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레!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 아니 잘하지 않아서 못하게 되었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릴 적 칼에 크게 베이는 사건이 있던 이후 칼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칼을 사용해야 하는 요리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재료 손질을 하지 못했으니까. 자취를 하지 않고 부모님과 살았기에 더욱더 요리와 가까워질 일은 없었다. 그저 있는 재료를 넣어 끓여먹거나 완성된 요리를 데워먹거나 하는 정도가 나의 인생에서 요리의 전부였다.
아니, 여행을 가거나 혼자 오래 집을 지켜야 할 때에 요리를 시도해본 적은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맛있는 레시피를 찾아가며 재료를 준비하고 긴장하며 손질하고 나름 레시피와 똑같이 요리를 해 보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른 맛에 실망하고 손을 놓아버렸고, 칼을 무서워한다는 핑계로 요리를 점점 멀리했다.
그렇게 요리는 나와 먼 이야기라고, 나에게는 밀키트와 배달이 있다며! 생각할 때 남의집 '오, 카레!'를 보게 되었다.
'카레'를 주제로 남의집이 열린다고? 궁금한 마음에 들어간 남의집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평소에도 카레를 좋아하고 즐겨 먹었지만, 카레에 강황만 들어가는 줄 알았지 다른 향신료가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카레에는 강황 이외에도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가고 실제로 내 취향껏 향신료를 조합도 해보고, 게다가 카레와 사모사를 직접 만들어본다니! (여기서 사모사란? 카레와 함께 곁들여 먹는 인도식 만두이다. 야채나 고기, 감자를 넣고 삼각형으로 빚어 기름에 튀겨 먹는다.) 궁금한 마음에 덥석 신청 페이지까지 들어갔지만 망설여졌다. 요리, 요리를 해야 하잖아.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며 신청 페이지를 들어갔다 나갔다 하다 보게 된 한 후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요리의 난이도가 라면과 볶음밥 사이 정도다." 라면이랑 볶음밥이라...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용기가 생기며 나도 모르게 신청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 요리를 하러 가게 되었다.
도착한 오 키친 스튜디오는 오뚜기의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노란색이 돋보이는 아기자기하고 밝은 공간이었다. 각 요리 테이블 위에는 나만을 위한 앞치마와 다양한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손을 씻고 앞치마를 메고 나니 꼭 요리 전문가가 된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함께 요리를 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향신료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아홉 가지의 향신료를 각자 탐색해보고 이름을 맞추는 간단한 퀴즈로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나름 향신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자부심이 무너져버렸다. 그나마 알고 있는 강황과 후추를 필두로 자신 있게 시작하였지만 이름도 모양도 향도 낯선 향신료, 향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낯선 향신료 등 결국 찍기 신공을 발휘하며 향신료에 대해 알아보았다. 호스트님께서 하나하나 우리가 알 수 있는 음식과 향에 빗대어 설명해주셔서 새롭고 낯선 향신료도 많았지만 즐겁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제 향신료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직접 요리를 해 볼 차례!
요리 시작에 앞서 긴장하고 있는 우리에게 (나 말고 다른 게스트 분들도 요리와 사이가 먼 분들이었다. :) 호스트님은 걱정 말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라며 용기를 주며 차근차근 시범을 보여주셨다.
재료 손질부터 불 조절, 볶는 순서, 예쁘게 플레이팅 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주셔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직접 사모사를 만들게 되었다.
긴장되는 오랜만의 칼질. 꼭 손을 자를 것 같아 긴장이 되었지만 호스트님이 알려주신 대로 손가락을 오므리고 칼을 가까이 잡아 바이올린을 키는 듯한 방법으로 차근차근 손질을 이어나갔다. 사각사각. 마늘과 양파가 나의 칼질에 따라 잘려나갔다. 중간중간 호스트님께서 돌아다니시며 혹시나 잘못된 칼질로 자르고 있다면 아이 걸음마를 가르치시듯 세심하게 바로잡아주셨다.
재료 손질이 끝났다. 이제 재료들을 차례대로 볶아야 한다. 레시피를 찬찬히 살펴보며 버터, 마늘, 양파, 고기 순으로 볶아준 후 카레 가루를 넣었다. 제법 맛있는 소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소는 만두피에 넣고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나름 그럴듯하게 나의 사모사가 완성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적당한 온도의 기름에서 튀겨주면 완성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사모사와 카레. (카레는 오뚜기에서 준비해주신 레트로 식품을 함께 하였다.)
너무 뿌듯했다. 이게 진짜 내가 만든 요리라고? 칼질도 무서워하던 내가?
뿌듯해하고 있는 나에게 호스트님이 말씀하셨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직 친해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요리랑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완성된 사모사와 카레를 맥주 한잔과 함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를 했다.
내가 나를 위해 한 요리라니. 먹는 내내 행복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요리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겠지만 스스로 요리를 멀리하던 나로서 너무나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금은 내가 요리와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행복해졌다.
요리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도 카레와 다양한 향신료를 알아보며 즐거울 수 있는 남의집, 요리를 어려워하고 멀리했던 사람이라면 요리와 더 가까워지며 용기를 가질 수 있는 남의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