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Feb 11. 2020

5월에 서점을 닫습니다.

작년 10월에 <리지블루스는 3년 차를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쓴 지 4개월이 좀 넘었습니다. 그 사이 서점 2주년 파티를 진행했고, <리지와 글담>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해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괜찮았다가, 어떤 날은 다시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결국 결정을 했습니다. 서점을 그만해야겠다고.


그만두기로 결정한 뒤에 하루 이틀은 마음이 참 홀가분했습니다. 주변 사람들, 일부 손님들, 독립 출판물을 입고해준 작가들에게 서점 종료를 알리면서는 이러저러한 감정을 겪었습니다. 아직 3개월도 넘게 남았는데 너무 이르게 얘기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하지만, 충분히 인사하고 헤어지고 싶어서 예고 공지를 올립니다.


서점을 닫는 이유에 대해 궁금하실 텐데, 딱히 좋은 일이 생겨서도 아니고 안 좋은 일이 생겨서도 아닙니다. 새로운 계획이 생긴 것도 아니고요. 이렇게 말하려니 스스로가 좀 싫어지려고 하지만... 결국 '이제 그만 하고 싶어서'가 서점을 닫는 이유입니다. 


서른이 넘으면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될 것 같았는데, 서른한 살의 저는 여전히 저의 한계를 마주합니다. 뭔가를 오래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멈추는 일은 역시 괴롭습니다. 지겨운 마음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듭니다. 


잠정적으로 계획 중인 서점 종료일은 5월 23일 즈음입니다. 그 사이에 부동산적 이유로 더 일찍 종료하게 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좀 낮아 보입니다. 매번 지각하는 게 지겨워 2월부터 서점 운영 시간을 4시-10시로 바꿨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지각하지 않고 잘 나오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거의 없어졌는데도 시간은 잘 갑니다. 


서점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뭐가 제일 아쉬운가... 생각해봤는데, 책을 열심히 팔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큽니다.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모임 운영과 출판으로 중심이 많이 이동했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은 열심히 책 읽고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모임의 경우 새로운 포맷을 진행하진 않을 것 같고, 기존에 운영하던 모임 포맷을 한 번 정도씩 더 운영하고 종료할 계획입니다. 


할 말이 없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할 말이 많지는 않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서점 종료 전에 한 번 더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책방 운영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책 12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