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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오 Jun 05. 2021

애타게 기다리는 배란

인생퀘스트


기초체온의 체크는 임신을 기다리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이야기이다. 난임 병원에 방문해 첫 진료를 받을 때부터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이 기초체온 체크다. 머리맡에 기초 체온계를 두고 자야 하고 눈뜨면 바로 혀밑으로 체온계를 넣어 5분을 물고 기다리면 된다. 이전 병원에서는 따로 표를 만들어 체크하진 않았지만 난임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만든 표에 체크를 해서 기록하도록 했다. 매일같이 꾸준히 체온을 체크하고 기록한다는 게 간단하고 쉬울 듯하면서도 어렵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루틴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늘 36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하루 걸러 하루 아니면 매일 병원에 다녀왔다. 기본적인 검사도 있지만 계속 배란에 문제가 있어서 지켜보는 것도 있었다. 병원에 다니는 첫 달 동안은 그냥 지켜본다 하여 지나갔고 그다음부터는 잘 자란다는 오른쪽 난소의 난자를 지켜보며 자연임신을 시도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거의 매일 병원을 들락거렸다. 그때마다 민망할 정도로 일찍 진료가 끝났다. 1분이 체 걸리지도 않았다.

- 혹시 직장 다니시나요?

- 아니요 쉬고 있...

- 아 그럼 내일 한번 더 오시죠

- 오늘은 이게 끝인가요?

- 네 내일 보고 얘기하죠.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체온 체크를 하고 배란테스트기를 꺼내 들었다. 체온은 낮고, 배란 테스트의 숫자도 2.0으로 낮았다. 분명 초음파에서 난소의 크기는 1.8로 찍혔는데 말이다. 진료실에 들어가 들은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 어제와 오늘 사이 배란은 이미 돼버렸다는 것이다. 배란테스기도 무쓸모인 건지 배란 날이 다가오면 하루에 두세 번 하기도 하는데 수치 변화 없이 배란되어버렸단다. 뭐지...

선생님은 약간 당황하며 일단 오늘 서둘러 숙제를 해보라는 말과 함께

- 담달엔 임신 시도를 할 거예요.

- 임신 시도라 하면요?

- 이제 약을 써서 한다는 거예요. 난소 기능이 떨어지니 서둘러서 해야 돼요. 다음에는 인공수정을 한번 해볼게요.

- 성공 확률은 시험관이랑 비교해서 어떻게 되나요?

- 인공수정은 10-15% 정도?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자연적으로 되는 거라 그렇지만 시험관 아기는 수정을 시켜서 잘되는 위치에 놓아주는 거라 성공률이 높아져요.

- 그럼 바로 시험관 아기를 하는 건 어떤가요

- 저도 사실 그걸 더 추천드리고 싶긴 해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가면서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그리고 바로 시험관 시술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낮은 확률이라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허비해버리는 게 매우 비효율적이라 생각되었다. 빠른 결정에 선생님도 놀랬는지 약간의 농담과 다른 잡다한 긴 대화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분은 따라 나와 정부지원대상자에 해당되는지 다음 내원 때까지 알아와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래야 진단서를 받아 신청이 가능하다고 꼭 보건소로 전화해서 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병원에 있는 상담실로 가서 시험관 시술과 관련된 궁금한 점과 설명들을 듣고 집으로 향했다.

큰 병원의 장점이라면 모든 게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어 전문적인 것들을 따로 집중적으로 설명 듣고 필요한 부분들은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돌아다니는 시간과 기다림의 연속이 된다는 점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상담실에 갔을 때도 설명하나 듣기 위해 20분 넘게 다시 기다려야 했다. 상담의 주 내용은 시험관 시술의 비용과 진행과정이었다.

- 시험관은 많이 들어보셔서 잘 알고 계시죠?

라는 첫마디에

-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

라는 멍. 청. 한. 대답을 했다. 상담하시는 분이 말하는 '잘'에 얼마나 부합돼야 하는지도 의문이긴 했다. 겁이 많고 소심한 나는 흔히들 가입하는 시험관 관련 카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걸 보며 먼저 한 분들의 후기를 보고 아픔을 대리 경험하면서 미리 겁먹고 싶지 않았던 게 큰 이유이다. 물론 모든 걸 미리 알고서 한다면 어리바리 하진 않겠지만 모든 내용들이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니 나의 경우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생각했다.

상담하시는 분은 속사포로 소요되는 비용부터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무엇보다 금액적인 내용이 많았다. 전체 비용에 추가적으로 검사하면 비용이 발생되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유전자 이상 검사인데 먼저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하고 진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의료보험의 적용으로 나이에 따라 배양된 수정란의 개수가 차이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몇 개월 차이로 3일 배양은 2개, 5일 배양은 1개밖에 이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산율도 저조한 마당에 애를 낳겠다는데 나라에서 왜 막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다태아가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는 하나 의술의 발달과 정책이 거리가 있어서 답답했다. 조급한 난임부부의 속은 더 조급히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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