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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컨리 Jul 02. 2020

정리정돈의 필요성

정리야말로 최소한의 노력이다.

"정리"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정리"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마음ㆍ생각ㆍ인맥ㆍ직장ㆍsnsㆍ통장ㆍ주식 정리 등이 있다. 정리는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고, 끝이 없기 때문에 인생을 사는 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 수많은 정리 중에 "물건 정리(정리정돈)"를 잘한다. 정리에 있어 우리 가족은 명확한 특징이 있다.

아버지는 "완벽주의자"이긴 하지만 정리는"꽝"이다. 일을 하실 땐 완벽하게 처리하신다. 일 처리에 있어선 꼼꼼하다. 일 처리 기준이 높아 주변 사람이 고달프다. 어머니에 비해 일하는 속도는 조금 느린 편이다. 집 안이든, 밖이든 주변 정리를 안 한다. 어머니가 거진 뒤처리를 다.

어머니는 뭐든 치우는 것(정리)을 잘한다. 일 처리는 가족 중 제일 빠르다. 집 안과 주변 정리 및 청소를 잘한다. 특히 치우고 청소하는 것이 몸에 각인이 되어 있다. 누군가가 어지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럴 때면 "잔소리 대마왕"으로 변한다.

나는 일 처리는 완벽에 가깝게 하지만 속도는 느린 편이다. 가족 중에 제일 느리다. 청소, 정리(정리정돈)를 잘해 잡일을 주로 한다. 어머니와 비슷하다.

동생은 일 처리는 빠르지만 주변 정리를 잘 안 한다. 아버지와 비슷하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부모님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나는 부모님께 반반씩 골고루 물려받았다. 처음부터 정리정돈을 잘한 것은 아니지만 몸속에 내재되어 있던 잠재력과 주변 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해 정리정돈을 잘하게 되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장난감을 사주 가지고 놀다 얼마 안에 싫증을 내 아무 때나 놔뒀다. 그럴 때 어머니한테 잔소리를 듣는다. 어머니는 정리보다 청소에 더 관심이 많지만 정리정돈을 너무 안 해도 머라고 하신다. 바깥에서 놀다 오면 신발 정리보다 발이랑 손부터 씻고 방에 들어가라고 하실 정도로 깔끔하신 편이다. 어머니가 말한 데로 하지 않으면 씻을 때까지 옆에서 잔소리를 하셨다. 조기 교육의 힘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 정리, 청소를 나름 잘하게 되었다.

군대에 들어가 정리정돈 능력이 더 향상되었다. 정리정돈이 잘 안되면 선임이 정신 교육, 얼차려(군의 기율을 바로잡기 위하여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비폭력적 방법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일.), 구타를 당했다. 이런 것들을 당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능력이 향상되었다.


10년 전 외사촌 남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 장례를 다 치르고 7일간 외삼촌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땐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드리기 위해 남아 있었다. 낮에는 혼자 빈둥거렸다. 저녁엔 삼촌과 술 한잔을 하며 슬픔을 함께했다. 며칠이 지났을 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집 안 청소와 정리 정돈을 시작했다. 청소는 금방 끝났다. 삼촌과 여동생 방을 정리했다. 먼저 여동생 방을 정리했다. 옷장을 열어보니 어수선한 상태였고 다 정리하니 2시간 정도 걸렸다.

다음으로 삼촌 방을 정리했다. 장롱에 있는 옷과 이불을 정리할 거와 버릴 거를 구분하기 위해 다 끄집어내었다. 버릴 거는 삼촌이 오시면 오퍼를 받아 버리기 위해 따로 두었다.

내 몸속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과 군대에서 배운 정리법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꼬박 하루의 시간이 걸렸다. 내가 집으로 가기 전날 외삼촌과 함께 죽은 남동생의 방을 정리했다. 참 기분이 묘했다.

정리(마음의 정리, 방 정리정돈)라도 해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후로 외삼촌은 두 번 이사하셨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되어 방 정리를 도와드렸다. 내가 정리한 것에 대해 만족하셨다. 정리정돈은 힘들었지만 가슴이 뿌듯했다. 잠깐 이었지만 취직이 안돼서 수납정리 전문가가 되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재작년에 일을 하다 다쳐서 회사를 그만뒀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상과 부모님에 대해 분노와 원망을 다. 부정적인 생각을 했고 안 좋은 감정을 표출했다. 하루하루 치료를 받으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우연한 기회로 독서를 시작했고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공부했다.

뭐든지 간에 꾸준히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도중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다. 뭔지 모를 장벽이었다. '슬럼프'였다. 열정이 식어갈 때쯤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었다. 내용 중에 끌리는 대목이 있었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 삶은 내방 정리와 같다. >


속는 셈 치고 내방 주위를 둘러봤다. 생각보다 방이 지저분했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정리정돈을 해봤다.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무조건 방 정리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막혀 있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슬럼프를 극복했다. 주변의 도움도 받아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온갖 고난과 역경이 존재한다. 내방과 같이 어지럽혀져 있다.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 정리를 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것부터 정리해보자. 방을 정리하듯 혼란스러운 것들을 정리하고 뭐라도 시작해보자. 그럼 말끔히 정리된다.




"정리정돈"을 할 땐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하자.' 고민하는 순간 하지 않는다. 물건을 정리할 때 꼭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3년 이상 지난 것은 과감하게 버리자. 아까워 들고 있어도 서랍 속 깊숙한 곳에 고이 모셔뒀단 사실도 모르고 산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방치해 기억에서 사라진 물건이 된다.

특히 옷은 과감하게 정리하자. 일주일만 본인이 어떤 옷을 입는지 잘 관찰해보자. 꼭 입는 옷만 입는다. 패션 피플이 아니면 철 지난 옷은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어지럽혀져 있는 '사물과 정신'의 정리는 버리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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