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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Dec 06. 2023

커피라는 약물 중단 6주 .. "내 몸이 원래 이래?"

대한민국 사람 피엔 커피가 흐른다.


커피. 이젠 중학생도 마신단다. 예전엔 커피도 술처럼 성인의 음료였다.


성인이 되고 캠퍼스에서 만난 커피. 자판기 커피와 캔 커피.


캠퍼스의 쉬는 시간은 자판기 커피가 채워줬다. 따뜻한 캔 커피는 낭만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커피를 습관적으로 투여하게 된 건, 직장인이 되고부터. 탕비실에 놓인 믹스커피.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졸리니 한 잔. 입이 심심하니 퇴근 전에 한 잔.     


커피를 마시지 않는 때는 주말뿐. 주말에만 종종 두통이 생기는 이유가 카페인 때문이라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그걸 알았을 땐 이미 커피와 커피숍이 대중화됐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피 일부가 커피로 채워졌을 것 같은 시대다.     


나도 커피를 깊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취미로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


아침엔 핸드드립 점심엔 드립백. 집에선 일리커피 머신으로 종종 에스프레소.     


우연히 끊게 된 커피.

     

위염 증상이 있어,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다. 매일 몇 잔씩 마시던 커피도 중단.      


1주차 – 우울하다 – 섭취 1잔

몸의 무기력함이 극에 달하고, 마음도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이런 걸 우울증이라고 하려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견디기 힘들어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몸이 살아난다. 중독 상태구나.    

2주차 – 가끔 커피가 생각난다 – 섭취 1잔

졸림이 심한 건 여전.

허전함도 여전.

빵 먹을 때, 여유 있는 시간 보낼 때, 커피가 없으니 뭔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

다만, 커피가 무작정 마시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점심 후 아메리카노 한 잔.


3주차 –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다. - 섭취 1잔

커피가 마시고 싶지 않다.     

주말에 낮잠이라도 자면, 몸이 무거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다시 몇 시간 더 자버린다.

그런데 이제 낮잠을 자도 개운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     

찌뿌둥한 느낌 자체가 없어졌다.

내 몸 컨디션이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

몸의 편안함을 느끼고 나니, 커피 마시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제주 여행 중 늘 들르는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한 잔. 몸에 변화가 있는지 살폈으나, 다행히 졸림이나 찌뿌둥함이 찾아오진 않았다.     


커피 이제 약물이 아닌 차가 됐다.     


4주, 5주, 6주.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았다. 커피 안 마시는 김에 탄산수를 포함해 탄산음료와 당 음료도 끊었다.


커피숍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분명한 즐거움인데, 갈 곳이 없다.


커피숍은 카페인과 당으로 만들어져있다. 그 외 음료를 취급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른이 되며 시작한 어른의 맛, 커피.


앞으로도 정말 멋진 커피숍을 만난다면 한 잔 하겠지만, 커피 중독에서 벗어나니 자유로워졌다.     


‘약물’이었던 커피가 이제 내게 다시 ‘차’가 됐다.     




사진 출처 : 글 작성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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