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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Mar 19. 2023

포포포 찐독자를 찾아서 (1)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매거진 popopo 고객 리서치 프로젝트 

1. 어쩌다 시작한 리서치


포포포 고객 리서치의 시작은 사실, 한 통의 문자였다. 텀블벅에서 포포포 7호를 후원하면서 유료 북토크도 함께 신청했었는데, 이 북토크가 무료로 전환되었다면서 1) 환불과 2) 포포포 단행본 수령 옵션을 제안하는 문자를 정유미 편집장님(이하 유미님)께 받은 것이다. 북토크에 참가하려 했던 이유 자체가 유미 님을 만나고 싶었던, 시커먼 속내가 있었던 나는 아이 밥을 먹이며 1시간 정도 고민하다 맹랑한 답장을 보낸다. 

[제안주신 두 가지 대안 말고, 저랑 1:1로 만나주실 수 없을까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고작 만원 내고 귀한 분께 개인적으로 만나달라고 하는 건 아니었나… 하며 조마조마하는데 1분 만에 받은 답장은 

[어머 대환영이죠❤️]

  그렇게 유미님과 나는 2022년 11월의 어느 일요일 밤, 아들내미를 무사히 재운 밤 10시에 온라인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유미님의 아들은 아직 주무시지 않아 종종 내게 얼굴을 보여주셨다) 아이를 낳기 전에 수원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든 나와 포항에 살면서 5년 동안 포포포를 운영하며 7권의 잡지를 만들어온 유미님은, 비록 온라인으로 처음 만난 사이지만 서로에게 모종의 신뢰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이 턱없이 박한 걸 알면서도 이 일을 좋아하고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가지는 연대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2시간 대화의 끝에 포포포 고객 리서치를 진행해 보자는 결론에 도달하고 동료가 되었다.   


2. 포포포의 진짜 고객은 누구일까


  유미님은 그동안 포포포 매거진을 만들어 오면서 독자에 대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잡지를 구매하고, 어떤 점에서 만족하거나 아쉬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퀄리티를 포기하지 못하는 고민, 완판이 되어도 마이너스인 현실, 누군가에게는 본인 만족을 위해 잡지를 만드는 거냐는 얘기도 들었다. 엄마를 위한 잡지이지만 오프라인 북페어에서 책을 사가는 사람들은 20대 싱글 여성이 주를 이뤘다. 포포포의 진짜 독자는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뉴스레터 발행이라는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오프라인 잡지에 비해 고객 데이터 수집이 쉬운 온라인 콘텐츠 발행을 통해 독자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었다.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유미님을 인터뷰하면서 포포포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파악한 뒤, 리서치의 중심이 되는 4가지 키워드와 질문을 도출해 냈다.

  기본적으로는 포포포 독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해서 새로 시작하는 뉴스레터의 콘텐츠 방향성을 잡고 싶었다. 또, 콘텐츠 외에도 포포포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포포포가 지속적으로 잡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이 리서치를 통해 던지고 싶은 질문에 대해 고민하다가 엄마와 일을 키워드로 잡았다.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합니다"라는 포포포의 브랜드 슬로건을 보면서 생각했던 독자의 이미지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워킹맘이었다. 다양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키워드는 리서치가 진행되면서 큰 관점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3. 리서치 챕터1 : 포포포 독자를 만났… 던 게 아니었습니다?!   


  총 8명의 포포포 독자를 인터뷰하는 여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인터뷰의 첫 단계였던 챕터1은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3명의 독자를 인터뷰했다. 세 분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 정보와 리크루팅 계기는 다음과 같다. (인터뷰이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리서치를 시작하는 초기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포포포의 독자는 자신의 일을 잃고 싶지 않은 워킹맘이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거나 포포포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있는 서울의 워킹맘 두 명을 인터뷰하면서 바쁜 워킹맘에게 종이잡지 포포포를 구매해서 읽는 건 엄청난 의지와 결정적 계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뉴스레터의 긴 호흡과 분량도 이들에게는 부담처럼 느껴졌다. 

“요즘의 나는 쫓기듯 살고 있어요. 책이나 텍스트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유튜브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네요.” - R1_김백합님
“뉴스레터는 정독해서 읽기보다는 흘려서 읽는 채널일 거 같아요. 심오하고 큰 메시지를 주거나, 긴 스토리는 뉴스레터랑 맞을지 모르겠어요.” - R2_이무궁님

  세 번째 인터뷰이인 20대 최튤립 님을 인터뷰하게 된 건, 유미님이 오프라인 북페어를 통해 만난 구매자들 중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많은 20대 미혼여성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최튤립 님은 유미님의 지인으로 잡지를 직접 구매한 적은 없어도 포포포의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응원하는 분이었다. 하지만 본인의 삶이 아닌 엄마의 삶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여성 서사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포포포를 꾸준히 읽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성 뉴스레터 위주로 구독해요. 지금 저는 엄청 바쁘고 일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라, 감정 건드리는 콘텐츠 보면 멘탈이 흔들릴까 봐 피하게 되어요.” R3_최튤립님 

  세 분을 인터뷰하면서, 과연 종이잡지를 계속 발행하는 게 맞을지 의구심이 들었고 유미님께도 그런 의견을 전달드렸다. 하지만 유미님은 종이잡지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입장을 견지하셨고, 나 역시 포포포의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잡지라는 점에 진심으로 동의했다. 이 단계에서 나는 다른 BM을 찾기보다는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의 방향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 어딘가에 숨어있는 포포포 찐독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종이잡지를 산다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들을.   


4. 리서치 챕터2 : 포포포 찐독자를 만나다 - 포포포라면 일단 믿고 본다고요?

 

  12월 말에 진행된 리서치 챕터2 시기에 만난 두 명의 독자 프로필은 다음과 같다.

  강팬지 님은 포포포 종이잡지의 Be our guest 코너에 기고를 하면서 포포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포포포의 모임에 참여하고 텀블벅으로 포포포 신간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찐팬이다. 황로즈 님은 이메일 뉴스레터 구독자 중 운 좋게 리크루팅하게 된 분인데, 포포포를 알게 된 계기는 퍼블리셔스테이블 북페어였다. 아동 대상의 언어&놀이치료사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글을 쓰셔서 최근에는 본인의 에세이를 독립출판했다고 하셨다. 두 분을 인터뷰하면서 ‘엄마의 일’이 아닌 ‘엄마의 글쓰기’가 포포포의 찐독자 DNA의 핵심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포포포 행사에서 유미님이 저를 소개할 때, 글을 기고해서 그런지 작가라고 소개해 주었는데요. 당시 일을 안 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저를 표현하는 한 단어를 얻는다는 게 정말 벅찬 일이었어요.” - R4_강팬지 님

  두 분과의 인터뷰는 마치 봄날의 햇살을 맘껏 쬐는 것처럼 따뜻하고 용기를 주는 말들로 가득했다. 포포포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기 때문에 잡지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의 뉴스레터 역시 만족하면서 보고 있고, 다른 뉴스레터와 달리 긴 글이 많아서 읽는 맛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유미님도 몰랐을 것 같은 포포포의 장점을 세심하게 짚어내고 좋아해 주고 있는 분들이었다. 

“잡지의 톤앤매너가, 애 키우고 일하면서 사는 거 힘들지? 가 아니라 엄마가 일하는 건 당연한 거지! 같아서 좋아요. 포포포라는 매체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 다음 호에서 어떤 생경한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어련히 했겠어- 하는 마음으로 읽을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제가 더 넓어지기도 하고요.” - R5_황로즈 님  


5. 리서치 챕터3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글쓰기에 진심인 분들


  리서치 챕터2를 통해 발견한 ‘글쓰기’ 키워드를 바탕으로 리서치 관점을 정비하고, 세 분을 더 리크루팅해 챕터3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달래 님의 경우 포포포 Be our guest 코너에 기고해 주셔서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실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민트 님과 권난초 님의 경우 사전 정보가 거의 없어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실까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해보니, 이민트 님은 지역에서 글쓰기 소모임을 이끌고 있으실 정도로 글쓰기에 적극적인 분이었다. 강달래 님 역시 마찬가지로 프랑스에 거주하면서도 온라인으로 한국인들과 함께 글쓰는 모임을 운영하셨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포포포 찐독자들은 글쓰기에 진심이었다. 두 분을 인터뷰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포포포가 독자들의 글쓰기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경청할 수 있었다. 

“원래 글쓰기에 대해 전혀 욕심이 없었는데, 회사 다니면서 힘든 순간에 일기를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육아하면서도 힘든 순간에 어김없이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소모임을 하면서 글쓰기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해졌어요.” - R6_이민트 님
“제 글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편인데, 한 번은 글쓰기 모임에서 투표로 우수상을 받게 되어서 이 글을 포포포 Be our guest에 투고했어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석사 논문이 통과되었을 때만큼이나 기쁘고 행복했어요.” - R7_강달래 님 

  마지막 인터뷰이였던 권난초 님은 원주에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전문 출판인이셨다. 포포포는 팬이면서 동료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꾸준히 구독하고 있으셨는데, 본인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역시 지니고 있었다.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사회에서 많이 보이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포포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양육의 경험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 엄마가 되어서 얻는 것도 많은데, 이런 이야기를 좀 더 발굴하고 싶어요. 일하는 엄마들이 죄책감보다는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고요. 이 분야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데, 일단 누군가가 앞서 나가면 장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포포포는 항상 고마운 레퍼런스예요.” - R8_권난초 님 


1편_끝.


- 다음에 이어질 2편에서는 리서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인사이트와 독자 유형을 공유하려 합니다.

- 다음 글은 포포포 뉴스레터 Pausing by popopo에서 먼저 발행될 예정입니다.  



/글. 김명선

myungsun.kim03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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