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는 카라마조프 형제 중 첫째이다.(드미트리는 미챠로 더 많이 불린다.) 드미트리는 소설의 중추적 인물이다. 아버지 표도르와 그루센카를 두고 경쟁하다가, 아버지가 살해당하자 드미트리는 범인으로 몰린다. 드미트리는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아버지 표도르는 양심이 없는 쾌락주의자이고, 처음에는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쏙 빼닮은 쾌락주의자로 보인다. 드미트리는 약혼녀인 카챠를 배신하고 그루센카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루센카 때문에 아버지를 무차별하게 폭행하고, 죽이겠다고 떠벌리고 다니고, 걸핏하면 폭력을 휘드른다. 그는 카챠에게 돈을 받아서 그루센카와 도망칠 계획 마저 꾸민다. 그러나 그 돈을 받자마자 흥청망청 써버린다.
드미트리는 둘째인 이반과 같은 지적 능력이 없다. 이반은 무신론자이며 이성을 토대로 '신이 없다면 모든것이 허용된다'는 형이상학적 사상에 괴로워한다. 셋째인 알료샤와 같이 신 받아들이고 불멸을 구하는 신앙심도 없다. 드미트리는 이반과 알료사의 중간쯤이다. 무한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알료샤와, 정반대의 합리적 이성을 사용하여 신을 거부하는 이반, 그리고 불안정한 드미트리의 운명을 통해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드미트리는 무분별한 방탕과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만 내면에는 명예와 고결함에 대한 충동이 있다. 드미트리는 죄를 짓고 있지만 여전히 신을 사랑한다.(이것이 도스토옙스키가 보는 보통의 러시아인이다.)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음에도 유죄판결을 받을 때 이렇게 말한다. '신이 나를 지옥으로 보내더라도 나는 신을 사랑할 것이다' 종교가 없다면 신이란 말이 낯설것이다. 신을 선함 또는 양심이라고 생각해도 다르지 않다.
드미트리의 무절제한 행동과 그에 따른 불행은 그 원인을 어린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 드미트리는 어려서 부모님 집에서 살 때 사랑 받지 못한다. 아버지가 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귀여워해준 사람은 게르첸슈튜베라는 한 명의 의사뿐이었다. 이 의사는 어린 드미트리에게 호두를 사주었다. 드미트리는 이 일을 이삼십 년동안이나 기억하고 있다가 두고두고 고맙다고 말한다. '뒤꼍에서 신발도 못 얻어 신은 채 단추 하나만 겨우 매달려 있는 바지를 걸치고' 있던 어린 시절을 겪을 때 받은 작은 친절을 평생 기억한다. 드미트리의 변호인는 '드미트리가 교육을 받지 못했고, 누구도 그에게 지혜와 분별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학문을 깨우쳐주지 않았고, 어린시절 그를 사랑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말한다. 드미트리는 들짐승처럼 자랐고 오랜시절 떨어져 있던 아버지를 간절히 보고 싶어했을 것이지만 막상 만난 아버지는 혐오 그 자체였다. 드미트리가 휘두른 폭력은 그의 내면에 불안과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
드미트리는 거칠고 난폭하지만, 내면에는 훌륭한 성향과 고결한 마음이 있다. 드미트리는 지성이 뛰어나지 않지만 정직하다. 똑똑한 사람들처럼 자신의 죄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으며 죄에 대한 고통을 받아들인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것이 자살한 스메르쟈코프와의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