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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Nov 20. 2021

<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

보통 어른의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일상의 기록

어떤 책들은 제목부터 마음을 관통하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 가 그런 책이었다.

표지 속 어린 아이가 자신의 몸보다 한참 큰 셔츠와 정장 구두를 신고 있는 일러스트를 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설픈 어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책은 저자인 김기수님의 첫 산문집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쓸 때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에서는 오랜만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꽉찬 형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건 어설프게 어른이 된 나의 이야기이다.
이건 어설프게 어른이 된 당신의 이야기이다.
이건 어설프게 어른이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이면에 숨겨진 삶의 모습들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p. 8, 프롤로그

어른이 된다는 건, 특별한 존재가 보통의 존재로 거듭나는 일이 아닐까. 특별한 존재로 인식했던 본인을 평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그 과정을 우리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제는 어쩌면 영영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빛바랜 내 꿈들 앞에서, 내가 견뎌야 할 삶의 무게와 책임 앞에서 나는 나를 '보통의, 평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내 삶도 내가 어릴 적 보았던 그 어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프게 받아들인다. 나는 그렇게 보통의 어른, 평범한 어른이 되어간다. 특별한 존재로 태어나, 평범한 존재로 살아간다.  p.19-20

-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많은 분들이 아직 자신은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어른'의 의미에서 어쩌면 우리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특별하고 완벽한 어른이 아닌, 평범하지만 가끔은 반짝이는 일상을 마주하는 어른의 모습을.

내 주머니의 돈은, 함께하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할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고, 그 시간이 안전하게 빛날 수 있는 장소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그 장소를 채울 수 있는 좋은 음식과 풍경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가끔은 소중한 누군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크고 작은 짐들을 내려놓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가 오롯한 행복을 영유할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될 수도 있다.
결국은 그들의 미소 속에서 행복해할 나를 알기 때문에, 내 주머니를 떠난 돈이 꼭 나를 배 불리고, 나를 입히고 멋 내는 데 쓰이지 않아도,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어쩌면 진정한 돈의 미학은 거기에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p. 49

 어쩌면 콤플렉스와 상처는 내가 묵히고 숨길 때까지만 콤플렉스와 상처일지도 모르겠다. 콤플렉스와 상처는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때 비로소 허물어지고 치유된다. p. 152

이 책은 그저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기만 한 산문집은 아니다. 넉넉잖은 가정 형편에서 오는 좌절감, 자본주의 앞에서 겪게 되는 세상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과 이를 수용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경험하는 연애와 결혼 앞에서 사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다소 날카롭지만 서글픈 마음까지.

한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진솔하게 담긴 책에서 무조건적인 무한의 위로를 바란다면 백퍼센트 그 마음을 채울 수는 없겠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과 위로를 받길 원한다면 이 책의 곳곳에서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선물해주신 이웃 블로거 키수킴님 감사합니다.

#어설프게어른이되었다 #김기수 #가나북스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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