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보는 갤러리
2020.05.15 ~ 2020.06.26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오후 7시 이후 예약관람 가능) *휴무 일요일 월요일
(Ceramic Studio) Mido x xiuxiudang
21, Daeseong-ro 165 beon-gil, Sangdang-gu, Cheongju-si, Chungcheongbuk-do
전시를 보러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청주로 향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가본 적 없는 장소에 간다니 잊고 살던 어떤 느낌을 찾으러 가는 기분이다. 평일 오후 세시, 바쁨으로 가득한 터미널에서 바쁘지 않은 몸을 실었다.
도자기로 구성한 전시를 본 적이 언제였었지 그마저도 미디어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전시라는 매체를 통해 접하기 쉽지 않은 장르라는 생각도 든다. 너무 친숙해서일까? 일상의 사물이 예술이 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 작가는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사물이 감추고 있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일, 도자기의 고정된 이미지를 미도 스튜디오의 개인전을 통해 마주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자연 속에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것들의 본질에 집중했다고 한다. 자연의 흙에 최소한의 가공과 꾸미지 않음으로 도자기를 이루는 흙, 그 자체의 본질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여타 작품의 아이러니를 꼬집는 느낌이다.
또한 자연의 소재들을 한데 불러 모아 우리에게 보이기까지의 작업 과정을 인공적인 노력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흥미로웠다. 인공적인 노력이 더해졌다 해서 온전한 자연의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때문에 Vegetarian이 아닌 Vegetarian이라는 전시의 주제가 머릿속을 맴돈다.
여과 없이 흙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에 눈이 먼저 갔다. 작은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기 쉽지 않은데, 작은 설정들이 더해진 탓일까 물건의 재료가 아닌 재료의 일탈 같았다.
주먹밥 같다는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디저트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그릇이라는 것의 본래 용도와 전시의 주제가 더해진 느낌.
흙으로 만든 화병과 흙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 본질은 같지만, 인공적인 노력으로 불러들였다 해서 자연과 다르다 할 수 있을까? 꽃은 꽃이고 흙은 흙인데
표면과 갈라짐이 흙의 성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재질감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수도시설에 걸려있는 목재가 주제를 관통하는 느낌을 주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설정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해석을 불어넣어 관람하는 것이 요즘 예술, 동시대 예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것을 타고 자연이 온다. 그 덕에 생명을 유지하는 자연의 것, 꼬리를 문다.
구매가 가능했던 인센스 홀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생각나 많이 귀여웠다.
인공적인 노력을 기울여 빛의 파장을 카메라에 담고 관람을 마쳤다.
작은 공간에서의 전시는 여러모로 어색하지만 차도 내어주시고 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전시가 아니어도 직접 선택한 공예품들로 공간을 꾸미고 판매를 같이하신다고 한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새어 나오는 대화를 나눠서인지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한 것 같다.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 주는 힘을 생각하며 저녁은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작년 시월 퇴사를 한 뒤 여가 활동, 취미를 찾는 것에 몰두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는 것에 실패했던 직후여서일까, 실패해서 미안하다. 취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빼어나지 못해 그저 취미로만 머물게 해서 미안하다. 여러모로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주에는 흙을 만지러 가야겠다.
ps. 취미를 그저 취미로 두게 되다니 어른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