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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May 06. 2024

엄마랑 아빠는 싸운 적 있어?

싸움의 의미와 필요

싸우다(동사)
1. 말, 힘, 무기 따위를 가지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다.
2. 경기 따위에서 우열을 가리다.
3. 시련, 어려움 따위를 이겨 내려고 애쓰다.



딸 : 아빠 엄마는 싸운 적 있어?

나 : 아... 있을 건데... 언제지?

남편 :기억 안 나는데...

나: 다섯 번? 아니 두 번? 근데 그것도 싸웠다기보다는...


2003년에 처음 만난 남편과 나.

2024년이 되었으니 20년을 넘게 만났지만 싸운 적이 없다.

이게 가능한가 싶지만 그랬다.

남편 말을 빌리자면 나와는 싸움이 안된다 했다.

남편이 불만을 말하면 나는 말문을 닫는다.

대신 머리가 엄청 돌아간다.


'왜 저런 말을 하지? 속뜻은 뭐지? '

'나한테 화난 건가? 아니면 컨디션이 안 좋은 건가?'

'나는 어떻게 답해줘야 하지? 지금 말해야 하나?'


그러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싸움은 양방이 이기려고 다투어야 하는데 한쪽이 기권을 해버리는 형극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날 밤이나 며칠 뒤 남편의 컨디션이 최고 좋은 상황에서 결국 나온다.

그러니 딸아이가 우리 부부의 싸움을 관전할 수 있는 타이밍은 없다.

 

어릴 때 아빠와 엄마는 육탄전을 자주 하셨다. 가전제품이 망가져서 부부싸움 다음날 새 제품이 대우나 골드스타에서 배달되곤 했다.(바꾸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부부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오빠와 나는 작은 방에서 오들오들 떨며 그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

아마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싸움이라는 것을 일부러 피하고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더 잘 산다는데...

앞으로 더 어떻게 잘 싸울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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