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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른씨 Apr 27. 2021

직장에서 만난 도른씨 Ep.4

‘따돌림’에 대하여

따돌림은 학창 시절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특정 무리의 단합력을 이유로 그들과 다른 성향을 가진 누군가는 타깃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성실한 '곰'은 영악한 '여우'들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현재 종사하는 업계에서 내 평판은 "일은 엄청 잘하는데 정치 질은 엄청 못하는 사람"이다. 소위 말해, 나는 그저 직장에서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면 인정받는 줄 아는 '곰'이다. 두루두루 친한 사람들도 많으나 그만큼 적도 많고,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이 많은 조직에서는 주로 내가 따돌림과 여론몰이의 타깃이 되어왔다. 물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까짓것 맞춰주었다면 나는 피해 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 고통받을 걸 알기에 그러고 싶진 않았다. 


전 직장에서 나의 파트는 4명이었고, 나 외의 3명은 SNS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자랑하기가 쑥스러워 주로 혼자 간직하고 되뇌는 내 성향과는 달리, 파트원들은 모두 인증과 자랑을 통해 타인의 부러움을 받는 일에 행복감을 느끼는 성향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SNS 팔로우 및 활동에 대한 요구가 들어왔고, 정중히 거절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취향존중'시대에 그것이 큰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그렇게 혼자 고상해서 SNS를 안 하냐는 둥 그런 말을 시작으로 어느 순간 나는 '은따'의 대상이 되었다. 


파트 회식에서 나를 제외하고 몰래 셋이 SNS 맛집을 다녀와서 다음 날 파트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주고받는다거나, 내가 모르는 셋만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늘어났다. 더불어, 파트의 일 또한 나에게 부당하게 많이 배분되는 일도 생겨났다. 그렇게 나는 나날이 파트에서 외딴섬이 되어갔다. 그 당시엔 그저 속상한 감정이든 외로운 감정이든 다 억누른 채 닥치는 대로 나에게 던져지는 일만 하며 버텼다. 


이직 후 무난한 성향의 팀원들과 무탈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옆 팀과 통합되는 후, 직장 내 따돌림을 또 한 번 겪게 되었다. 옆 팀의 팀원이었던 그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두 팀이 통합되기 이전에 이미 2명의 동료가 그녀의 따돌림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내게 털어놓은 적 있기 때문이다. 어린애들도 아니고 성인이니 알아서 원만하게 해결하기 바란다고 팀장까지도 회피한 상황이고 어느 하나 자기 편이 없어 퇴사 밖에는 해답이 안 보인다고 펑펑 우는 동료에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그저 들어주는 것과 퇴사보다는 병가로 잠깐 떨어져 있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하는 것뿐이었다. 


그 동료가 우울증 진단서를 발급받고 병가를 준비하던 중, 팀이 통합되며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타깃으로 바꿨다. 시작은 아주 간단하게 메일이든 메신저든 구두든 몇 번이고 업무상 필요하여 요청한 자료를 주지 않아 내 업무 일정에 지장을 주는 일이었다. 팀장에게 토로해보았으나 역시나 알아서 해결하라고 회피할 뿐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눈밖에 나지 않은 다른 팀원에게 부탁하여 그녀로부터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알 수 없는 묘한 괴롭힘에 지쳐갈 때쯤, '쟨 영악해서 성과가 나는 일만 쏙쏙 골라서 하니 안 뺏기게 조심하라', '쟨 다들 힘든데 웃는 게 엄청 눈치 없다' 등 유언비어까지 붙으며 본격적인 따돌림이 시작되었다. 나를 두고 숙덕대고 힐끔대다가 시시덕거리는 건 정말 참기 힘든 일이었다. 나를 욕하며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는 게 가관이었다. 더불어, 역시나 팀의 각종 업무 또한 나에게 과중되었다. 그들이 무얼 바라고 이러는 건지는 중요치 않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퇴사보다도 그들이 배 아프도록 나는 보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팀으로 이동을 준비했다. 마음이 모나지 않고 동료애가 넘치는 다른 팀의 구성원과 더욱 소통하고 인맥을 돈독히 했다. 


다행히 이전보다 인정받는 팀으로 탈출해 더 나은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팀 이동 후 가장 황당했던 일은 그들이 '배신자'라고 흉보는 것이었다. 애초에 상호 신뢰가 없던 사이에 배신이 웬 말인가. 내가 떠난 후 그들은 역시다 다른 한 명을 또 타깃으로 하여 따돌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팀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조금 더 들여다보고 챙기지 않은 게 나 또한 방관자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직장 내 ‘따돌림’은 가해자는 물론이고 공범자, 방관자에게도 그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하는 게 직장 생활이라지만, 언제 그 대상이 내가 될 줄 모른다. 한 번쯤 주변을 둘러보고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다면 손을 건네는 게 좋지 않을까. 미숙한 마음과 사고방식으로 아직도 마치 일진 놀이처럼 ‘따돌림’을 일삼는 도른씨들 덕분에, 나는 소원수리함이 되고자 한다. 해결은 결국 당사자의 몫일지언정 우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줄 수 있기에, 그리고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되려 도망치지 않게 다른 방안을 함께 찾아보고 고민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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