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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Apr 14. 2020

게임 체인저

셀트리온 068270

“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트럼프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 브리핑에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라는 단어의 발음조차 꼬일 때가 있을 정도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관해선 코로나 사태의 컨트롤타워인 백악관도 내분 상태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는 미중무역갈등을 설계한 경제학자로 트럼프의 복심이다. 앤서니 파우치는 미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염병 권위자다. 백악관 상황은 경제학자가 전염병학자한테 무엇이 코로나 치료제여야 맞는지 가르치는 형국이다. 악시오스의 보도에 따르면, 나바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관한 임상데이터 서류들을 집어던지면서 파우치한테 이렇게 외쳤다. “이게 과학이다.” 이렇게도 덧붙였다. “애초에 중국 입국자들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것도 당신이잖아.”  

과학적으론 나바로가 아니라 파우치가 맞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는 일화적이다. 치료 효과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단 얘기다. 의학적으로 따지고 과학적으로 물으면 이런건 치료제가 아니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고 보여주는 사례도 있고 효과가 없다고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효과가 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현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언했다. “나는 의사는 아니지만 상식은 있다. 나는 사람들이 죽는게 아니라 살길 바란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 몇 년씩 허비할 여유가 없다.” 미국 코로나 응급 현장에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긴급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물론 미국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치료제로 승인해준적이 없다. 사실 코로나19의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의사는 당장 현장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고 봐야한다. 치료제가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가능성만 있다면 쓰고 봐야 한다. 현장에서 과학은 사치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좌충우돌하는 정치인이지만 결코 바보가 아니다. 이미 코로나 사태의 승부처가 어디인지 꿰뚫고 있다. 치료제다. 포스트 코로나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는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코로나로 전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인 타격을 입었다. 어느 나라가 코로나의 타격으로부터 자국의 실물과 금융을 잘 지켜냈는가. 어느 정부가 상처 입은 경제를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것인가. 가장 유리한건 중국이다. 역시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지금 한창 두들겨 맞고 있는 미국도 이걸 모르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에서의 미중 경제 회복 경쟁은 2019년 미중 무역 갈등의 연장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치트키가 하나 있다.  그게 치료제다. 치료제를 찾아내는 나라가 정부가 정치인이 승자다. 치료제가 확보되는 순간 이제까지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얼마가 됐건 상관이 없어진다. 트럼프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다. 트럼프한텐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말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이제, 공포에서 깨어난 시장도 트럼프처럼 가능성을 찾고 있는 듯하다. 4월 13일 한국장은 사실상 셀트리온 3형제의 원맨쇼였다. 3종목 모두 일제히 올랐고 사실상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좌지우지하다시피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였다. 셀트리온은 중화능력시험을 통해 코로나 19 치료제 후보를 14개까지 압축했다. 항체와 바이러스를 혼합해서 숙주 세포를 감염시킨 다음 항체로 인해 숙주 세포가 얼마나 되살아나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이 중화능력검증이다. 한 마디로 치료효능이 있는 항체인지 걸러내는 결정적인 작업이다. 셀트리온은 300개 항체 후보 가운데 106개 항체를 추려냈고 중화능력검증을 통해 38개까지 압축했다. 이 중에서도 14개 항체는 매우 강력한 중화능력을 보인 걸로 알려졌다. 5대양 6대주에 걸쳐서 186만명을 감염시켰고 11만5천명을 죽음에 이르게한 코로나19의 치료제가 14개 항체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된다.

솔직히 트럼프가 밀고 있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보다야 훨씬 과학적이다. 그래서 시장도 열광했다. 시장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는 1800대 중반까지 회복됐다. 외국인 매도세를 다 받아내버린 동학개미운동 덕분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다. 이제 필요한건 코로나 사태를 종결시켜줄 확실한 한 방이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나타내는 현재 가격이다. 지금 시장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로 실물경제가 망가진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분기 실적이 나쁠건 각오했다.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그래서 관심은 3분기 이후다. 3분기에 세계 경제는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져 있을 것인가. 지금 시장은 코로나로부터 벗어난 건강한 미래를 보장해줄 확실한 한방을 원하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 말이다. 트럼프만큼이나 말이다.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라면 투자는 가능성의 과학이다. 그 안에서 상승할 종목을 선정하는 일은 과학의 예술이고 말이다. “시장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주식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주식투자자 마크 마이너비니가 한 말이다. 4월 13일 셀트리온 3형제의 폭등은 시장은 언제나 가장 현명하다는걸 말해주는 상황이었다. 

셀트리온을 주당 17만원에 2주 매수한게 지난 3월 16일이었다. 3월 12일 목요일에 미국장이 대폭락하고 3월 13일 금요일에 한국장이 연쇄폭락한 바로 다음주 월요일이었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 삼아서 주식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날이었다. 그때 산 주식이 셀트리온이었다. 맞다. 오늘 하루 동안에만 3% 가까이 오른 셀트리온 말이다. 한달 뒤인 4월 13일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선견지명 같은게 있었다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그런게 있었다면 3월 19일에 셀트리온이 장중 한 때 13만8500원을 찍었을 때 기꺼이 추가 매수를 했다. 

원래 바이오주에는 관심이 없었다. 바이오주는 피터 린치가 마젤란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투기 성향이 강했다. 주식 초보 주제에 섣불리 바이오주부터 건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정주 셀트리온 회장의 인터뷰 기사 하나를 읽게 됐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별로 안 믿겼다. 폭락장에서 주가를 띄우려는 언론 플레이가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코로나가 전염병이라는 본질적인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주가 폭락으로 패닉이지만 이건 돈이 아니라 약의 문제다. 사태의 원인이 질병이라면 사태의 해법은 의학일 수밖에 없을터였다. 트럼프처럼 서정주 회장도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어본 셈이었다. 그렇다면 꼭 셀트리온이 아니더라도 바이오주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초보라도 그 정도는 알았다. 무슨무슨 제약주들을 살펴봤지만 회사 내용을 소상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모르면 사지 않는다. 사고 싶으면 공부하라.” 이걸 앞으로 투자의 제1원칙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그래서 다시 셀트리온이었다. 그나마 스터디해보면 이해가 되는 바이오주가 셀트리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취재를 오래 해온 입장에서 셀트리온과 서정진 회장에 관해 모른다면 그건 말도 안 된다. 취재 대상으로서 셀트리온을 아는 것과 투자 대상으로서 셀트리온을 아는건 다른 얘기였다. 물론 둘의 장점을 배합해서 자기만의 투자 방식을 찾아본다는게 목표라면 목표지만 말이다. 일단 이른바 셀트리온 3형제 가운데 코로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회사가 어느 쪽인지부터 분간해야만 했다. 셀트리온은 약을 만든다.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약은 판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과는 다른 성분 베이스의 약을 만든다. 간단하게 이렇게 요약 이해했다. 재무재표를 살펴봤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제약보단 역시 셀트리온이 탄탄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관련한 신약 개발은 온전히 셀트리온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3월 16일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하면서도 다른 셀트리온 형제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럴 돈으로 셀트리온 계열들 말고 다른 주식을 더 사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셀트리온 투자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주당 17만원에 산 주식이 4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21만5500원이 됐다. 수익률은 26.76%. 코로나 사태의 향방과 셀트리온의 경쟁력을 멋지게 예측분석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렇게 복기하고 보니 역시나 순전히 운이다. 좀 더 스터디가 돼 있었다면 원래 손은 작지만 그래도 2주보다는 많이 샀을테고, 좀 더 욕심을 부렸다면 셀트리온 헬쓰케어와 셀트리온 제약를 아무리 잘 몰랐어도 조금은 거들떠 봤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지금도 두 회사 주가까지 같이 뛰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시장은 언제나 옳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걸 아직 모르는 것일 뿐. 시장의 큰 그림은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직소퍼즐 같다. 중화능력시험을 거친 뒤 셀트리온은 5월 동물실험과 7월 인간실험을 거치게 된다. 아직까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제넨텍보다도 앞선다. 성공한다면 한국은 포스트 코로나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된다. 한국 증시의 센티멘탈도 180도 달라지게 된다. 2000선 돌파쯤은 식은죽 먹기다. 트럼프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둔갑시켜서라도 그토록 갖고 선점하고 싶어하는 승리의 팡파레다. 셀트리온은 과연 한국 증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P.S. 3월 16일에 다른 셀트리온 형제들 대신 매수한 종목은 네이버였다. 매수가는 16만1천원. 4월 13일 현재 주가는 16만6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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