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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Oct 25. 2021

나랑 같이 불.멍 할래?

남편 없이 글램핑하기 - 아들 둘, 엄마 둘




우리 별 보러 가자. 별이 진짜 많대.
불멍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 먹고!



더 추워지기 전에 별도 보고, 불멍도 하면서 가을을 만끽하자며 오랜만에 감성에 빠진 남편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글램핑 숙소를 예약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불멍을 위한 장작과 새우, 고구마도 알아서 주문하고 손꼽아 기다리던 디데이 하루 전날...

갑자기 남편은 일이 생겨 야심 차게 준비한 여행을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친정 식구들이랑 다녀오든지, 아들 친구네랑 다녀오란다.


"장작불을 나더러 피우라고?"

"토치로 불 피우라고? 내가??"

"운전도 내가 하고? 고기도 내가 굽고? 애랑 같이 놀아주고???"

"취소해라 그냥. 나 안가"


늘 쫄쫄 따라다니던 내가 모든 걸 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겁이 났다.

당장 취소하라고 말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열렬히 원했다. 불.멍.을...  

  






좀 갑작스럽겠지만,
내일 나랑 같이 불.멍 할래?



느닷없는 내 제안에 선뜻 함께하기로 한 친구는 아들끼리 친구여서 친구가 된 동갑내기 엄마다.

1박 2일 장거리 출장을 다녀온 터라 피곤했을 텐데 함께 떠나기로 해서 고맙고 미안했다.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우리 둘만이라도 힐링하고 올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남편은 17층에서 지하주차장까지

오르락내리락 짐을 날라 주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두 시간을 달려가 마주한 남해 바다가 더없이 반갑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찬란하게 흩어지는 윤슬을 보고 있노라니 황홀하게 행복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뒤쫓는 눈동자를 가득 채우는 노을...

감성을 깨우는 전구 불빛이 하나 둘 켜지는 시간-



숯불에 익힌 불향 가득한 삼겹살과 왕새우구이로 배를 채웠으니 심장도 채워야지.




숯불에 새우가 익어가고, 두 눈엔 노을이 차오르고~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왜 이리 불이 안 붙어?


남편의 사전 시범을 떠올리며 부탄가스에 토치를 연결했다.

세 번만에 겨우 불을 내뿜는 데 성공한 불총을 어설프게 쌓아 올린 장작을 향해 마구 쏘아댔다.


"부아아앙~~~~" "부아아앙~~~"


불총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겁을 주었지만 장작은 쉽게 불이 붙지 않았다.

장작이 든 종이상자조금씩 뜯어 쏘시개로 넣으니 점점 불이 붙었다.



"깔깔깔" "깔깔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던 사춘기 소녀들이 우리 안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이런 분위기에선 무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몇 개의 스토리를 서로 나누고,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한 가지를 떠올려 낙엽에 실어 모닥불에 태우는 시간도 가졌다.

11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후회되었을까...

아이들의 진지함잠시, 다시 마른 풀잎을 찾아 뛰어간다.


아들은 아들 친구와 나는 내 친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별을 올려다보면서

소중한 추억이 될 밤을 마음에 새기고 사진에 담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우리...


다음번에도 남편들 떼놓고 원 모어 타임? ^^





불멍이 필요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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