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좋아하는 이유 탐구
( * 이 글은 제가 주최한 글쓰기모임에서 ‘딸기’라는 키워드를 받자마자 바로 써 내려간 딸기를 위한, 딸기에 의한 글임을 먼저 밝혀드립니다.)
딸기는 여느 많은 과실이 그러하듯 봄에 시작해 여름께 꽃이 피고 과실을 맺는다. 나는 딸기를 좋아한다. 달기도 하지만 빠알간 몸통에 콕콕 박힌 씨앗이 다른 과일과 다르게 매력적이다.
예전에 시골 본가에 가서 아빠와 함께 하우스에 있는 텃밭을 보러 갔다. 그곳에 잘 익은 딸기가 있었다. 몇 개를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매력적인 빨강을 보며 감탄을 했다. 바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탐스럽고 예뻐서 먼저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도 바로 먹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려 더 많이 사람들이 예쁜 딸기를 볼 수 있게 전시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몇 개의 딸기를 다른 채소와 함께 비닐봉지에 투박하게 담았다. 집에 가져가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차가운 물을 콸콸 틀어 혹시나 묻어 있을 흙을 말끔히 씻어냈다. 오래전이라 맛은 기억이 안 나지만 말해 뭐 할까, 딸기는 무조건 맛있다.
요즘 나는 딸기를 얼려서 먹는다. 마트에서는 냉동딸기가 팩으로 나오기 때문에 냉동실에 넣어 두고 생각날 때마다 몇 개 집어 먹는다. 우유를 붓고 꿀까지 조금 넣어서 갈아서 마시면 그렇게 상큼할 수 없다. 핫한 카페 부럽지 않은 딸기라떼를 먹을 수 있다.
과일가게를 지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과일이 딸기인 것 같다. 흰 스티로폼 속에서 독보적인 빨강을 뽐내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그래도 냉동실에 있는 딸기를 생각하며 애써 참고 가던 길을 마저 간다.
삶에 딸기가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없다. 딸기가 없다면 아마 그만큼 인생의 상큼함도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 삶의 상큼함의 질량이 보존될 수 있도록 나는 냉동실에 딸기가 떨어지기 전에 또 새로운 딸기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