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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Aug 12. 2022

오랜만에 남의집을 가다.

여행 대신, 남의 집!

최근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오래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간 해외여행은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떠났던 핀란드였고, 그 이후에는 겨우겨우 제주도나 서울 근교를 다녀오고는 했다.


처음에는 속상했다.

가고 싶은 데 가지 못하는 속상함, 아쉬움, 화남, 좌절감.


그러다 나중에는 익숙해졌다.

1년에 적어도 한두 번은 나갔던 해외는 고사하고 제주도 마저도 주위 사람과 나의 건강을 위해 참게 되었으니.



그러다가 현재. 조금은 코로나가 나아지는 듯했다.

'어디로 떠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아직은,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의 가족과 직업 특성상 해외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해외여행을 제외하고는 주위 사람들과의 약속, 회식, 적당한 근교 여행 등 일상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부족하다.

떠나고 싶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남의집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오랜만에 들어간 남의집 홈페이지는 조금 낯설었다.

표면상 이전과 달라진 점은 적었지만 남의집이 무척 다양해지고 많아졌다고 할까?

잠깐, "남의집 프로젝트란?"
가정집 거실이나 개인의 작업실, 가게에서 취향과 공간을 공유하는 거실형 에어비앤비. 쉽게 말해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남의집 거실로 놀러 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플랫폼이다. 다양한 주제들이 진행되며 자신이 원하는 남의집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승인을 받으면 방문할 수 있다.
https://naamezip.com


예전에는 시내나 동네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남의집이 많았다면, 지금은 지역도 다양해지고 주제도 다양해졌다. 내가 남의집을 가지 않는 동안에도 많은 이들이 남의집을 방문하고 남의집을 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이 서울에만 국한되었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전국적으로도 많은 남의집이 열리고 있었고, 예전 남의집은 무언가 체험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가 명확했다면 지금의 남의집은 정말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낯선 이들과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조금은 심플한 주제가 많아진 듯했다. '아, 모두들 떠나지 못하는 대신 이렇게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나누고 있었구나.' 싶었다.




많아진 남의집 속에서 고민 끝 방문한 남의집은 동네 근처에 위치한 작은 집, 다규하우스였다.


호스트만의 감각이 돋보이는 작은 공간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 게다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방구석에서 즐기는 코스요리라니! 거창한 남의집이 아닌 소박하고 소소한 느낌에 더 기대가 되었다. 또한 행복했다는 후기가 가득하고 재방문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폭발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인기가 많은 남의집이라 오픈하자마자 마감이 된다는 이야기도 한몫했다 :)


오랜만의 남의집, 처음 가는 공간, 새로운 사람들. 낯선 기분이 오랜만에 긴장하게 만들었다.

조금은 머뭇거리며 벨을 누르고 들어간 공간은 포근했다. 여유로운 호스트분들의 안내를 받아 여자 친구분인 다은님의 감각이 가득한 공간을 조금 기웃거렸다. 다른 이의 사적인 공간을 이렇게 보고 있다니. 오랜만에 남의 집에 왔구나, 실감이 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나머지 게스트 분들이 도착하셨고 우리는 어색한 공기 속에 또 다른 호스트님 인규님의 코스 요리를 먹게 되었다.


맛있는 요리 덕분이었을까, 포근한 공간 덕분이었을까, 여유롭던 진행 능력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낯선 곳이라는 그 설렘과 낯 섬이라는 감정에 더 솔직할 수 있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처음 어색하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우리는 모두 여행을 떠나온 사람처럼 친해지고 있었다.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다은님, 요리에 진심이시고 여유롭던 호스트 인규님의 리드에 따라 우리는 금세 친해졌고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할 속마음을 이야기하고는 있었다. 중간중간 한 가지의 요리가 끝날 때마다 한 명씩 현재 가장 큰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는데, 누군의 고민이라고 할 것 없이 우리는 그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고 앞으로 함께 가고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낯설면서도 즐겁고 신나면서도 두려우며 그럼에도 모든 걸 열어 보일 수 있는 기분.

꼭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여행을 가, 게스트 하우스에서 처음 보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처럼.

아, 나 이래서 남의집에 갔었지!



오랜만의 남의집을 다녀온 후 한동안 마음이 충만했다. 꼭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누군가는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걱정할 수 있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 나와 맞지 않으면 어쩌지. 시간낭비 돈 낭비 감정 낭비만 할까 두려우니까.

 


어떤 모임이 다 그렇듯 호스트의 진행 능력, 함께 한 게스트들에 따라서 남의집 또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 번 이상의 남의집을 방문한 남의집 경험자(?)로서 남의집 프로젝트는 다른 동호회나 만남과는 다른 것 같다.


일단 카페나 대여 공간 등이 아닌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만큼 호스트님들이 모임에 진심이시고 준비를 많이 하신다. 자신의 공간에 스스로 초대한 이들이기에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살피고 배려한다. 그렇기에 호스트로 인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그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한 그저 사교모임이 아닌 어느 정도 명확한 주제가 정해져 있기에 전혀 다른 결의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며 또 다른 친구를 만들 수 있으니까. (또한 무조건 모임 이후에 뒤풀이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

그리고 아무래도 초대 전 자신이 신청한 이유, 프로필 등을 적어서 제출해야 하고 호스트가 이를 확인 후 초대가 확정이 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100%의 안전, 만족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플랫폼보다는 조금 더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하고, 나 또한 몇 년째 만족하고 있는 것은 위에 언급한 이유들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또 남의집을 갈 거고 가고 싶다고, 그리고 누구든 경험해보았으면 하기에!


*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남의집을 만나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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