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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컨리 Jul 05. 2020

38년 동안 강아지 이름이 "메리"였던 사연

"똥개"라고 무시 말라.


나는 25년 된 주택에 살고 있다. 주택이기 때문에 마당이 있다. 거기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놈'이 있다. 아마 우리 집에서 제일 호강을 누리고 있는 녀석일지도 모르다... 아니다!! 어찌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


< 우리 집에 같이 살고 있는 녀석을 소개한다. >

한글 이름: 메리, 영어 이름: Merry, 나이: 7세,

국적: 대한민국 부산, 성별: 수컷,

결혼 유무: 교배를 못한 모태 솔로,

종: , 혈통: 똥개.


눈치챘겠지만  마당 한켠 개를 키우고 있다. 집안에서 키워보려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절대로 집안에서 키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가 깔끔하시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어지럽히는 것도 감당이 안돼 스트레스를 받으시는데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언감생심 바랄 수 없다.


난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다. 특히 새끼였을 땐 더 좋다. 어떤 동물이나 새끼일 땐 귀엽고 이쁘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마당에서 개를 키웠다. 우리 집은 강아지를 키우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집을 지키고, 잔반 처리를 하기 위해 키웠다. 상식적으로 집을 들어가지 전 거치는 것이 있는데 우리 집은 그게 없다. 특이하게도 대문이 없다.(제주도 출신도 없는데...) 집을 짓다 돈이 없어 대문을 못 달았다고 한다.


< 15년 전 모습. >


그래서 개를 키우신듯하다.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도둑이 들었는지, 손님, 가족들이 오는지 알 수 있었다. 이때까지 키운 개들은 제 몫을 다했다.(도둑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가져갈 것도 없지만...)


내가 1살이 되고부터 우리 집 앞마당을 거쳐간 개들의 수는 대략 7마리 정도이다. 6마리가 똥개고, 1마리만 혈통이 있었다. "콜리"라고, 어릴 적 TV에 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다. 7마리 중 특별히 기억나는 개들이 3 마리 있다.

맞다!! 이때까지 기르는 개 이름이 전부 다 "메리"이다. 할아버지가 메리로 부르기 시작해 그때부터 하나 같이 "메리"로 불려졌다. 부르기가 메리만큼 편한 건 없는 듯해서...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다 "누렁이"로 불렀다고 한다.


< 첫 번째 개 >

정말 똑똑했다. 키운 개들 중에 체구가 제일 작았지만 영민했다. 성질도 좀 있어 모르는 사람을 보면 미친 듯이 짖었다. 집을 확실이 지켰다. 메리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늙어서 죽었다. 우리 집 옆 텃밭에 묻어주었다고 한다.


< 두 번째 개 >

'콜리'라 불리는 개다. 키운 개 중에 제일 덩치도 컸고 몸값도 비쌌다. 메리는 역시 마당에서 키웠다. 애완견이라 사람 손이 많이 갔다. 같이 놀아줄 땐 괜찮다가 집으로 들어가면 "끙끙 앓는 소리"를 내어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었다. 나도 방에서 키워보고 싶었지만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 달도 되기 전에 누가 훔쳐갔다. '정말 슬펐다'가 아니고 '아까웠다.' 교배를 해 새끼를 낳아 분양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개도둑이 들어 훔쳐갔다.(도둑이 한 번 들긴 했다. 메리가 도둑이 들었으면 짖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납치를 당했다. 순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 세 번째 개 >

분명 '떠돌이 개'였을 거다.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들어와 기존에 살고 있던 강아지 밥그릇에 있는 밥을 자기 꺼 마냥 먹으면서 눌러앉은 강아지다. 할머니가 불교인이시라 미신에 민감하셔서 키웠다.

집 안으로 들어온 개가 복을 가져다준다나 머라나... 암튼 이 녀석은 식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들어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머니와 내가 밥을 주면 일단 지 밥그릇에 있는 밥을 다 먹고, 기존에 있던 개밥을 먹으려고 지랄 발광을 했다. 흥분하면서 밥그릇에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래서 기존 '메리(1)'가 나중에 들어온 '메리(2)' 때문에 밥을 잘 못 챙겨 먹었다. 항상 밥그릇을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근데 문제는 메리 2 가 힘도 좋았다. 강아지 집을 끌고 가서 먹는 것이 아닌가... 기가 찼지만 그렇게 먹는 게 웃기기도 했고 귀여웠다.

'메리 1'은 첫 번째 개다. 밥을 못 먹어서 죽은 게 아니고 늙어서 죽었다. '메리 2'는 개집 근처에 아버지가 잡초를 없앤다고 풀약을 쳤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풀약이 뭍은 잡초를 먹어 약물에 중독돼 죽었다.(알고 보니 어머니가 강아지 밥을 모르고 깜박하셨다고 함.)




마지막 "개"는 지금까지 살고 있다. 7년을 함께하고 있다. 이 녀석은 먹을 거에 있어 호강을 누리고 있다.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 닭고기(뼈를 발라서 줌.), 계란 등을 밥과 섞어서 준다. 맨날 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통으로 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먹고 남는 것을 준다. 내가 안 먹고 줄 때도 있다. 이런 것들만 먹어서 그런지 그냥 밥은 잘 먹지 않는다. 나와 아버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는 그걸 보시고 잔소리를 한다. 개가 사람보다 더 잘 챙겨 먹는다고 말하신다. 어머니가 굶으면 아무거나 먹는다고 점심에는 개밥을 주지 않는다. 이 녀석의 촉촉한 눈동자를 보면 머라도 주고 싶어 진다. 어쩔 수 없다. 

요즘 자주 짖어서 시끄럽긴 하지만 자기 몫은 잘하고 있다. 밖에서 살지만 식구나 마찬가지라 생각해 잘 챙겨주고 있다.

20년 전부터 우리 집 개들은 목줄에서 해방될 수 없다. 개집이 부모님 방 앞쪽에 있다. 20년 전에 개목걸이를 풀어줬다가 다시 채웠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개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원래 '똥개'들은 막 풀어주고 해야 되는데 답답해서 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버지가 시끄럽다고 목줄을 절대 풀어주지 않게 되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되듯이 개도 우리 집 법을 따랐다.


요즘은 "반려 동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개, 고양이들이 집집마다 함께 살고 있다. 특히 개들이 많다.

사람들이 왜 개를 키우고 있나? 에 대한 답은 다양하다. 혼자 살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 지인이 줘서 키우는 사람, 운명적인 만남으로 키우는 사람, 눈이 보이지 않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지인이 키워라고 줬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집을 지키기 위해 키우고 있다.


https://brunch.co.kr/@choijh0309/77




요즘 뉴스에 '개'에 물려 죽는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목줄과 입마개를 안 해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아지는 가족과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도 사회에서 지켜야 할 게 있으면 지켜야 한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특히 밖에 나갈 때는 더 조심해야 된다. 우리 집 개는 순해서 안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형욱 동물 훈련사는 "개를 밖에서 키울 거면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우리 집 개는 밖에서 키우기는 하지만 풀어놓지는 않는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개목걸이를 채웠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집에 사람들이 놀러 와 개를 만져보고 싶다고 하면 물 수도 있으니 보기만 하라고 말한다. 가족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래도 위험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인식했으면 좋겠다. 개를 키우는 것은 좋지만 잘 알아야 된다. 그래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반려견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UWKU_v318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7050803031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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