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스마트폰을 좀, 아니, 많이 못 다룬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처음 카카오톡 사용을 알려줄 때는 사진 전송 방법부터 프사 바꾸기, 단톡방 초대까지 하나하나를 다 절차대로 알려주어야만 했다. 그마저도 며칠 뒤에 '그래서 이 다음에는 어떡한다고...?' 하며 되묻기 일쑤였다. 엄마에게 스마트폰 사용은 이것 저것 눌러보며 직관적으로 습득하는 놀이가 아닌 설명서를 옆에 두고 기계적으로 따라해야만 하는 난해한 암호해독인 셈이다.
엄마가 물어볼 때면 나는 어제도 말해준 걸 왜 또 물어보냐고 잠깐 신경질을 내고선, 자 이리 와서 앉아봐, 하며 처음의 메인 화면부터 보여주곤 한다.
'이 화면에선 뭘 눌러야만 초대를 할 수 있을까?'
'잘난 척 하지 말고 빨리 알려줘.'
잘난 척으로 보이지만 실은 잘난 척이 아니고 진심 어린 걱정이다. 매번 내가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신께서 혼자서도 카카오톡 이와의 다양한 어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랑 아웅다웅 스마트폰을 씨름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바나나 문제를 풀던 6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바나나 8개를 4명이서 나눠먹으려면 몇 개씩 먹어야 할까?'
'음...하나?'
'땡!'
'그럼 여섯!'
하나만 말해도 열을 알아들었다던 언니와는 달리 나는 하나를 말해도 하나를 잘 몰랐다고 한다. 해맑은 얼굴로 0부터 10까지 아는 숫자를 다 말하는 멍충한 딸을 보며, 엄마는 나눗셈의 원리를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단다. 고민 끝에 엄마는 바나나를 구해와서 직접 내 손으로 하나하나 가족들에게 나누어보게 했다고 한다. 그 뒤론 학교에서 수학 성적을 잘 받아오기라도 하면 엄마는 바나나 문제를 언급하며 이게 다 본인의 훌륭한 교육 탓임을 짐짓 강조하곤 했다.
자, 이제 나에게 숙제가 생겼다. 내가 알려준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잘 기억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가입하지도 않은 홈플러스 계정에 입력하고선, 왜 로그인이 안되냐며 묻는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이것만 기억하라고 알려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어떤 홈페이지에도 로그인할 수 있는 마법의 치트키쯤으로 생각하는 엄마에게 어떤 지혜로운 비유를 할 수 있을까.
이제 이십년 넘는 세월을 감히 구부려본다. 그곳에서 지혜의 바나나, 엄마의 마음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