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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Mar 22. 2024

no.4 마음의 문은 어떻게 열죠?

 A코치님과 버디코칭실습 첫날의 일이다. 처음 보는 상대와의 소개시간은 늘 긴장과 어색함이 감돈다. 먼저 소개를 하시겠냐고 청했다. 코칭대화가 아니더라도 소개는 모르는 상대에게 하는 일상적인 질문이다. 마치,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묻는 것처럼 익숙하다. 늘 그러하듯이 나이나 코치가 된 이유, 가족관계, 하는 일 같은 소개일 거라 생각했다. 큰 눈에 미소가 가득한 상대 코치님은 일반적인 소개말고 코칭이 나에게 준 것, 과거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들려줬다. 소개시간인데? 초면이고?나라면 말하지 않을  조금은 무겁고 아픈 일들을 이야기했다. 예상하지 못한 자리, 상대, 들을 마음의 준비도 없는데 훅 들어온 그녀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흔들어놨다. 안타까움에 숨죽이고 듣는 나에게  이제는 지나왔기에 힘들지도 슬프지도 않아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코치가 된 이야기, 의미를 이런 이야기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말이다.

 

 이번엔 내 차례이다. 늘 했던 그런 소개로 시작했다. 못한 일, 부족한 일보다는 보통 잘한 것, 이룬 것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말하다 보니 내가 왜 그토록 성장하고 싶고 잘 살고 싶은지 말하다가 초면의 상대에게 말하지 않을 나의 성장 과정도 말하게 되었다.평소라면 적당히 건너뛰었을 이유였다. 그만큼 간절해서 노력했다는 부연 설명일 뿐이었는데 내 안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과 눈물이 훅 밀려왔다.

'가만있어봐.. 지금 그런 타이밍이 아닌데? 너 지금 뭐야?'


감정이 올라온 나에게  상대코치님이 "고생했다. 애썼다"고 인정을 말을 해주던 순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지금 이런 말을 하고 눈물을 쏟는 지도 몰랐고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다. 스스로도 놀라서 멈추려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그녀는 내가 한참을 울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늘 엇비슷한 주제로  한 코칭 실습을 수십 시간 한 후였다. 내가 하는 고민이라 해봐야 비슷한 선상이다. 무엇인가 더 잘해내고 싶은데 잘 안되고 미루지 않고 잘하고 싶은 그런 주제이다. 질문에 내가 답하는 방법도 더 효과적으로 잊지 않고 현실가능하게 실천하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나름 도움이 된 것도 있다. 그 정도면 코칭의 연습도 꽤나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자기 소개와 동시에 눈물이 터지자 그 주제의 해답이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었던 이유가 드러났다.  내 안에 너무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 욕구와 현실이 차이가 나니 불만족스러웠다. 왜 그렇게까지 잘하고 싶은지에 대한 욕망의 이유를 처음 묻게 된 날이었다. 머리로만 알던 표현 감정과 그 이면의 욕망이 다르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내 감정을 다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욕망은 강력했고 조용히 내 안에 숨어있었다. 그게 무의식이든 어디든.  


내가 추구하는 모습은 계획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 구멍을 메꿀 것인지 계속 코칭을 받았다. 왜 힘들게 애쓰면서 노력해야 하는데? 그냥 즐기면서 살 수는 없나? 더 나아지지 않으면 오히려 무능하거나 게으른 것 같은 죄책감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유년시절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욕구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불만족스럽던 내 모습도 달리 보였다. 잘하기 위한 방법 말고 마음을 읽어줘야 하구나 하면서 나를 품어줄 있게 되었다.


코칭은 적절한 질문으로 상대가 직접 답을 찾아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코치는 좋은 질문도 해야 하지만 진짜 답을 찾을 마음이 되도록 상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친밀감, 라포를 형성해서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야 하고 신뢰도 있어야 한다.  3중 문을 열고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해답을 이제까지 첫 번째 문만 열고 들어가서 덜 중요한 곁가지, 표면적 이유만 열심히 찾아서 나왔다.  그 안에 두 번째, 세 번째 문까지 찾아서 열게 할 힘은 관계에 있었다. 무장해제되는 감정의 소통은 그런 힘이 있다.


그날의 나에게 3번째 문을 여는 비밀번호는 상대의 의외의 진솔한 모습이었다. 나를 설명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긴 시간동안 누군가 들려준 마음속 이야기였다. 나에겐 진솔함이었던 열쇠가 누군가에는 따뜻한 격려, 지지일 수 도 있다. 욕구를 숨기는데 익숙한 어른들에게 이런 열쇠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첫 경험.

코칭수업에서 말하는 코칭으로 춤을 추라는 말, 그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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