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ven Sep 20. 2019

'컨셉(Concept)이 어려운 이유'

컨셉 회의 좀 할까? 그래서 컨셉이 뭐야? 

마케팅 업계, 데이터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더니

꽤나 여기 저기서 '컨셉'에 대한 고충이 들려온다.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 해? 라는 고충보다는

여전히 컨셉이 뭐야?, 이 말인 즉. 컨셉의 형태를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단어 하나를 컨셉이라고 하는지, 동사나 형용사의 형태가 되는 것인지, 심지어 영어로 해야 되는지.


어떤 컨셉이냐에 대한 고민보다, 컨셉이 무엇인지, 형태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떠한 형태든 상관없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컨셉의 형태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 의견, 아이디어를 사줄 '그 사람 머릿속에 있는 컨셉의 형태'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컨셉, 도식화, 구조화, 효율화, ... 이런 말들은 언뜻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만큼 지시하는 사람의 언어와 받아들이는 사람의 언어가 다른 경우도 없을 것이다.

아니, 서로 가진 언어 차이를 알았다고 해도, 내가 가진 의미로 설명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의견을 소위 '까'기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 모두 동일한 의미의, 동일한 언어적 의미를 가져야 할까?

아니 가질 수나 있을까?

그러므로,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나의 상사가 가진 '컨셉의 형태'를 파악하는 게 오히려 쉽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상대가 생각하는 컨셉의 형태를 알았다고 해서, 나 또한 그 형태로 생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로 영어로 컨셉을 생각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한국말로 컨셉을 잡으라고 하면 쉽지 않다.


그러니까 내 방식과 형태로 컨셉을 만들되, 정작 상대방에게 전달 할 때는 그의 언어로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어가 아닌, 구 형태가 아닌, 문장이 아닌 '생각'과 '관점'을 만들어야 한다.


단어부터 만들고 의미 부여를 나중에 하면, 즉 형태를 먼저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면

형태가 까였을 때 의미도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는 방향성, 그게 맞을 것 같다는 주관 등을

가장 먼저 만들고 그것을 표현해주는 여러 방법, 형태들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도 어느새 내가 팔고자 하는 '형태'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나를 갈구는 언어도 조금씩 변하게 된다.



우리가 컨셉 회의를 두려워하는 이유, 내가 가진 컨셉을 까기 두려운 이유를 잘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진 생각이 맞다, 틀리다 지적을 받아서인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컨셉스러운지, 그 부분을 상대방이 지적하는 게 쪽팔린 거랄까..


내가 가진 생각을 까는 거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내가 가진 형태를 깔 때는, 내가 컨셉도 모르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솔까 민망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컨셉의 형태가 아닌, 컨셉의 방향을 팔아야 한다.


그런 컨셉의 방향, 관점을 뜻하는 '용어'가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전략이다.




컨셉은 전략이다.

컨셉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러니까 책상에 앉아 제품 설명서를 읽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것 저것 쳐 본다고해서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건 당연한 거다. 전략이니까.


전략과 전술의 차이를 아는가?


전략은 목표이고 목적이다. 더 들어가면 타겟을 정의하고 그 타겟에 어떻게 하면 차별적으로 보일까

고민하는 Positioning이라는 개념까지 더해져 있다.

전술은 전략을 이루기 위한 행동지침이다. 광고할까? SNS에 올릴까? 일단 주목을 끌까? 뭐 이런..


전술 역시 전략스러워야 겠지만, 이건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전술은 시시각각 변하며, 많은 방법을 사용하면서 테스트 해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뭐 아이디어 좀 없어? 라고 하면 최근에 이런 거 보니까 괜찮던데..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략은? 이런 거 보니까 괜찮던데... 라고 하면 욕 먹는다.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깊게만 고민하면 될까? 

어떤 부분으로 고민할지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내용으로 구조를 잡고 어떤 영역에서 고민을 차근 차근 해 나갈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많은 선배들은 이런 생각할 꺼리들을

'마케팅 이론' '브랜딩 이론' 등으로 참 많이도 정립해 놨다.


처음 한 두 개 익히는 게 힘들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 이론들이 결국 하나의 이론에서

파생되었거나 시대 흐름에 맞게 변형된 것들이므로

이후부터는 다양하게 익히는 데 거리낌이 없다.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컨셉은 전략이다.

아이디어를 짜 내는 일이 아니다.

컨셉은 전략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며,

전략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론을 습득하고

그에 기반해 내가 가진 생각을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5개 정도의 서랍이 달린 서랍장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서랍장 1 에는, 다양한 종류의 얼굴이 달린 종이 인형들이 있다

서랍장 2 에는, 셔츠, 나시, 등 상의가 있다

서랍장 3 에는, 바지, 치마 등이 있다

서랍장 4 에는, 자켓, 코트 같은 외투가 있다

마지막으로 서랍장 5 에는, 신발이 있다


맞다, 어릴 때 종이로 오려 만든 인형 놀이다.


어떤 조합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아니 아예 다른 것도 있지만, 소소하게 한 두 가지만 다른 것도 있다.

그리고 반드시 순서대로 옷을 입히지 않아도 된다.

서랍장 3에서 마음에 드는 치마를 발견했는데 벌써 입힌 셔츠와 맞지 않는다면

이전 서랍으로 돌아가 다른 상의들을 찾아볼 것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누군가 나에게 만약 이 인형에는 어떤 옷이 맞겠어? 라고 묻는 다면

포털사이트에 인형옷, 인형옷 트렌드, 패션트렌드 라고 치면서

이것 저것 정보를 얻는 것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서랍장을 뒤져가며 맞춰보는 과정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더욱이 내가 가진 서랍장들을 자주 뒤지다보면

어떤 서랍에 어떤 종류의 옷들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의 대답은 빨라진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옷이 파란지, 빨간지에 집중하지 않고

파란색에 빨간색은 대비되지만 빨간색이 바지로 갔을 때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빨간색 상의를 입은 사람보다 달라보일 수 있다... 는


말도 안되지만, 생각에 스스로 집중할 수 있고,

우리가 누군가에게 '팔' 때도 자연스럽게 형태가 아닌 생각을 팔게 된다.


컨셉을 그렇게 만든 이유가 뭐야?

라는 무서운 질문이 오기 전에 말이다.




컨셉을 아이디어로 생각하면,

사실 아이디어라는 것도 무조건 번뜩이는 생각은 아니지만,


어쨋든 이제 그만 알아차려야 한다.

이 세상에 번뜩이는 컨셉은 없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