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보는 갤러리
'국립은 역시 국립이구나' 무심결에 내뱉은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청주관 3층에 위치한 미술은행 소장품전을 시작했다. 수장과 보관의 기능을 하면서도 전시까지 펼치고 있다니, 매력 있는 미술관이다.
사립미술관의 매력과 견줄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전시구성이 우선이겠지만 미술관 자체가 주는 힘이 있는 곳이다. 서울관의 건립부지도 반전이었던 것처럼 청주관 또한 담배 제조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도심과도 참 가까운 곳에서 담배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처음 전시에 흥미를 느끼고 발걸음을 분주히 했던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전시를 위해 미술관을 갔었던가, 미술관을 위해 전시를 찾았던가, 둘 다 였던 것 같지만 이번은 미술관을 위한 여행이었기에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의 기능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술을 3류의 방식으로 향유하는 나에게 있어서 이번 'secret storage' 같은 전시는 쉽지 않다. 의미부여의 연장선 정도랄까, 내가 이런 곳에 와서 이런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다.
대학 수업에서 들었던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서 3류는 미술관 등에 찾아가 잘 차려진 전시를 맛보는 것이고 2류는 사실 기억이 안 난다. 1류는 그 예술의 시작을, 장소를 찾아가 상상을 하는 것이다." 경복궁으로 야외수업을 떠났을 때 했던 이야기다. 팔려갔던 대문을 찾아와 세우고 이미 좁아져 버린 부지에 구겨진 영광을 이어 붙여 연명하고 있는 경복궁이 안타까워하셨던 말인가, 생각이 들지만 제법 영향력 있는 말이라는 생각에 써먹으려 기억하고 있다.
상징적인 요소로 의미를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는 전통의 미술과는 다르게 현대미술을 접할 때에는 겸손해야 좋은 감상을 했던 경우가 많다. 나는 1류가 아니니 오히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가짐, 하지만 대체로 그래서 뭘까?로 돌아온다. 그래도 나름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자신만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창작품이 아니던가, 힘이 있을 것이다. 작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위에 언급했던 교수가 했던 말이 또 생각났다. "요즘 시대에 등단을 해야만 시인인가, 시를 쓰면 시인이다." 미술계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현대미술에게는 돈을 발라 만들거나 인맥으로 만들어내는 작품들에게도 부여할 수 있는 세련된 해석이 존재하지 않던가? 그럴 수도 있겠지, 겸손한 마음으로 전시를 감상했다. 숭고하고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지 못한 눈알을 어루만진다. 작품보다 작가, 전시 제목에 마음이 가버리는 3류의 생각을 적는다.
"<나만의 보물을 찾아서: Secret Storage>전은 미술은행 소장품 중 주요 작품 120여 점의 아름답고 화려한 장르별 작업들을 엄선하여, 전시장 벽면과 수납장에 빼곡히 쌓아올려 밀도 있게 전시하는 개방 수장고 전시 형태를 소개합니다.
<나만의 보물을 찾아서: Secret Storage>는 미술관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수장고에서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듯이 관람객들에게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와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전시 소장품들은 작가들의 예술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적 작품 외 실험작들도 함께 선보임으로써 앞으로 미술은행이 나아가야 할 다양한 컬렉션 방향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가의 발견과 놀라운 공간의 체험, 현대미술에 대한 감수성과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할 것입니다."
현대미술에 대한 감수성과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전시의 요지는 정말 마음에 든다.
향유보다는 표류했던 현대미술의 취향에서 전시의 주제로만 묶인 작품들이 아닌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감상한다면 나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사진을 보다 얼마 전 방문했던 인테리어 편집샵이 떠오르는 건 불문에 부쳐야겠다.
1 ~ 7까지의 섹션으로 분리되어 있다. 하나의 큰 공간에서 불편하지 않게 감상을 돕는다. 좋은 연출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ps.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가 날 괴롭게 한다. 쌓아올려를 왜 계속 지적하는 것인가, 맞춤법 앞에서는 4류가 돼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