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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부 Oct 23. 2022

명상 tai chi meditation

feat. 코끼리

코끼리라는 명상 어플을 다운 받았다. 무료로 이용해보다가, 마음에 들어 돈을 내고 결제했다. 어플을 클릭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란 글귀와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시골의 부드러운 여름 밤이 연상되는 귀뚜라미 소리가 흘러나온다. 시골에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고향처럼 아련한 소리이다.


나는 <우주의 진동 옴 만트라>를 선택한다. 옴은 모든 만트라의 어머니와 같고 우주에 진동하는 근원적 소리라고 한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그렇지만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여자의 목소리가 하루 종일 대책 없이 부풀었던 나의 마음을 더 낮게, 더 깊게 가라앉힌다.




나는 침대에 누워 온몸의 힘을 최대한 풀어본다. 바깥은 푸른 밤. 녹진한 밤의 내음이 침대 위로 스며든다. 나는 가슴에 손을 가져가 심장의 맥박을 음미해본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며 여자의 목소리를 따라한다.



-오옴.



-오옴.



-오옴.



옴을 세 번 따라하자, 가슴에 깊은 종이 울린다. 입술 끝에서 시작된 작은 진동이 옴 소리와 함께 얼굴 전체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그 진동이 더 길게 지속되도록, 더 깊게 숨을 내쉬어본다. 숨이 길어지자 옴이 길어진다. 옴이 길어질수록, 울림도 깊어진다. 울림이 깊어질수록, 나의 몸이 세상의 가장 깊은 곳으로 헤엄쳐간다. 물에 젖어 습한 감정이 밀려온다.



나는 사랑하는 부모님의 자식, 매일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사, 친구들의 친구, 설레는 금요일을 마주한 직장인. 또 나는 저 바다 건너 초원의 코끼리. 깊은 설산의 산양.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매. 들판 위의 들꽃. 바람을 타는 바람. 마음에 부는 바람. 바람의 마음.



번잡함 마음과 불안과 동요와 두려움을 흘려보내고 싶다. 기쁨과 설렘과 즐거움과 사랑도 녹여 없애고 싶다. 나는 모든 것이면서 아무 것도 아니고 싶다. 나는 온 우주가 홀로 진동하는 모습을, 그 외로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미약한 상상력으로 그려본다.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도인 같이 입고 다니던 중학교 학원 선생님이 어느날 내게 보여준 팔을 잊지 못한다. 알 수 없는 인도 글자로 어깨 근처에 빼곡이 새겨져 있던 문신. 그는 다시는 태어나지 않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아 아찔해져, 그가 하는 수업 내내 그 팔뚝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혹시 선생님께서 죽고 싶은 것인가 하였지만,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생이 행복한 것과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것과는 별개인 것이다. 어쩌면 그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수 있어 행복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것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눈을 뜨고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새롭게 태어나기 전까지의 나는, 이렇게 영원히 진동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지 않으리란 마음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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