방 선수의 신체 타격도 가능하다. 세네갈 사람들은 정말 이 스포츠에 열광적인데, 어느 날 동네 세네갈 청년들이 미친 듯이 함성을 지르고 버스에 매달리기까지 했었다. 처음엔 폭동이 일어났나 보다 하며 공포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날 루트의 결승전이 있었고 서로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당일 저녁 한 선수가 우승 후보를 제치고 마침내 승리하였는데 세네갈 전역에서 TV를 보던 관중들이 감탄하여 모두 동시에 바닥을 발로 ‘꽝’차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몇 초간 지진이 나기도 했었다. 나도 그때 정말 얼떨떨했지만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도 열광했던 적이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