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뀐 일상 5
5월부터 고민의 연속이었다. 나의 첫 아이를 위해 첫 생일을 어떻게 챙겨줘야할까.
작년 11월에 비행기 표까지 예매 해놓으신 시부모님께 티켓을 취소하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아니면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가족들 만이라도 모여서 생일잔치를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 결국엔 한국가족에겐 돌잔치를 취소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드렸다
나와 남편은 두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래서 친척들이 모아놓았던 유아용품들은 모두 물려받았던 터라 우리 아이에게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하고 상태도 좋은 것들이라 너무 감사하게 잘 쓰고 있지만 내심 물려받은 것만 받게되는 아이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돌잔치 만이라도 멋지게 해주고 싶었으나 이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독일 엄마들은 어떨까..출산준비코스 프로그램에서 만난 엄마들의 채팅창에 물어보니 다들 이번 첫번째 생일은 근교에 사는 가족들만 초대해서 간단히 축하하기로 했단다.
근교에 가족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은 고민스러운 일이였고 그룹채팅의 엄마들과 아이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독일에 가족이 없는 나를 위해서 인지 오랜만에 다른 아기들도 함께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인지 다들 긍정적으로 수락했다.
현재까지 뷔르츠부르크는 20명 이하로 구성된 그룹의 모임은 제한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문제 될 일도 없기에 한국식 돌 잔치를 약식으로 준비하고 아기들을 위한 특별한 순서를 가지고 싶었다.
한복은 독일에서 육아하는 부모들의 커뮤니티에서 중고로 구매하여 당일에 입을 준비를 하였고, 떡도 냉동제품을 사서 손님용으로 준비하고 조금은 허술하나 돌상도 나름 마련해보았다.
손님으로 오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생각한 것은 핑거 프린트.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유아용 물감을 묻혀서 한 공간에 찍어내는 활동을 해서 손님 수 만큼 만들어보는 것으로 준비했다.
한복을 처음보는 독일 엄마들은 모자를 아기들의 머리에 씌워보기도 하고 재미있어한다. 떡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컸는데 치아에 쩌억 쩍 붙는 떡의 질감을 첫 맞이하는 사람들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닌가보다. 예전에도 그런 반응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고려하지 못했나 싶기도했지만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었다는데에 의미를 두었고 다행히 독일 빵집에서 케익도 준비하고 과일도 준비해서 아기들도 함께 먹고 즐기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우리 아들이 이 그룹에서는 제일 큰 형이기에 첫번째 돌을 맞이하는 엄마들의 마음도 한결 들뜬 상태였고 1 살 여남짓 자란 아기들의 발, 손가락 프린트 될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느끼는 듯 했다.
가장 즐거워 할 줄 알았던 내 아들은 이날 컨디션이 안좋은데다 낯가림은 최고조로 심해져서 아기들을 보고서도 칭얼칭얼 울고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세상 떠나가라 울어버렸다. 생일 그까이꺼... 아직은 잘 모르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였을까?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찍었던 사진, 그리고 이번 첫 생일 사진은 모두 세상 떠나가라 우는 모습을 남겨주는 우리 아들이 다음 생일 때는 어떤 모습을 남겨줄 지 기대감이 크다.^^
비록 한국에서 가족들이 오실 수 없었던 그런 돌잔치였지만 뱃속에서부터 친구였던 아이들, 엄마들과 모여 같이 음식을 나누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이 시간들도 나쁘지 않았다. 아기들의 탄생과 성장 순간순간을 함께 한 사람들과 맞이하는 생일이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