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막내작가 Nov 03. 2022

나의 소중한 '당신'들에게.

: 당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위로하고, 응원하겠습니다.

 '풍자'를 알게 된 건, 한 달 전 즈음이었다.

 유튜브 채널 '밥맛 없는 언니들'에 그녀가 게스트로 나왔다. '풍자'는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내며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 보였다.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 저런 사람이 있구나. 저 사람이 요즘 엄청 핫하다더라. 정도였다.

 풍자는 정말로 '잘 나갔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그녀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러다 '금쪽 상담소'라는 프로그램(마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오은영 박사님과 이야기 나누고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그녀는, 그동안 다른 매체에서 보았던 유쾌하기만 한 풍자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이야기와 그의 진솔한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풍자'라는 사람을 조금 더 알고 나니, 그녀를 바라보던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거부감도 사라졌다. 그의 거친 언행도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응원해주고 싶다. 그녀가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TV에서 엿보았을 뿐인데도, 나는 그녀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여겼다. 그것만으로도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누군가를 '안다'는 건, 실제로 우리 마음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오래전,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직원 A와 얼굴을 붉힌 일이 있었다.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었고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그로 인해 A가 보여준 태도에 나와 또 다른 동료직원 B는 이미 감정이 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자리에서 동료직원 C가 그 일을 알게 되었다. 나와 B는 입을 모아 A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C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A를 10년 넘게 알았지만, A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요즘 A가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해졌나 보다. A가 진짜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

 C의 말이 줄곧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C가 그렇게 까지 말하는 걸 보면, A가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A가 부러웠다. '내가 그 사람 아는데, 그럴 사람 아니야.'라고 나를 변호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 사실만으로도 A는 좋은 사람일 것 같았다. 누구나 평소답지 않게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고, 실수는 우리 모두가 하는 것이니까. A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알아준다는 것이, 때로는 큰 힘이 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나를 알린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글을 통해 바로 당신에게 '나를 알게 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 중에는 실제로 나를 아는 지인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매일 통화하는 이도 있고, 몇 달 혹은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이도 있고, 브런치가 아니면 내 소식을 전하기 힘들었을 이들도 있다.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는 내 성격 탓일 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사는 게 서로 바빠서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통해 나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식들을 전하는 셈이다.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온전히 '나'를 이야기한다. 어쩌다 보니 끊임없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당신이 알았으면 해서, 나에 대한 '앎'이 당신의 마음속에서 큰 힘을 발휘해주길 바라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나를 아는 것'을 그저 가십거리로 삼거나, 나를 이용할 구실이나 어떤 미끼로 사용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나의 슬픔을 통쾌해하거나, 나의 기쁨에 배 아파하지 않을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서 글을 통해 마음껏  소식을 전하고,  마음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내보인다. 그로 인해 당신에게 조금  이해받고, 위로받고, 응원받고 싶어서 말이다.


 그러다 문득,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당신의 이야기가, 당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궁금증이 한순간에 뻥튀기처럼 폭발한 어느 가을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의무적으로 브런치 작가를 하면 좋겠단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다. 만약 그 허무맹랑한 것이 현실이 된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연락하진 못하지만 가끔 나도 당신의 글을 읽으며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마음은 괜찮은지 들여다보고 알아봐 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나도 당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위로하고, 응원하고 싶다.

 글을 통해 당신의 소식을 알 수 없다면, 궁금한 당신의 이야기를 전화기 너머로 들을 수 있길 바란다. 올해가 다 지나가기 전에 나의 소중한 당신들에게 전화를 드리겠다 약속한다. 

작가의 이전글 올 한 해 내가 너를 사랑했던 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