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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아 Apr 05. 2023

벚꽃의 기쁨에 대하여

벚꽃이 지고 있다.

짧은 며칠에 하얗고 무성한 기쁨을 주더니 이제는 이만 빠른 작별을 고해야 하는 건지,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려 떨어진다.

아침에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놀이터 바닥에 뒹구르는 벚꽃 잎들을 찰칵, 사진으로 담았다.

바닥에 있는데도 그대로 예쁘구나.


지난 주말은 사람들이 벚꽃 핫스팟이라 불리는 곳을 엄청 갔다고 한다. 동시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는 생각과 달리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 문제라고, 뉴스에서는 말했다.


아름다운 것을 향유하고 싶으면서, 왜 아름답지 못하게 떠날까.


벚꽃이 만연한 곳은 가만히 보기만 해도 좋다. 하얀 세상이 감싸 앉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짧은 봄의 한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한다. 굳이 유명한 공원, 핫스팟이 아니더라도 벚꽃은 사실 누구나 볼 수 있는 길 위에 존재한다. 그러기에 벚꽃의 아름다움은 멋진 전시장이 아닌 공짜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쁨이다.


모두에게 댓가 없이 기쁨을 주는 것에 감사하기를.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지 않기를.

제 역할을 감당하고 떨어져 바닥에 뒹굴 때조차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우리도, 당신도 어디에서든 기쁨을 주는 이가 되어 주기를.



이 밤에도 자라나고 있는 내 봄 새싹들을 보며 감사하다, 고마워 가만 조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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