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재발견』
“당신은 어떤 후회를 하고 있나요?”
책은 후회에 대해 묻는다. ‘후회’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즉시 반감이 일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굳이 꺼내어 ‘후회’라는 틀에 넣어야 할까. 최선을 다하며 살기도 버거운데 왜 과거의 찌꺼기를 들춰내야 하는가.
‘후회’를 떠올리며 좋지 않은 감정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 물론 사소한 후회는 있다. 오늘도 조금은 후회했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 운동을 했어야 했고, 피곤해도 책을 몇 장이라도 읽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아쉬움보다, 인생의 굵직한 후회를 떠올리는 일은 썩 달갑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나간 시간 속 좋지 않았던 순간에 다시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굳이 묵은 감정을 꺼내어 곱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후회를 억지로 꺼내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지? 후회했던 순간은 언제였지?’ 이런 생각들이 스칠 때쯤, 책 속의 밑줄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그 일을 했더라면" 문장을 보자 스위치를 누른 듯 꺼내고 싶지 않는 후회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후회라는 단어에 집중하자 실타래처럼 후회할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젊음을 더 활력 있게 보냈어야 했고, 나를 주인으로 세운 삶을 살았어야 했다. 공부를 조금 더 부지런히, 운동을 꾸준히,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배움을 놓지 말고, 엄마에게 더 잘했어야 했다…. “그 일을 했더라면”이라는 문장이 하나둘 후회를 불러왔다.
그만 나오라고 소리치고 싶을 즈음, ‘후회는 삶의 일부’라는 작가의 말이 들려왔다. 후회를 굳이 들춰야 하느냐고 따졌던 내가 서서히 조용해졌다. 작가는 말했다. “후회를 털어놓음으로써 우리는 그 부담을 줄이고, 이를 통해 후회를 이해하는 길을 닦을 수 있다.” 그 말에 설득되어 오래 묻어둔 몇몇의 굵직한 후회를 꺼내 들었다.
지하 깊숙이 숨겨두었던 사건들이 햇빛을 보며 모습을 드러냈다. 묵은 세월의 냄새를 풍기던 후회들에 바람을 불어 말리고, 햇살에 뽀송하게 말렸다. 괜찮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어릴 적의 선택이었다고. 후회는 성장의 일부였으며, 지금의 나라도 그때의 나와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잘못이 아니라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후회할 일이 많았지만, 감사한 것은 그 후회를 만든 뒤 도망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힘든 일을 마주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탓하기보다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타인에게서 해답을 찾을 때는 원망이 끼어들어 해결이 늦어졌지만, 스스로 원인을 들여다보고 방법을 찾으려 애쓴 순간들에서 나는 성장했음을 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포기도 하나의 방법이었고, 포기한 뒤에는 새로운 길이 보이기도 했다. 감정에 함몰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배움이었다. 감정을 중시하는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감정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않으려 계속 애쓰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가 진정으로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후회는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것을 깨달은 지금, 나는 후회를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