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조를 위한 니고의 첫 번째 컬렉션
지난 일요일 저녁 일곱 시는 아마 패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모니터 혹은 파리의 비비엔느 갤러리 앞으로 모이게 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전설적인 스트리트 웨어 디자이너인 니고의 첫 번째 겐조 컬렉션이 공개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니고의 첫 번째 쇼는 하우스의 설립자인 다카다 겐조가 자신의 첫 번째 부티크인 정글 잽을 열었던 곳인 비비엔느 갤러리에서 공개되어 설립자에 대한 깊은 존중의 의미를 느껴볼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이들은 니고의 등장이 럭셔리 패션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베이프의 설립자이자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 그리고 휴먼메이드의 설립자이기도 한 니고는 진정한 스트리트 웨어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며 약간의 과장을 보태 그가 없었다면 패션과 음악의 문화는 오늘날과 달랐을 것입니다. 패션 아이콘인 칸예 웨스트나 퍼렐 윌리엄스 그리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도 지금과는 다른 위치에 서있었을 것이고 니고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에게 버질 아블로를 소개하는 일도 없었을 테죠. 그는 역사의 한가운데 서있는 인물입니다. 더 나아가 현재 디올 맨과 펜디를 맡고 있는 킴 존스도 없었을 겁니다. 후지와라 히로시도 물론 그와 같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니고는 그와는 결을 달리 합니다.
그리고 그를 이토록 영향력 있는 인물로 만든 것은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융화시켰고 인정을 받은 것이죠. 인디고 데님과 바시티 재킷 그리고 미국의 작업복을 자신의 감각으로 해석하는 것을 가장 잘 해낸 인물인 겁니다. 90년대 후반에 선보였던 그의 작품은 미국 현지의 래퍼들에게 반향을 일으켰고 이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그의 커리어가 거대하게 커져간 것이죠. 그렇게 니고는 겐조의 첫 번째 컬렉션을 위해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1980년대의 렌즈를 들여다본 뒤 2022년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을 거친 것이죠.
미국식 작업복과 영국식 테일러링 그리고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바시티 재킷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니고의 선택은 새로운 겐조를 위해서 최고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니고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우스의 설립자인 다카다 겐조가 1970년대에 선보였던 포피(양귀비) 프린팅을 함께 선보인 겁니다. 겐조의 아카이브를 찾았던 니고는 그의 유산을 곳곳에 표현했고 겐조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의 타이거 프린팅은 다양한 모습으로 액세서리 아이템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니고가 겐조를 맡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지난해 9월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대해온 그의 시그니처인 프린팅 티셔츠와 볼 캡은 좀처럼 이번 쇼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니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의류와 겐조 하우스의 다채로운 유산을 결합한 모습에 집중했죠.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세대의 선구자들이 하나의 패션 하우스 아래 서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타이거 프린팅 이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니고의 첫 번째 겐조 컬렉션을 지금 바로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