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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ug 16. 2023

슬픔에는 이유가 없다.

시민을 위한  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시에 시옷도 모르지만 매일 아침 시편지를 전해받아서인지

어쩐지 시에 눈길이 가서 시 수업을 신청했지만 주차를 거듭할 수록  시라는 세계에 대해

놀라게 된다.


그 수업에 모인 우리들은 시를 써서 무엇을 해내고자는 목적도 없다.

나이도, 성별도, 다양한 평범한 얼굴들이 모여서 조금 더 나를 바라보고자 한다.

우리는 기쁨을 이야기했고 분노도 이야기해봤다.감정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을 수 밖에 없다.

시 이야기를 하려다 나의 이야기까지 전한다.


모두들 시가 처음이라지만 타고난 시인같은 사람도 있고 '우리는 시인이 아니니까' 라는 말이 위안되는 사람도 있다.

잘쓰고 못쓰고 보다 그 어설픔 속 진심이 순도 100%이기에 어느 하나 귀하지 않는 시가 없다.



오늘은  슬픔에 대한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수 십년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감정이 북받치신 분.

가슴절절한 첫사랑과의 이별 사연을 털어두는 분,

기억도 나지않을 어린시절 엄마가 할머니집에 나를 두고 가던 저녁의 노을을  기억하는 분

돌아가신지 수 십년이 지난 엄마에 대한 마음을 두눈을 감고 눈물을 참으며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분

홀로 계신 아버지를 두고 돌아서는 순간마다의 슬픈 등, 무뚝뚝한 글씨속 아버지의 마음..


저마다 비슷한듯 다른 슬픔이다.


슬픔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슬픈 상태는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걸 말한다.

몸이 아픈게 아닌 마음이 아픈 건 정확하게 무엇일까?

슬픔을 뭉뚱그리지않고 펼쳐본다.

나의 슬픔은 무엇일까? 주로 어떨 때 슬플까?


슬픔이라고 쓰고 외로움이라 읽고

슬픔이라고 쓰고 절절함이라고 읽고

슬픔이라고 쓰고 그리움이라고 읽는다.



누군가에게 슬픔은 외로움이기도 절절함이기도 그리움이기도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왜 그 생각이 나셨어요?"란 시인선생님의 질문은 이유를 묻는 듯 하지만 사실 이유는 없는 걸 우리는 안다.

타인에게는 닿지 못하는 나만의 이유로 슬픔이 된다.

우리의 슬픔은 모두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담긴다.



언제 울어보았는지 떠올려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 일이 떠오른다.


18년전 세상을 떠난 아빠가 어김없이 기일즈음이면 꿈에 나온다.

기일쯤 찾아오는 건지, 내 무의식이 불러낸건지 알 수는 없지만 뜨거운 눈물을 흐느끼며 깼던 새벽, 먹먹하게 마음에 남은 무거운 슬픔이 떠올랐다.




볼 수 없는 사람



하늘 날고

앞 뒤 안 맞는 이야기속

서 있는 아빠


꿈인걸  애써 숨기고

꼬집으면 아플꺼라

나를 속이는 새벽

 

사라질까 아쉬워

힘껏 감아봐도

눈가로

흐르는 엔딩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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