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코로나 라이프
재미있는 데이터 하나를 가져와봤다.
2019년과 2020년 동기간의 남성패션, 화장품과 관련된 쇼핑클릭 데이터를 비교한 것인데
'쇼핑클릭' 데이터라 함은, 말그대로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해당 제품을 '클릭'한 결과 값이다. 패션 제품이야 의류와 가방 모두 줄었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화장품 쪽을 보고 있자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올인원, 스킨, 에센스 같은 기초화장품은 작년 대비 클릭량이 감소했는데, 팩, 스크럽, 크림, 청결제 같은 제품은 오히려 적지 않게 증가했다. 나는 이 데이터를 정말 한참을 봤다. 집 밖을 나갈 일이 없으니 로션이나 스킨 등 기초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건 알겠는데 (아니 사실 이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왜 팩을 사고 청결제를 사는거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남자들은 의외로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일하는 동안 틈틈이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발의 각질제거는 물론이고 손발톱을 어느때보다 자주 깍으며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저녁이 되면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즐기기도 한다. 누가보면 어디 호캉스라도 즐기로 온 줄 알 것 같다.
남자들의 이런 'Hidden Care' 현상의 원인을 나름대로 추론해 보면 이렇다.
우선 1인 가구의 증가다.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1인 가구 30%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주변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 이유는 재택을 꼬박꼬박 장기간 시행한 회사들은 대부분 규모가 큰 중견기업/대기업이었다는 것이다. 영세한 사업자들은 그렇게 오랜기간 재택을 시행할 여력이 없었다. 즉, 혼자 살면서 재택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세 번째로 생각해 본 이유는, 택베 받기가 편해서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은 집으로 택배 받는 게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회사로 주문하자니 주변에서 뭐샀냐는 둥, 뭘 그렇게 맨날 사느냐는 둥 참견러들이 많아 이 또한 부담스럽다. 그런데 집에 있자니 아무때나 편하게 택배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네 번째는 여전히 높아지고 있는 미용에 대한 관심이다. 남자들의 미용이야말로 "꾸안꾸(꾸민듯 안꾸민듯)"이 하는 게 핵심이다. 친구들끼리야 모르겠지만 회사 같은 조직에서는 아직까지 꾸민 것처럼 보여지는 게 민망함을 야기하기도 하는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남자들의 미용은 원래부터가 Beauty 보다는 Care에 가깝다.
반대로 여성의 화장품 소비는 어떨까?
역시 기초화장품은 물론이고 색조화장품, 립스틱 같은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감소한데 비해 코팩, 속눈썹,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같은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요약하면 코를 기준으로 윗 부분과 관련된 화장품은 수요가 늘은 대신, 아랫 부분과 관련된 화장품의 수요는 줄었다. 우리 모두가 예상하듯이 마스크 때문이다.
또 한가지 수요가 증가한 품목은 매니큐어와 네일케어 제품이다. 여자들의 소비는 항상 증감이 존재한다. 하나가 빠지면 반드시 하나가 늘어난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렸으니 예전보다 화장을 덜하게 되는 건 좋은데 그래도 어딘가 나의 Beauty를 뽐낼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손.
그 외에도 남성 데이터에서 보았던 Care 영역과 유사하게 입욕제나 풋케어 등에 대한 소비 증가도 눈에 띈다. 이런 경향으로 추리해 보면, 남성들의 Care는 얼굴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여성들의 Care는 얼굴과 몸 전반을 아우르는 차이가 있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마스크를 벗게 되면 무엇보다 소비가 불타오를 상품군이 바로 '화장품'이 아닐까 싶다. 화장품 데이터를 들여다 보며 든 생각은 다른 산업과 달리 소비자의 인식이나 태도가 변화, 혹은 전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영역은 다분히 일시적인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코를 중심으로 화장법이 위 아래로 구분되는 것은 마스크를 벗으면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남성들의 'Hidden Care'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경향성은 예전에도 있어왔던 것일테고 코로나로 인해 조금 더 강하게 촉발되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시장은 SNS 데이터로 분석하기에도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야말로 "Hidden" 시장이기 때문이며 과묵한 남성들이 주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변을 잘 관찰해보자. 여성들에 가려져 미용과 케어 시장에서 놓치고 있는 게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