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는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조합만으로도 시작할 때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초창기에 시청자들(적어도 내 주변에서는)의 반응은 주로 ‘소소하게 재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소하게 재미있을 뿐, 과거 무한도전에서 말하던 빅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무서울 정도의 확장성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늘은 <놀면 뭐하니?>가 성장해 온 과정을 짚어보려 한다.
1. 부캐의 탄생, <유플래쉬>
유재석의 드럼 도전 프로젝트이다. 사실 유재석의 드럼 도전만큼 공을 들인 것이 릴레이 프로젝트일 것이다. 단순한 비트로 시작한 음악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를 실험해보려는 의도였을까? 유재석이 연주한 비트는 어느 뮤지션의 손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게 해서 같은 비트에 각각 다른 노래 5곡이 만들어진다.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는 것이 여느 음악 프로그램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R&B부터 펑크, 힙합까지. 한상원, 윤상부터 샘김, 마미손까지. 다양한 장르와 여러 세대의 뮤지션이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은 귀 호강 그 자체. <유플래쉬>에서는 음악 시장에서 주로 주목받는 가수나 작곡가가 아닌, 세션들을 메인으로 다뤘다는 것에 소소한 감동이 있었다.
사진출처 : mbc 놀면뭐하니?
2. 유산슬로 3사 대통합?! <뽕포유>
유재석의 트로트 도전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탄생한 유재석의 부캐가 ‘유산슬’.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캐와 본캐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뽕포유>야 말로 시청자들이 상상치도 못한 범위까지 무한히 확장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소속사에서 신인 아이돌을 키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뮤직비디오를 찍고 유튜브로 시사회를 한다거나, 응원법 영상을 제작하는 등 실제 가수처럼 활동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이 선호하는 트로트 장르와 젊은 층에게 익숙한 아이돌 매니지먼트 방식을 적용한 것이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결국 이 트로트 아이돌은 연말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신인상을 받는 영광을…
노래를 내고, 의상을 제작하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것보다 더 흥미진진한 것은 유산슬이라는 캐릭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KBS <아침마당>, SBS <영재 발굴단>에 출연하고 EBS를 대표하는 캐릭터 펭수와 만난다. 여기서 EBS와의 인연은 후에 <자이언트 펭TV>와 <최고의 요리비결>로 이어진다. 여러 방송 매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할 수 있다. 또 재밌는 점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다른 갈래를 만든다는 점이다. ‘인생라면’이라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라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사실 처음부터 다른 의도가 있었을 수도?) 유산슬은 후에 일일 라면집을 열어 ‘유라섹’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일일 라면집을 하면서 <맛있는 녀석들>과 콜라보 방송을 한 것 또한 참신한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 : mbc 놀면뭐하니?
사진출처 : 김태호pd 인스타그램
3. 놓치지 않는 따뜻함
김태호 PD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했다면 <무한도전> 팬들이 이렇게나 많이, 오랜 기간 동안 남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그랬듯이<놀면 뭐하니?>도 은근한 따뜻함을 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유플래쉬의 드럼 공연에서는 신해철의 곡을, 유산슬의 트로트 공연에서는 심성락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일일 라면집을 하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최근 가장 마음에 남았던 기획은 방구석 콘서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된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TV로 공연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연하는 팀과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기획이라는 생각이다. 거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를 고려하여 꽃을 사서 공연팀에게 선물하는 세심함까지…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성, 따뜻함을 한번 더 생각한다는 점이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