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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준 Mar 01. 2023

삶을 의미보다도 더 사랑해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삶을 그 의미보다도 더 사랑하라고 알료샤가 말했다.


나는 줄곧 삶이 상당히 무용한것이라는 생각에 좀 취해있었다.


그런 생각은 꽤나 달콤하다.


3월 1일, 공휴일. 오후 5시 16분.


나는 삶이 참 의미가 없다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


네이버뉴스에선 말같지도 않은 젊은 여자를 두고 잘해라 그게뭐냐 시간 낭비만 줄곧 하고 있고,

유튜브에서는 손절해야 할 사람유형을 어느 미친듯이 현명한 작자가 나와서 알려주고,

다들 쉬는날인데도 쉬질않고 지껄인다.


뭐 그런 것들을 보고있으면, 그냥 그렇다.


의미같은 건 어디에도 없고, 다들 그렇게 살다가 죽고 그런거겠지.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인물을 이반이라고, 그러니까 카라마조프의 둘째 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허무주의자. 이반.


하지만 이반은 허무주의자가 아니다. 

내 생각에 그는 누구보다도 세상을 사랑하고 싶지만 크나큰 문제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주저하는 인물이다.

그는 정말로 정직한 사람이고, 용기있는 사람이고 현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뭣도 아닌 되다만 허무주의자이다. 


나에겐 알료샤만큼의 사랑도, 이반만큼의 긍지도 없다. 


그냥 잘나가는 편에 빌붙고 싶어하는 속물근성만 있을 뿐이다.


이 글은 누가 보면 짜증날법한, 비굴하고 찌질한 고백이다.


그래서 여기에 쓴다.


이 글만큼 내 본성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으니까.


이 글을 쓰면서도 참 의미없이 시간을 낭비한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도 다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딴 글을 보는 사람이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나쁘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도 내 브런치인데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다.

근데 또 좋은면을 보여주면 뭐하나, 싶고.


그렇게 자기 꼬리를 무는 뱀마냥 돌고 돈다.


나에 대한 의심과 자기검열과 비판과 꼬투리 잡기는 끝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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