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OOTD가 아닌 OOTS의 시대

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코로나 라이프

by Maven

OOTD라는 말이 있다.

말 이라고 해야할지, .. 단어라고 해야할지, 용어라고 해야할지 살짝 헷갈리기는 하지만

어쨋든 인스타그램에 한동안 꽤 많이 등장하던 #해시태그다.


OOTD는 'Outfit Of The Day'의 줄임말로 쉽게 얘기하면 '데일리룩'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도 이 두 단어는 거의 붙어 다닌다. #데일리룩 #OOTD.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패션 트렌드'를 주제로 데이터를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이 'OOTD'의 변화였다. 재택과 온라인학습으로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어졌고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에도 제약이 걸렸다. 별로 옷을 살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OOTD, 즉 데일리룩에 대한 수요도 감소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른 패션 시장의 변화도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패션에 대해서 정말 1도 모르지만, 여성 패션 의류 시장에서 늘 선호되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원피스'. 원피스는 딱히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봄과 여름에는 물론이고 겨울이 되어도 따뜻한 지역으로의 여행 수요가 있기 때문에 원피스를 구입하는 일이 사시사철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또 구매한 패션 제품이 있다면 '츄리닝'이라고 불리는 트레이닝복이다. 사람들은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로 출근하거나 학교를 가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집에만 있다보니 꾸미고 나갈 일이 없어졌고 그에 따라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홈웨어, 이지웨어라고 불리는 영역으로 소비가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오버핏'에 대한 수요였다. 꽉끼는 스키니, 스커트, 레깅스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어쩌다 한 번 출근할 때도 넉넉하고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선호... 라고 하기보다는 늘 예쁜 옷 날씬하게 보여야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은 해방된 것일까?


원래 데일리룩, OOTD가 붙은 대부분의 옷들은 (이렇게 간단히 퉁쳐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예쁜 옷들이었다. 단정하면서도 매일 매일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고 어딜가도 멋스러운, 어느 자리에나 잘 어울리는 그런 예쁜 옷들이었다. 매일, 일상에서 입으니 편하게 입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지웨어와 홈웨어, 오버핏으로 대체된 시장에서는 더이상 OOTD나 데일리룩을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OOTD나 데일리룩은 단정하고 예쁜 옷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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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8년 이후부터 최근 2021년 3월까지 SNS 상에서 OOTD나 데일리룩을 언급한 추이를 보면

2020년 들어 한 번, 2021년 들어 또 한 번 언급량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차원에서 2020년 하반기부터 인스타그램 정책으로 인해 수집량이 감소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분명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언어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나는 패션에 대해 잘 모르지만 패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다보면 상당히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매번. 모두 각자의 스타일이라고 하나 많은 부분 정형화되어 있고 올해 유행 트렌드가 무엇인지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며 패션 테러를 일으키지 않기위해 부단히 공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경향성은 검색어에서도 곧잘 드러나는데 소개팅룩, 오피스룩, 하객룩 등을 검색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상황에 맞게 입으려는 의도이며, 이는 곧 남들의 시선에 대한 고려를 의미한다. 잊을만하면 SNS에 도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성 패션"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 패션" 같은 내용만 봐도 우리가 옷을 입을 때 얼마나 남을 의식하는지를 알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사실 아주 심한 패션테러리스트에 가까운데 요즘 말로 '꾸안꾸'가 아니라 '안꾸안꾸'에 가깝다. 안꾸며도 저렇게 안 꾸밀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그런 나도 가끔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 신경써 옷을 입을 때가 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는 날이라던가, 중요한 미팅이 있다거나, 적어도 화상회의라도 잡히는 날이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만난 직원 한명이 하필 그런 날 나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오늘 같은 날은 좀 꾸미고 오지 그랬어" 하.. 하ㅏ.하ㅏ.


어쨋든.


그런데 이렇게 남을 많이 의식하고 차려입는 패션 시장에도 또 다른 바람 하나가 불었다.


조금 과하더라도, 조금 튀더라도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자는 주의다. 사실 조금 과하다는 건 순전히 본인 생각이라서 남들이 보면 그렇게 어색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너무 잘 어울리더라도 잘 입어보지 않은 스타일을 과감하게 구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에만 있다보니 어쩌다 한 번 나가는 날은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싶어진다. 기분을 내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다. 평소보다는 조금 더 과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옷을 고른다.


어차피 다들 오랜만에 외출이라 자기 기분내기 바빠서 내가 과한 옷을 입어도 신경쓰지 않는 것이 좋고

설사 내 옷을 가지고 뭐라고 한들 그렇게 움츠려들지도 않는다. 어차피 나는 내일 또 츄리닝을 입을 것이므로.



무난하고 튀지 않는 스타일보다, 언젠가 한 번쯤 입고 싶은 옷에 과감히 투자한다.

오늘은 외출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OOTD(Outfit of the day) 가 아니라 OOTS(Outfit of the Special Day)가 된 것이다.



어쩌면 홈쇼핑에서는 이런 멘트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냥 지르세요! 어차피 많이 나가지도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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