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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 신사임당 Oct 08. 2020

내 월급이 얼만 줄 알아? 위자료 준비해!

억지 부리기로 승리했다네




육아 상담 후 나는 신랑에 대한 마음을 내려두고 아이들에게 집중했었다.


아니, 그런데 이 인간이?


하다 하다 해외로 골프여행을 간단다. 게다가 "나 골프여행 가도 돼?"라는 허락도 아니고, "나 0월 0일 날 여행 간다" 통보였다.


미... 미친! 뭐라고 했냐? 시방?

(물론 지금은 믿지만) 그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다.


한창 페이스북을 할 때라 sns에 글을 올려볼 테니 거기서 뭐라고 하는지에 따라 결정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네이버 지식인에도 올렸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100% 반대글


'섹스 원정 여행이다. 나도 보냈다가 알고 보니 여자랑 아주 살더라. 더럽다' 등등


정말이지 나를 밤잠 못 이루게 하는 댓글들이 100개도 넘게 달렸다.


자기는 1% 남자라고. 절대 그럴 일 없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이혼합의서에 도장 찍고 가"

일단 질렀다.


쿨녀였던 나의 반응에 새삼 놀란 눈치다.


"취소되는지 물어볼게...." (쭈굴쭈굴)


같이 간다는 사람들이 설득했다. 절대~저얼대 그런 일 없을 거라고.




그래서 나의 합의하는 방법은?


"여행비만큼 주고 가. 안 그럼 취소해.

나와 우리 아이들에 대한 배려 1도 없었으니까 주고 가. 그럼 쿨하게 보내줄게"


나의 이런 방법은 다른 것에도 적용한 적이 있다.


우리 아버님이 6남매 중에 장남이었고, 신랑이 장손이었어서


명절 때면 우리 집에 다 모였다.


그런데 입덧하면서도 음식 하는데 신랑은 티브이 보고 있는 게 엄청 거슬린 것이다.


작은 엄마들도 2년 될 때까지는 도와주시더니 이제는 네가 며느리니까 하라는 식?


그래서 아버님과 신랑을 앉혀놓고 이야기했다.


솔직히 나 혼자 다 할 수 있어요.

대신 재료비 별도, 수고비(일당) 챙겨주면 정말 대접하는 마음으로 아주~ 즐겁게 음식 준비를 하겠노라고!


나는 무슨 죄냐며. 그런 재미라도 있으면 서로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 없을 것 같다고^^


나에게 설득당한 두 남자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가 속물 이어서라기 보다는(사실 속물이다. 돈 너무 좋아함) 현실적으로 이게 가장 나은 방법 같았었다. 그 당시에는!


한 번만 봐달라는 말에 50%의 값에 퉁쳤다. (그래도 그게 얼마냐~)


생각해보면 나도 워크숍으로 해외를 좀 갔었는데 좋았던 기억이 있기에


신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입금 전과 입금 후의 생각은 넘나 다른 것! 훗..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신랑은 1%의 남자였고 ㅋㅋ

그렇게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지간한 거 빼고는 거의 오케이다.


그래서 거짓말하는 게 용납이 안 된다. 차라리 말을 하면 보내주는 데 왜 굳이 거짓말을 하냐 이거지.


독박 육아를 하면서 참 많이도 싸웠다.


많이 내려놨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못했나 보다.

툭하면 눈물이 또르륵. 이것은 우울증이다.


하필 촉도 좋아서... 나의 우울이 극도로 달했을 때 나에게 또 걸린 것이다. (사실 별 건 아니었는데 트집 잡고 싶었나 보다)


지금 와서 보면 그때가 우리 부부 최고 위기!


아이가 5살이 되기 전까지가 고비인 듯하다. 알고 보니 이때가 이혼율이 가장 높다고...


이혼 서류를 두 장을 준비했다.

덤으로 말도 안 되는 나만의 각본도 짰다.


그 당시 최저시급은 6,470원. (2017년 최저시급)


엄마들은 퇴근 시간도 없어. 24시간 근무야.


6,470원 x 24시간 = 155,280원

155,280원 x 30일 = 4,658,400원

4,658,400원 x 12개월 = 55,900,800원


내 연봉이 얼만지 알아?

내 연봉 5590만 원.


위자료도 준비해!


당신이랑 산 거 7년이니까

5590만 원 x 7년 = 약 3억 9천 (백만 단위 절사 해줄게)


거기에 정신적 피해보상 2억(기준은 기억 안 남)


여기까지 6억 정도 준비해두고,


애들 양육비 최대가 150만 원씩이니까 150만 원 x 3명은  450만 원


매달 생활비 + 양육비로 5백만 원씩만 줘.




나의 이런 말이 안 되지만 말이 되는 것 같은 억지논리는 승리하였다!


다시는 거짓말 안 하기로 약속^^


결과는?


같이 산지도 어느덧 10주년이 되었고,

명절도 각자 지내자고 어른들이 말씀하셨기에 해방(?)되었다.


" 아임 프뤼~~~~~~~예~~"

영화 쇼생크 탈출 포스터


거기에 나의 전공을 살려 신랑과 함께 회사도 차렸다.


그곳에서 내부 전반적인 일을 하는 이사다. (엄청나게 노동을 하고 있다..)


집에만 있는다고,

남편에게 돈 타 쓰는 게 미안해서 애들 교육비도 못 쓰는 엄마들 많이 봐왔다.


애들 보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아이들 봐주는 아줌마 고용해봐라. 얼만지. 이 남자들아~


그 돈 다 내놔! 주지도 못하면서 말여.


당당하게!

내 연봉이 얼마인지 알아?라고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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