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젠 중학생도 마신단다. 예전엔 커피도 술처럼 성인의 음료였다.
성인이 되고 캠퍼스에서 만난 커피. 자판기 커피와 캔 커피.
캠퍼스의 쉬는 시간은 자판기 커피가 채워줬다. 따뜻한 캔 커피는 낭만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커피를 습관적으로 투여하게 된 건, 직장인이 되고부터. 탕비실에 놓인 믹스커피.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졸리니 한 잔. 입이 심심하니 퇴근 전에 한 잔.
커피를 마시지 않는 때는 주말뿐. 주말에만 종종 두통이 생기는 이유가 카페인 때문이라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그걸 알았을 땐 이미 커피와 커피숍이 대중화됐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피 일부가 커피로 채워졌을 것 같은 시대다.
나도 커피를 깊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취미로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
아침엔 핸드드립 점심엔 드립백. 집에선 일리커피 머신으로 종종 에스프레소.
위염 증상이 있어,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다. 매일 몇 잔씩 마시던 커피도 중단.
몸의 무기력함이 극에 달하고, 마음도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이런 걸 우울증이라고 하려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견디기 힘들어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몸이 살아난다. 중독 상태구나.
졸림이 심한 건 여전.
허전함도 여전.
빵 먹을 때, 여유 있는 시간 보낼 때, 커피가 없으니 뭔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
다만, 커피가 무작정 마시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점심 후 아메리카노 한 잔.
커피가 마시고 싶지 않다.
주말에 낮잠이라도 자면, 몸이 무거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다시 몇 시간 더 자버린다.
그런데 이제 낮잠을 자도 개운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
찌뿌둥한 느낌 자체가 없어졌다.
내 몸 컨디션이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
몸의 편안함을 느끼고 나니, 커피 마시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제주 여행 중 늘 들르는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한 잔. 몸에 변화가 있는지 살폈으나, 다행히 졸림이나 찌뿌둥함이 찾아오진 않았다.
4주, 5주, 6주.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았다. 커피 안 마시는 김에 탄산수를 포함해 탄산음료와 당 음료도 끊었다.
커피숍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분명한 즐거움인데, 갈 곳이 없다.
커피숍은 카페인과 당으로 만들어져있다. 그 외 음료를 취급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른이 되며 시작한 어른의 맛, 커피.
앞으로도 정말 멋진 커피숍을 만난다면 한 잔 하겠지만, 커피 중독에서 벗어나니 자유로워졌다.
‘약물’이었던 커피가 이제 내게 다시 ‘차’가 됐다.
사진 출처 : 글 작성자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