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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오 Mar 21. 2021

결혼과 함께 시작한 임신 준비

인생퀘스트

산전 기초검사와 예방접종

결혼을 한다고 해서 다음 퀘스트가 임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선택지는 다양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충분이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결혼 또한 인생에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퀘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결혼이라는 인생 관문을 선택해 지나왔고 이후에 눈앞에 놓인 다양한 갈림길에서는 임신의 길을 선택했다.

결혼 전, 남편과 아이를 낳자 낳지 말자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 나눈 적은 없다. 단지 서로 비혼 주의도 아니었고, 딩크 부부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 사람과 결혼하면 언젠가는 아기 낳고 살겠지.'라 생각했다. 조금 더 '음? 우리에게 아기?'라고 꿈꾸게 되었던 건 결혼 준비하면서 했던 '신혼부부 건강검진 서비스'가 컸다. 신혼부부 건강검진 서비스는 신혼여행 가기 전에 맞아야 하는 살면서 놓친 예방접종을 알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이 서비스가 금액 부담 없이 몸상태를 알아보기 적당할 거라 생각되어 얼른 보건소에 신청했다. 구청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것이고 의도 자체가 저출산 대책으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의 일환이라 산전 기초검사라 보면 되었다. 둘 다 30대 중반이니 걱정도 되었었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서 순조롭게 출발하는 느낌도 들었다.

소변검사와 피검사, 간단한 혈압측정 등 비교적 간단하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영양제 먹기


건강보험공단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이 나왔지만 산부인과 가는 것도, 그 이상한 의자에 앉아 검사받는 것도 싫어서 받아오지 않았다. 산전검사를 받으면서 겸사겸사 인근 산부인과에 들려 검사를 받았다. 처음으로 자궁 초음파 검사도 받았다. 그 느낌은 참.. 하.. 그렇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맞았냐고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 30대 중반인데 너무 늦은 거 아닐까요? 맞아도 소용도 없을까 봐요. 부작용도 걱정되구요.

선생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늦었다 생각되어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남편도 의무는 아니지만 권장한다고. 사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유일하게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암이라고. 그렇지만 그 가격이 어마무시했다. 한번 맞는데 보통 18-21만원 선이라고 했다. 세 번이나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인지라 금액적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었다.

검사 후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지만 검색창으로는 정확한 가격을 알 수가 없었다. 집 주변 산부인과 몇몇 곳에 전화해 물었었는데 여렴 풋이 알던 가격처럼 실제 가격을 들으니 어이쿠야 싶더라. 그 와중에 남편이 청량리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아 3번에 45만원인 곳을 알아왔고 그 길로 달려가 1차 예방접종부터 남편과 시작했다. 집은 관악구에 있는데 청량리까지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거기 가는 기름값이면 그냥 동네서 맞겠다 농담 반 진담 반 놀려댔다. 90만원을 결제하며 돌아오는 길에 건강을 유지하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는 말을 하더라.

그리고 엽산도 직구로 구매했다. 관심이 쏠리니 검색하는 창들에 연관으로 영양제들이 떴다. 그중 엽산이 떠서 뭔가 했더니 아이의 신경관 결손에 영향을 끼친다는 거다. 천연이니 합성이니 논란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런 많은 것 따지지 않고 천연제품으로 질렀다. 논란보다 일단 먹고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이 나에게 더 큰 안도감을 가지게 했다. 과정들이 계획한 것 없이 어설프고 얼렁뚱땅 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결혼과 함께 미래의 우리 아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발 들인 배테기 세상


나보다 한해 먼저 결혼한 친구는 아이 갖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결혼해 신혼여행을 갓 갔다 온 나에게 배테기를 사서 미리미리 체크하라고 일러주었다. 다이소에도 판다는 말에 퇴근길 집 근처 다이소에 들려 한통을 사는데 무슨 죄지은 사람마냥 민망하고 어색했다. 하루에 한 번씩 데이터를 쌓아나가는데 배란기가 되면 임신선 두줄처럼 색이 진해져간다고 했다. 어플이 있어서 사진으로 찍으면 판독해 수치로 까지 보여줬다. 고등학교 때 배운 기억을 대충 더듬어 감으로 이때가 배란기려니 했던 것과 달리 세상은 참으로 좋아졌구나 싶었다.

꼬여버린 생리주기와 함께 테스트하는 배태기들의 숫자는 영 신통치 않았다. 몇 달동은 배태기를 붙잡고 테스트를 해도 남 들은 배란기 9까지 숫자가 나온다는데 나는 도통 6,7 높아도 8정도에 머물렀다. 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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