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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하라 Nov 28. 2020

모두가 집으로 콕할 때 우리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

지방공무원의 애로

다시 코로나 19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올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가 발병되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합행동을 규제할 때는 개인의 자유 침해에 대한 항의가 높았다. 나 또한 그랬다. 지방공무원은 나라에 역병(?)이 도는 사태를 그냥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역병이 돌 때마다 가장 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게 지방공무원의 일이다.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할 때는 각종 집회 현장에 나가 감시를 해야 했고, 대구 신천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교회로, 이태원에서 발생했을 때는 유흥업소를 감시하러 나가야 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학원과 독서실과 피시방 점검도 다녔다. 터미널과 기차역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오가는 사람들을 검사하는 일도 지방공무원이 할 일이었다. 가장 힘든 일은 이구동성으로 자가 격리자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했다.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과도한 물품 배달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사위에게 보내는 생일선물 배달까지 요청했다. 자각 격리가 끝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배려가 없었다. 공무로 당연히 물어야 하는 일을 왜 묻느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격리 기한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확진 검사를 받았으니 볼일 보러 나가겠다는 사람에게는 신고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사람인지라 이런 상황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사명감만 가지고 하기에는 업무량이 많았고 주말에도 쉴 수 없는 현실이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2단계가 되면서 카페 사장님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염려되었다. 멀리 보이는 거리에 자동차도 보이지 않았고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초저녁인데도 지하주차장은 꽉 차 있다. 태풍이 오기 전 개미집으로 들어간 개미들 같다. 경기는 얼어붙고 주변은 흉흉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내 주변에 많아졌다. 자신으로 인해 직장이 폐쇄될까 염려했다. 연말이라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어떻게든 아프면 안 되는데 잔기침이 났다. 기침이 날 때마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기관지가 약해 해마다 환절기가 되면 감기에 걸리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감기는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목이 간질거리면서 잔기침이 일었다. 다행히 열이 나거나 증세가 심각해지지는 않았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 안내 문자는 오늘도 사이렌 소리를 울린다. 확진자가 우리 청에 다녀갔다는 비보와 함께였다. 주말 오전까지 소독을 시행할 예정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말 내내 나가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의 업무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오늘은 집에서 그동안 못 본 책과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 마음을 먹으니 좀 편안해졌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가 염려스럽다. 공포보다는 염려다.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염려스럽고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이 염려스럽다. 내가 1호가 될 수 없다는 강박도 염려스럽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불행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속수무책은 어쩌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연의 순리일 수도 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인간이 이기가 아닌가 하는 다른 방향의 생각도 해 본다..    


 마스크만 잘 써도 예방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예방은 마스크 쓰기이다. 마스크를 쓰기 힘든 음식점에서 전염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미생물 하나가 온 지구를 시끄럽게 한다. 그런데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인간으로 인해 피로해진 지구가 자기 몸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나 혼자 살자고 공동체를 어지럽히지 말자는 말씀을 하셨던 이영산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2단계가 되면서 중단하고 있던 교회 집회 현장 감독과 유흥업소에 대한 감독 일수가 늘어났다. 확진자가 늘고 자가 격리자가 늘어남에 따라 구호 물품을 전달할 곳도 늘었다. 이제는 보건소 지원 근무도 나가야 한다. 확진자 이송과 검체 이송까지 해야 한다. 당면업무는 매일매일 쌓여 간다. 코로나 사태 노고에 대한 특별휴가를 줘도 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올해 긴급지원금으로 인해 내년엔 예산이 줄어 시간 외 수당과 연가 수당에 대한 지급도 묘연해졌다. 이미 시간 외 근무는 수당 시간을 초과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두가 집으로 콕하고 있을 때 우리는 거리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지방공무원의 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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