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내 인생 마지막 어버이날에.

by Maven

어머님 몸에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항암 치료가 필요합니다.

암이 너무 많이 퍼졌습니다. 안타깝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요양 병원으로 모셔야 합니다. ...길어야 6개월입니다..




최근 6개월 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순차적으로 들은 말들이다.

길어야 6개월이라고 들었던 이후로는 두 달 반 정도가 지났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지난 달이 엄마의 마지막 생일이었을지 모르고

어쩌면 오늘이 엄마와 나의 마지막 어버이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추석과 크리스마스는 오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엄마와 나의 마지막 어버이날 준비.


돼지갈비를 먹으러 갈 수도, 여름 옷을 사드릴 수도, 이마트를 들를 일도 없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정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날이 되어서

생각을 더하다 '카네이션 만들기 세트' 하나를 샀다.


병원에 생화는 어울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나는 잊었어도 엄마는 기억하고 있을,

언젠가 어린 내가 직접 만들어서 달아 드렸을 카네이션을 떠올려 드리고 싶었다.


카네이션 만들기 세트로는 총 6개의 카네이션을 만들 수 있는데

나의 재주로는 하나를 만들기도 절대 쉽지 않았다.

쓱싹 수준급 그림을 그리며 "참 쉽죠?" 하는 밥 아저씨처럼

이보다 쉬울 수 있겠냐는 투의 설명서를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꼼지락대며 겨우 하나를 만들었더니, 문득 또 하나를 만들고 싶어졌고,

두 개로도 정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하나를 만들고 싶어져서 총 3개의 카네이션이 되었다.


하나 두 개를 어렵게 만들었더니 세 번 째 카네이션은 노하우가 생겨 조금 더 이뻐졌다.

더 이뻐진 카네이션은 왼쪽 가슴에 달아드리고, 덜 이쁜 카네이션은 손에 쥐어 드려야지.


함께 달려 온 손바닥만한 카드에 손글씨로 몇 자 적었다.


"엄마 아들로 태어난 덕분에 너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도 물론 잊지 않았다.




회사를 조금 일찍 마치고 병원으로 달려가 꽃을 달아 드리고 꽃을 쥐어 드렸더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아들 칭찬을 하시고

갑자기 손뼉을 몇 번 치시다가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부르셨다.


6인실쯤 되는 병실이라 누구 하나 시끄럽다고 손사레를 칠 법도 한데

마치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조용했고, 옆자리 할머니는 "앵콜~ 할머니!"를 외치기도 했다.


나는 살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우리 엄마는 생전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이 없는 분이다.

할머니가 되면서 약간의 붙임성이 생겼다지만 태생이 차분하시고 온화하신 분이다.


그런 어머니가 갑자기 박수를 치며 노래를 하시는 모습이 낯설어

얼른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했는데

두 곡조를 뽑으시는 촬영 시간 동안 6인치 휴대폰 화면을 통해 본 어머니의 모습은,

한스러웠다.


이상하지?

분명 두 눈으로 마주한 어머니의 노래 부르는 모습은 낯설었는데

화면 속 어머니의 모습은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아렸다.

아, 이래서 공연장에 가서도 휴대폰으로 촬영하면서 노래를 듣는건가..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가끔 이렇게 "미친짓"을 한다고 한다.

그게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시작될 때 주변에 동의를 구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처음보는 그 가끔이 꽤 된 경험임은 분명해 보였다.




집에 오면서 가급적, 최대한 막히는 길을 택했다.

나는 아직 오늘의 마무리가 되지 않았는데,

차에서 너무 빨리 내리면 허망이 몰려들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을 기억해야 되겠다 마음을 먹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했다.

최대한 오늘을 기억해서 기록하고, 또 나중에는 그 기록에 의지해 기억해야지.



엄마, 정말 오늘이 엄마와 나의 마지막 어버이날일까.

아직 만들지 않은 세 개의 카네이션이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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