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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2시간전

제프리 힌튼과 사이먼 존슨의 순간 : AI와 한국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튼과 사이먼 존슨은 그때 AI와 한국을 선택했다.

2024년 노벨상의 화두는 한국에선 한강이었다면 글로벌에선 인공지능이었다.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결국 모두 인공지능의 석학들이었다. 게다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 역시 인공지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특징적인 것은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들 모두 한 목소리로 인공지능에 대해 경고를 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는 아예 대놓고 샘 올트만 오픈AI CEO를 저격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특정 인물을 저격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24년 10월 8일 인공신경망을 통해 머신러닝을 가능하게 만든 기초적인 발견과 발명의 공로로 2024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새벽 2시에 캘리포니아 호텔방에서 노르웨이 스톡홀름의 노벨상 사무국측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원래 2024년 10월 8일 화요일에 MRI 검사를 포함한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내가 노벨 물리학상 후보였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지금 있는 호텔도 싸구려라 인터넷 연결도 좋지 않아서 자세한 뉴스도 모른다”고 말했고 노벨상 사무국측은  “오히려 노벨상 수상 소감을 정리하기엔 다소 고립돼 있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노벨상측은 제프리 힌튼 교수에게 자신을 컴퓨터 과학자로 소개할지 생물학을 이해하려는 물리학자로 소개할지 확인했고 대답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줌으로 토론토 대학교가 주최하는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했고 “나보다도 똑똑한 여러 명의 학생들을 덕분에 이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앞으로 20년 동안의 인공지능 발전이 이전 20년 동안의 발전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예측햇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오픈AI는 안전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설립됐으며 핵심 목표는 인류에게 안전한 일반 인공 지능을 개발하는 것이었다”며 “제 이전 학생 중 한 명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오픈AI의 수석과학자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샘 올트만은 안전성보다는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나는 내 학생 중 한 명이 샘 올트만을 해고했던 사실을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I'm particularly proud of how one of my students fired Sam Altman”고 말했다. 일리야 수츠케버가 샘 올트만을 해고했던 이른바 수츠케버의 난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제자의 편이라고 밝힌 것이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2024년 6월 20일 안전하고 강력한 일반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Safe Superintelligence Inc=SSI를 설립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인공지능에 관해서 시장의 통념과는 다른 발언들을 했다. 2024년 10월 14일 스웨덴 왕립고등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3인의 이름을 호명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존슨 교수와 MIT 경제학과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와 시카고 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까지 3명이었다. 노벨위원회는 “제도는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3명의 경제 석학들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해지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 상태에 머무는지를 연구해왔다. 결국 경제를 운영하는 국가의 제도적 차이가 원인이라는 걸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그 연구 결실이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공동 저자인 유명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이다. 또 사이먼 존슨이 맥킨지 컨설턴트인 제임스 곽과 공동 저자로 쓴 위험한 은행이다. 또 사이먼 존슨이 다론 아제모을루와 공동 저술한 권력과 진보다.


그런데 사이먼 존슨은 “인공지능이 파괴하는 일자리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의 분노를 유발하면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온 민주적 시장 제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이먼 존슨은 다론 아제모을루와 함께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한 글로벌 GDP 성장률이 과장돼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매년 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0년을 다 합쳐도 1% 안팎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복리 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줄어서 0.72%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은 인공지능에 흥분하고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은 하나의 업적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업적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인사이트는 결국 미래를 향하게 된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통찰력은 10년 뒤 미래의 예언력인 것이다. 노벨상의 역사가 그런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노벨 경제학상은 지난 100년 동안 시장경제의 역사에서 매 순간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1968년 스웨덴 국립은행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서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55년 동안 9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문학상, 평화상, 화학상, 생리의학상까지 5개 부문과는 여러 가지로 성격이 다른 상이다. 5개 부문은 알프레드 노벨이 제정했고 1901년부터 수여하기 시작했다. 상금도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에서 나온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은 알프레드 노벨 사후에 제정됐다. 상금도 스웨덴 국립은행 금고에서 나온다. 사회과학에 수여하는 상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5개 부문과도 다소 다르다. 그렇지만 노벨 경제학상은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통해 노벨상으로서의 권위를 획득했다. 매해 국가 경영과 시장 운영의 시대 정신을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의 역사가 곧 자본주의 철학의 역사인 이유다. 바꿔 말하면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의 의미 역시 맥락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분석해야만 한다. 그래야 왜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들이 제도경제학파인 사이먼 존슨과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폴 새뮤엘슨이었다. 2회 수상자가 당대 경제학의 태두였던 셈이다. 폴 새뮤엘슨은 경제학의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케인즈 경제학의 대명사였다. 폴 새뮤엘슨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2차 대전을 전후해서 수십년 동안 지배적 경제학이었던 케인즈 경제학에 대한 대관식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지만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케인즈 경제학은 영향력을 잃어가던 시기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은 노벨 경제학상은 케인즈 대관식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오래된 미래에 대한 대관식이었던 셈이다. 


1976년 밀턴 프리드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글로벌 자본주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으로 재부팅됐다.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주의는 결국 닉슨 행정부의 금태환 정책 폐지와 페트로 달러 시대와 달러 패권 주의 그리고 소비에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르고 냉전 시대의 균형을 만들어낸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OS를 능가하는 빛나는 성취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노벨 경제학상은 사실상 밀턴 프리드먼의 후예들이 독차지했다.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의 금융 경제학 이론이 대표적이다. 블랙-숄즈-머튼 모형으로 알려진 옵션 가격 결정 모델은 컴퓨터와 인터넷과 결합되면서 금융의 시대를 열었다. 이때부터 전세계 금융 시장은 월스트리트의 놀이터가 됐다. 핫머니들은 국경을 넘나들면서 금융 시장들을 휩쓸고 다녔다. 당연히 부작용도 발생했다. 1990년대 내내 이어진 아시아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다. 아직 금융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월스트리트 핫머니들의 ATM 머신으로 전락했다. 한국도 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그렇게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주의는 화폐자본주의로까지 발전했다. 이론이 철학이 되고 철학이 이념이 되고 이념이 세계관이 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본주의 운영 원리에 관해 밀턴 프리드먼을 대체할 것은 없어보였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월스트리트가 미국 경제와 자기 자신까지도 잡아먹을 때까진 그랬다. 


2022년 밴 버냉키는 연준 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벤 버냉키는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구해내기 위해서 제로 금리와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실행했다. 벤 버냉키는 연준 의장이 되기 전에 이미 1930년대 대공황을 연구한 경제 석학이었다. 연준 의장으로서 자신의 이론을 실천했고 덕분에 미국 경제는 금융 위기를 얻어 맞고도 장기 침체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벤 버냉키의 이론과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자 이때부터 경기 확장 관리에 있어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아니었다. 임플로이먼트까지 관리하는 경제 균형자였다. 바꿔 말하면 경제를 관리하는 제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았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사이먼 존슨과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제도 뿐만 아니라 제도 운영의 주체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특히 사이먼 존슨은 베이스라인 시나리오 블로그와 여러 언론 기고를 통해 게임의 주체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여기서 게임의 주체란 결국 백악관과 은행과 같은 제도 운영의 주체들이다. 바꿔 말하면 제도 학파의 관심사가 제도의 우열 비교에서 제도의 운영 비교로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제도여서 경제 발전 경로가 달라지는 것은 이젠 경제학적 상식에 가깝다. 그렇다면 유사한 제도인데도 경제 발전 경로가 달라지는 이유를 밝혀야만 하는 것이다. 같은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선택했는데 경제 발전 경로가 달라졌다면 결국 원인은 제도의 규칙이 아니라 제도의 주체인 것이다.


이것이 사이먼 존슨과 다론 아제모을루가 MIT가 주최한 수상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이야기를 꺼낸 이유다. 사이먼 존슨은 “대선 결과에 불혹하고 의회를 공격하도록 선동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론 아제모을루는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사상 최저 수준”이라면서 “대중들이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카고 대학교 소속인 제임스 로빈슨은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민주적 규칙을 다시 한번 거부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노벨 정치학상 수상자들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민주주의 제도의 경쟁력이 자본주의 성장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제도다. 자본주의가 발생시키는 필연적이 불평등을 민주주의가 교정하지 못하면 결국엔 국가 경쟁력이 훼손된다. 현재 미국 정치는 민주주의 운용 능력에서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2024년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 한 국가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포용적 제도가 다시 착취적 제도로 퇴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최대공약수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북한이라는 비교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80년 전 비슷한 출발 선상에서 경제 발전을 시작한 한국과 북한은 현재 전혀 다른 경제적 위상을 갖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GDP는 1조7000억 달러가 넘는다. 북한의 GDP는 230억 달러가 조금 넘는다. 남북한의 GDP 격차는 60배에 달한다.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존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국과 북한을 중요한 사례로 다룬다. 남북한의 제도적 차이가 남북한의 번영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사이먼 존슨도 마찬가지다. 사이먼 존슨은 미국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다. 사이먼 존슨의 아내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위험한 은행의 공동 저자인 제임스 곽은 사이먼 존슨의 처남이다. 사이먼 존슨과 제임스 곽은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라는 경제 블로그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MIT 동료 교수 사이인 사이먼 존슨은 다론 아제모을루와 남북한의 경제 격차를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북한의 착취적 제도보다 경제 성장에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어 사실상 한국 경제가 노벨 경제학상의 내용이 된 것이다. 2개의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있어서도 한국은 전세계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깔리기 시작한 나라다. 디지털 변화를 10년 일찍 경험한 셈이다. 한국은 OS는 만들지 못한다.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한국의 장점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인공지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인공지능을 실제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것이고 이건 시장의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동시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이 전망하는 것처럼, 세계에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부작용과 불평등을 가장 먼저 강하게 얻어맞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제도가 인공지능의 파괴적 혁신을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한국은 또 다른 의미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것이란 뜻이다. 이번엔 기적이 아니라 재앙으로 말이다.  




온라인 인물 도서관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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