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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Sep 30.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명절이란.....


결혼 전 명절은 그냥 쉬는 날.... 좋은 날


결혼 후 명절은..... 휴... 한숨부터 쉬고..


결혼 후

명절을 맞이한 나는 낯선 감정에 당황했다.

당연히 우리 집에 있어야 할 내가

낯선 집에서 내 부모님 아닌 남의? 부모님과 음식을 준비하고 심지어 설거지를 몇 번이나 하네?

입양되어서 낯선 집에 내던져진 느낌???

나는 왜 우리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지?


아니 낯선 집에 식모 살이??

나름 공부한답시고 집안일 안 해보고

엄마. 숙모들이 한 음식을 날름 받아먹기만 했던  새댁에게 던져진 폭탄 업무들...


한 15년은 명절이 너무너무너무 싫었다.

만약 대통령후보가

명절을 없애자고 공약한다면 여성의 표는 다 받을 수 있을 것.... 공약 진심으로 원함ㅋㅋ

이유를 대라면 수백 가지가 넘는다.

시댁이 바로 옆이라 차가 막히는 고생은 안 하지만

차라리 차 안에서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고 싶을 때가 있다.


제사가 없지만 그 못지않게 많은 음식을 하는데 물론 준비는 어머님이 다 하시지만 그걸 같이 만들어내고 있자면 안 하던걸 해서인지 몸이 얼마나 아픈지...


1. 어머님의 엄청난 음식량과 그걸 삼시세끼 먹는 것. 제사는 없지만 준비하는 음식량이  손이 작은 내겐 충격과 공포


2. 설거지 무한 반복

남편과 음식 준비는 같이 하지만 설거지를 하라고 말을 하기가 왜 미안했던 거지?


3. 설거지 후 쉴 틈 없이 바로 과일 깎기. 남편아 눈치껏 과일은 좀 깎아라.


4. 내 집이 아닌 곳은 불편. 화장실 쓰기도 애매하다.


5. 시누이 가족 기다리기. 아주 인품 좋은 멋진 시누이지만 기다리면서 심술이 난다.


6. 같은 이야기 몇 십 년째 듣기. 시아버님의 어릴 적 가족사를 이젠 다 외웠는데 매년 들으며 처음 듣는 것처럼 리액션 하기


7. 편하게 눕고 싶은데 끊임없이 움직이시는 어머님을 따라다니며 보조하기. 지금은 그냥 어머님이 뭘 하시던 힘들면 누워버린다.


지금은 나이가 드니 명절은 맛있는 거 먹고

부모님 용돈 두둑이 드리는 좋은 날로 자기 암시화되어 버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내가 바라는 명절은 아니. 우리 자식들의 명절은 이랬으면 한다.


1. 굳이 명절에 만나지 말고 각자 연휴를 보낸다. 여행을 가든. 쉼을 하든.


2. 굳이 만나야 한다면 명절 전 후로 만나서 식사 1번 하고 끝.


3. 제사는 없애고 간단한 과일과 포를 준비하여 성묘로 대신하기

나는 내 자식이 고생하며 제사 지내기보다 그날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형제들과 간단히 차나 식사를 하며 만나기를 원해 본다.


이미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이 없어진 듯하다.

사실 나에겐  시댁식구들이 모두 좋으신 분들이라 사람에 대한 힘듦은 없고 명절노동에 대한 고달픔이 크지만

가족 간의 갈등이 명절에 폭발하여 가족불화로 이어진 경우를 많이 봤다.

내가 외며느리라는 것이 너무나 고마운게 솔직한 마음이다.

동서간의 갈등은 우리 엄마나 시어머니나 피해가지 못한 것이니...


명절이라는 명목하에 억지로 모여진 가족들은 각자의 불만과 불평이 정식으로 대치하게 되고

신구간에 갈등과 가치관 차이가 더해져 서로 상처만 남기고 남보다 못한 관계로 되어버리는

슬픈 명절의 모습이 너무 많다.

이젠  누군가의 희생이 강요되는 게 먹히지 않고

개인의 행복이 침해당하면 가족의 행복도 있을 수 없는 것.

각자 현명한 명절을 고민하고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


 명절만 되면

싱글들이 그렇게나 부러울 수가 없다.

그 긴 연휴를 얼마나 재밌게 보낼 수 있는데

이런 기름 냄새에 찌들어야 하는가...

명절만 되면 나는 솔로이고 싶다.

무한 반복.....

이럴 땐 금융치료가 시급...

평소 사고 싶은 쇼핑리스트 결제..


이번 추석에  딸이 설거지를 한다고 해서

그래 해라 했더니

하고 나서  너무 힘들어....


딸아. 그게 명절의 순한 맛이야.

매운맛은..........직.....

그냥 엄마랑 쭉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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