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은 괜찮은 선택일까?

ROTC를 할까요? 아니면 병사로 군 복무를 할까요?

by 창업하는 선생님

존경하고 내가 속한 처부의 장이었던 ROTC 출신 간부님께서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전역이 예정되어 있다. 많다면 많을 나이 적다면 적을 나이에 장교는 자신의 청춘을 바친 조직에서 나와 다른 길을 찾아가게 되었다. 요즘 시대 보기 드문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그 행보에 더더욱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대한민국 남성은 30대 초반에 경제력이 꽃을 피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 시작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나이인데 자신은 전역에 때늦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비교에 의한 고통은 상상 이상이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길을 향해 나아가는 ROTC, 3 사관학교의 장교들이 내 주변에 너무나도 많았다. 그분들의 군번을 확인하니 전역을 앞둔 내 처부장과 1~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당직근무를 설 때면 그분들도 자신의 인생의 2막을 위해서 다른 길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평생직장으로 한 곳에 머물면 좋을 것 같다만...


왜 우리 간부들은 이런 전역의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강제되는 재취업, 쉽지 않은 재취업


장교들이 전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군대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인 '근속정년'과 '연령정년'의 존재 때문이다. 현재 전역을 준비하는 간부들의 계급은 대위이고 대위의 근속정년은 15년이다. 보통 장교는 만 23세 임관을 하므로 근속정년 제도에 따라 만 38세에 전역을 해야 한다. 군인연금 수령을 위한 19년 6개월 근무에 턱없이 부족한 근무 기한이다. 진급을 한다면 이런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된다고들 하지만 육사 출신을 제외한 학사장교, ROTC,3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진급의 길은 너무나도 가냘프다. 만약 실낱같은 가능성을 돌파해 소령 진급에 성공한다고 해도 '연령정년'에 따라 45세까지만 근무가 가능해 그나마 군인연금 수령이 가능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45세에 소령 계급과 비슷한 임금과 대우를 받을만한 곳으로 이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육사 출신을 제외한 장교는 30대 초반 소령 진급에 실패하게 된다면 전역을 강요받게 된다. 어차피 더 늦게 진급을 해 소령을 달아봤자 45세에 전역을 해야 하고 진급만 바라보고 몇 년 더 군 복무를 해봤자 점점 재취업의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지고 모두가 이직을 하거나 퇴사하는 우리 시대에도 군인의 재취업은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특히, 사기업 채용을 목적으로 한다면 직업군인은 최악의 선택이다. 군대 내부에도 다양한 병과라는 것이 존재하고 기업에게도 매력적인 직렬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다. 하지만 인사, 통신, 재무 등등 하지만 병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투병과인 보병, 기갑 등은 그 가치가 사회에서 퇴색될 뿐이다. 비전 없는 직군, 미래가 어두컴컴한 학과에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고 취업문을 두들기는 것과 같다. 대위로 진급할 정도로 군생활을 오래 할 정도이면 ROTC, 학사 장교 같은 경우는 졸업 후 최소 5년 이상 군 복무를 했다는 것인데 그때에 전공지식이 머릿속에 존재할리 만무하고 3 사관학교 같은 경우 취업에 가치 있는 유의미한 전공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재취업에 더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30살 초반의 나이... 기업 채용에 있어 나이 제한이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30 초반의 인물을 뽑는다면 경력직을 기업이 선호하지 관련 직무 경험이 없는 군인을 과연 뽑을까 싶다. 이런 상황 사기업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면 전투병과 군인은 자신의 20대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눈을 낮추고 월급도 낮추고 30대에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맨땅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군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경찰 공무원, 소방 공무원이나 군무원으로의 진로도 있다. 군 장교를 위한 특채 전형이 존재한다고 듣기도 했었다. 실제로 토익을 공부하거나 나에게 공부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시는 걸 보면 전역을 대비하는 간부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5년 이상 공부를 놓은 손으로 한창 머리 잘 굴러가는 대학생, 취준생들과 경쟁한다면 배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장교 전역 후 부사관으로 재입대를 하는 방법도 있다 / 출처 : 이데일리


그렇다고 이 직업군인이라는 직업이 업무시간 이외에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할 시간이 충분하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매달 일정 횟수 이상 서야 하는 당직근무는 당직 근무 하루뿐만 아니라 다음날에 취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튿날의 시간을 소모시켜야 한다. 우리 부대 기준으로 간부는 한 달에 3~4회의 당직근무를 선다. 한 달 중 대략 일주일의 시간이 날아간다는 뜻이다. 유격 훈련, 혹한기 훈련, ATT 같은 훈련의 존재는 간부들이 퇴근도 하지 못하고 평일의 대부분을 병사들과 같이 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터지는 사건사고, 상황들은 간부들이 저녁과 주말에 가족들과 즐거운 데이트를 해야 하는 와중에도 출근할 것을 강요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은 존재한다.


희망적인 부분은 그래도 장교가 대한민국 남성이 돈을 모으는 보편적인 방법들 중에서 빠르다는 부분이다.


의무복무 후 전역하는 가장 흔한 케이스인 ROTC 장교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ROTC 의무 복무기간은 28개월

소위 1호봉 : 월 170만 원 x 12개월 = 약 2000만 원.
중위 1호봉 : 월 190 x 12개월 = 약 2250만 원.
중위 2호봉 : 월 200 x 4개월 = 800만 원. 거기에 퇴직금도 약 500만 원 정도가 나온다.

ROTC 근무한 친구와 현재 우리 중대장님이나 다른 ROTC 장교분께 물어보니 수당으로 월 +30만 원 이상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하신다. 그러면 훈련기간이나 전역 전에 휴가 가는 기간을 대충 빼도
수당 : 22개월 x 30만 원 = 약 660만 원.

상여금 군 복무 기간 동안 대략 본봉 x4의 돈을 받기 때문에 약 680만 원

다 합치면 실수령액은 약 6900만 원

한 달에 생활비로 100만 원씩 사용한다고 치면

의무복무 기간 중 저축 예상금액 : 6900-2800=4100만 원



의무복무 기한을 넘어 이번에 전역을 준비하는 간부님과 같이 30대 즈음에 전역할 정도로 4년 연장복무를 경우


위와 비슷한 방법으로 계산해보니 연장복무 기간 동안에만 실수령액은 1억 7000만 원

생활비로 100만 원씩 사용한다고 하면 연장복무 기간에만 예상 저축액은 약 1억 2000만 원

퇴직금 대충 듣기로는 3000만 원가량(확실하지는 않음 더 많을 가능성이 높음)


4년 연장복무 기간 동안 저축 예상금액 : 약 1억 5000만 원


의무복무 기간과 연장복무 기간 저축 금액을 합치면 30대 초반에 1억 8000만 원 정도 시드머니를 모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계산이 틀리고 세금 등을 고려해도 1억은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병과 ROTC간부와 비교해보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단순히 계산해도 일반 병사가 18개월 동안 40만 원씩 저축하고 요즘 국가에서 제공하는 군인 적금에 이자를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해야 1000만 원의 돈을 저축하고 나온다.

복무기한 차이: 28개월 - 18개월 = 10개월.
저축액 차이: 4100만 원 -1000만 원 = 3100만 원.

간부 생활로 군생활을 한다면 10개월 동안 3100만 원을 저축한다. 밖에서 기술 없는 20대 초중반이 10개월에 3100만 원을 벌 정도의 알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돈임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ROTC의 제도 중 장학금을 지원받고 그 기한만큼 군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과 군인의 특성상 관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줄어드는 주거비용, PX, 사치가 필요 없는 업무 환경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직업군인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정리...


전공을 살려 대기업이나 사기업 취업이 목표 : 연장복무나 장기복무는 할 생각은 하지도 말고 4100만 원가량의 돈만 챙기고 전역하거나 사병으로 빠른 전역하는 것을 추천!


진로에 고민이 있어 연장복무 및 장기복무를 신청할 경우 : 군 복무 중에도 공인중개사와 같은 경쟁력 있는 자격증 준비, 공시 준비 등 이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할 것! 혹은 군생활이 적성에 맞고 군계일학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부대장님처럼 ROTC 출신으로 중령으로의 진급을 향해 나아가기.


공무원 시험이 목표였거나 젊었을 때 시드머니를 끌어모아 자신만의 사업을 일구거나 재테크가 목표 : 직업군인은 탁월한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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