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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다시 묻는 시간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by 박종옥





찰스 핸디는 말한다.


“부디 충만하고 보람 있는 삶을 즐겁게 살기 바란다. 그리고 이 땅을 떠날 때 미처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며칠 전 《후회의 재발견》을 읽으며 스쳤던 생각들이 되살아났다. 후회란 이미 지나간 일에 머무는 감정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다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러나 어느새 어제의 습관과 태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몇 달 전 읽었던 니체의 ‘영원회귀’사상이 지금의 현실과 겹쳐진다 . “오늘의 이 삶이 내일도, 그다음 날도 끝없이 반복된다면, 과연 긍정할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 멈춰 선다. 지금의 삶은 충분히 긍정할 만한가. 하고 있는 일은 진정한 의미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새로운 질문을 품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설렘이 일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현실의 무게가 결심을 가로막았다. ‘회사보다 내 삶에 투자하자’ 던 다짐은 바쁜 일정 속에서 점점 희미해졌다. 핑계와 타협이 쌓이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핸디의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그 말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삶을 향한 도전의 언어였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일하는가, 지금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철학적인 사색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현실적인 물음이다. 사람은 종종 ‘회사 사람’으로 살지만, 진정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일이 삶을 대신하고, 성취가 존재의 증거가 되곤 한다. 하지만 핸디는 되묻는다.


“당신은 일하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일하는가?” 해야 할 일에 몰두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은 늘 뒤로 밀린다. 실패가 두렵고, 변화가 버겁다. 그러나 모든 성장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또 다른 후회가 남을 뿐이다. 핸디가 말하듯, 인생은 자신을 끊임없이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다. 한 번의 성공으로, 한 직장의 이름으로 완성되는 삶은 없다. 의문을 품고, 다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살아 있는 배움이며 후회 없는 삶의 방식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오늘의 하루가 내일도 반복된다면, 그 하루가 충분히 의미 있기를 바란다. 핸디가 던진 질문처럼, 삶의 중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두려워도, 일단 움직이는 것이다. 그 길 위에서만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배우고, 조금씩 자신다운 모습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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