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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지음 Aug 18. 2019

어린 기억 속의 집밥 이야기

밥상보를 기억하시나요?

밥상보... 기억나시나요?


그리고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시절의 오전반, 오후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옅게 미소가 지어지는 8,90년대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네요.

저의 연식이 슬쩍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공감하는 세대가 아직은 그리 늙진 않았잖아요, 우리^^




저에게 집밥 하니 떠오르는 건 단박에 밥상보였어요~

알록달록한 한복 속지 같은 재질의 밥상보.

굉장한 장인이 만들었을 것 같은 전통적 느낌이기도 하고

시장 가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디자인이기도 했지요.


저의 국민학교 1학년 시절이 아마 마지막 오전, 오후반이 었던 거 같아요.

학생이 너어무 많아서 반씩 나누어서 등교를 했던 기억.


오전반을 마치고 오면 밥상보가 덮인 밥상이 있었어요~


형편이 좋았던 때가 아니라 방 한 칸짜리 전세방.

반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타일이 붙은 부뚜막이 있는 주방이 있었고

문을 열면 방이 있었지요.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바로 방이었던지라 그림에서 보이는 아이의 뒷 배경은 화장실이 아니라

주방이랍니다^^


더 어릴 적부터 대부분 집에 혼자 있었기에 텅 빈 집은 전혀 외롭지 않은 일상이었답니다.


저부터 등교시키고 정신없이 출근하였을 엄마를 생각해서

어린 나이에도 텅 빈 집에 들어오는걸 서운해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또 어찌 생각하면 학교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있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조차 몰라서

슬프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금방 상할 수 있는 반찬들은 냉장고에 있었고

아침에 막 해서 내가 올 때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을 종종 차려놓고

밥상보를 덮어놓으셨죠.


여러분 기억 속 밥상보 안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었나요?


많은 보물들이 숨어있었겠지만

가장 떠오르는 음식은.....





김치전이었어요.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맛있으니 금방 만들고,

아침에 만들어 놓아도 점심때 먹기 좋으니 바쁜 엄마의 단골 음식이 아니었나 싶어요.


혹여나 오늘은 입맛에 안 맞을까 이것저것 다른 반찬 챙겨놓았던 그때 엄마를 생각하면

대단하고 고맙고 그렇답니다.


저도 일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지만 엄마처럼 정성 들여 미리 준비해주지 못하고

배달음식이나 간편 조리 음식으로 고비(?)들을 넘길 때가 많아서

늘 반성합니다.... 만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때 그 시절의 반찬 수다들을 좀 떨어본다면..


김치전만큼이나 만만하고 맛있었던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떠올리기만 해도 기름진 마가린 되시겠습니다.


전기밥솥에서 막 퍼낸 뜨끈한 밥에 냉장고에 있던 굳은 마가린을 재빨리 퍼서

잘 녹게끔 깊숙이 파묻고 간장 한 두 스푼~

녹기 시작한 마가린을 싹싹 비벼서 김치에 먹으면

두 그릇은 뚝딱 먹었던 거 같네요.


계란 입힌 분홍 소시지는 또 얼마나 좋았게요?

진미채 볶음은 밥 다 먹고도 한참을 집어먹어서 거의 다 먹어버리기도 하고..

미역 줄거리 볶음은 먹기 싫은데... 싶다가도 한번 먹기 시작하면 역시나 한 그릇 뚝딱 이었지 않나요?


나름 철이 일찍 들었던 지라

밥솥에서 국그릇에 밥 한그득 퍼서 반찬까지 배부르게 잘 먹고

남은 반찬 냉장고에 넣고 상도 행주로 깨끗이 닦고 설거지도 해놓았던 착한 딸이었답니다.


엎드려서 숙제하다가 잠이 들어버리기도 하고


방범 창문 바로 앞 골목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면 후딱 달려 나가서

고무줄도 하고, 땅따먹기도 하고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며 놀다가

해질 때쯤 집에 오면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고 계셨죠.


저에게 이제 집밥은 어린 시절 소박했던 밥상으로 기억된답니다.


지금은 정신없는 일상으로 퇴근하고 오면 몸은 지치고,

이미 저녁시간은 임박해 있고

아이들도 배고파하고..

며칠 전 봐 두었던 장은 왜 이리 벌써 해 먹을 것이 없는지...

그만 또 배달음식을 먹고는 하게 된답니다.


불어나는 식비를 보니 한숨도 나고

나름 계획을 세워 집밥을 해 먹어보려 다짐하지만

장보는 지출만 늘어나고 쉽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집밥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는지...


좋은 기억과 맛있는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서 다시금 다짐하고 계획도 세워봐야겠습니다.



소박하지만 사랑을 담은 집밥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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