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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

-넥서스, 호모 데우스, 사피언스

by 박종옥





단체 톡방에 한 장의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세 살 아이를 스무 살 성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인공지능은 다소 평범하고 통통한 청년의 얼굴을 생성했다. 게다가 사진 속 그는 내복을 입고 있어, 기대했던 근사한 20대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엄마는 실망과 당황이 섞인 심정으로 “뒤지고 싶냐?”라고 반응했다. 인공지능은 무슨 잘못인지 되묻고, 불편한 점을 알려주면 돕겠다고 답했다. 우리는 그 대화를 보고 한바탕 웃었지만, 웃음 뒤에는 묘한 불편함이 스며들었다.


세상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챗GPT 같은 도구는 정보를 분석하고, 창작을 돕고, 음악을 만들며, 심지어 학습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몇 초 만에 미래의 얼굴을 보여주니, 그 편리함이 경이롭다. 하지만 동시에, 이 변화가 주는 두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와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가 맞이할 미래를 경고한다. 컴퓨터가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까지 침범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이 변화를 반기기만 할 수 없게 된다.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새로운 질서를 이렇게 설명한다.
"컴퓨터들끼리 상호작용하는 컴퓨터로만 연결된 사슬이다. 인간은 여기서 배제될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다."


인공지능은 이미 수많은 지식을 흡수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컴퓨터는 알고, 심지어 가짜 정보조차도 우리가 구분하지 못하면 그대로 믿게 된다. 인간보다 똑똑한 존재가 되어버린 컴퓨터는 언젠가 인간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넥서스』에서는 컴퓨터를 ‘새로운 인간’으로 규정한다. 과학 소설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오싹하다.


발전은 분명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AI가 네트워크를 장악한다면, 세상은 하루아침에 멈춰 설지도 모른다. 개인의 정보가 해킹당하고 자산이 순식간에 사라지듯,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바꾸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넥서스』에서는 “컴퓨터는 인간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있다. 즉 인간을 인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인류가 역사의 주도권을 잃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전망을 내놓는다.


세상은 이미 우리에게 묻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우리는 배우고 깨닫지 않으면 도태될 뿐 아니라 지배당할 수도 있다. 발전을 반기되,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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