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선 Apr 21. 2023

포포포 찐독자를 찾아서 (3)

포포포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은 어떤 것일까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매거진 포포포 독자의 특징을 분석한 파트2에 이어, 포포포 독자들이 읽고 싶은 콘텐츠의 특성을 정리하고, 프로젝트 에필로그를 더해보았습니다.




포포포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일까


  처음 리서치를 시작할 때 나는 포포포가 종이잡지 외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엄마가 되기 전 마지막 커리어가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독립출판물을 만들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 일이 수고에 비해 얼마나 돈이 안 되는 일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유미님과 여러 번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결국 포포포 브랜드의 핵심은 종이잡지이고 유미님 역시 종이잡지를 꾸준히 발행하는 것을 간절하게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글로 승부를 봐야 한다면! 독자가 좋아하는 게 뭔지 제대로 알아내서 독자들을 감동시켜 보자!는 마음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방향을 인터뷰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타깝게도, 이거다! 싶은 잡지 주제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터뷰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공통으로 보이는 키워드 몇 가지가 있었다. 공감과 자극, 다양성과 마이너리티라는 키워드들을 통해 독자들이 포포포에서 읽고 싶은 글의 방향성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공감에 기반한 건강한 자극을 받고 싶어요 


“잡지에 실린 콘텐츠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엄마들의 이야기여서 공감되고 위안을 받았어요.”
- R2_이무궁 님
“포포포는 옆에 있는 친구같은 느낌이 들어요. 현재의 한국 사람, 여자,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니까요. 나랑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글쓴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계속 궁금해져요.”
- R5_황로즈 님 
“엄마가 되고 경력이 단절된 지 오래되었는데, 포포포를 읽으면서 나도 뭔가를 좀 해봐야겠다-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 R6_이혜린 님 

  포포포를 읽고 육아나 커리어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나 꿀팁을 얻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엄마가 되어도 여전히 아이보다, 아이만큼 자신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싶은 엄마들의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자들 역시 성공하거나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큰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나와 비슷하면서도(유의어로 평범한, 만만한, 시시한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소소한 성취를 이룬 사람의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에 열광하는 면모를 보였다. 

  여러 잡지를 구독하는 한 독자는 어떤 잡지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와 이미지가 나와서 비현실적이거나 이질적인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포포포는 실제로 옆에 있는 친구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포포포의 브랜드에 대한 질문에서 많은 분이 ‘친근함’이라는 키워드를 고른 것 역시 우연이 아닐 것이다. 포포포는 친근한 동네 친구 같으면서도, 독자들에게 공감에 기반한 건강한 자극을 선사한다. 엄마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일과 잠재력을 챙기는 게 정말 어려운 거 알고 있고, 기운이 없을 때는 이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혹시 뭔가 해보고 싶어진다면, 이런 레퍼런스를 참고해 봐요- 하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슬쩍 공유해 준다. 몇 편의 글을 읽었을 뿐이지만, 읽기 전보다 조금은 신선한 관점으로 내일을 그려보게 한다. 


다양성과 마이너리티를 다룬 이야기를 통해 넓어지고 싶어요


“초반의 포포포는 엄마에게 집중하는 느낌이었어요. 최근 호에서 젊은 남성이나 장년층 필자의 글이 실린 것을 보면서 주제 의식이 확장되고 다양한 연령을 커버하려는 노력이 보여요. 이런 변화가 좋다고 생각해요.” - R4_강팬지 님 
“지방이나 해외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어린아이 말고 중학생 이상의 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싱글맘, 싱글대디의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 R5_황로즈 님 


  포포포 찐독자 중에서도 오랜 기간 포포포와 인연을 맺고 구독한 분일수록 포포포가 ‘엄마의 잠재력’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필자를 섭외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다루는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반가워했다. ‘엄마’라는 속성에도 다양한 빛깔이 있다. 아이를 낳아는 봤지만 기르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기르는 사람도 있다. 엄마나 아빠가 외국인이라서 흔히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르는 경우에도, 그들이 어떤 인종이고 어떤 국가 출신인지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육아의 영역을 돌봄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부모를 돌보는 청년이나 돌봄 노동을 직업으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찐독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쓰인 글, 특히 흔히 접할 수 없는 마이너리티(소수자)의 이야기를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포포포 자체도 마이너리티의 특징을 가진 독립잡지인데, 그 잡지를 읽는 독자들 역시 마이너리티의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는 소수의 이야기에 독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찐독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넓어지다'라는 표현이었다. 한 독자분이 잡지를 구독하다 보면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영역이나 주제를 알게 되어 영역이 확장된다는 의미로 사용하셨던 단어인데, 찐독자들이 다양한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이유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찐독자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유명해져서 ‘높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연민할 수 있는 ‘넓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이기에 ChatGPT와 비트코인의 시대에도 종이잡지를 찾아 읽는 흔치 않은 일을 해내고,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포포포가 앞으로도 찐독자들의 따뜻한 넓어짐을 도울 수 있길, 그리고 독자들 역시 포포포가 더 많은 넓어지고 싶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길 기대해 본다.




에필로그_리서처의 탈을 쓴 치어리더 


  안녕하세요? 3편의 글을 마치고 홀가분해진 김명선입니다. 늦게나마 제 소개를 조금 해볼까 싶은데요. 현재는 수원에서 두 돌이 지난 아들내미를 키우면서 커리어 재시작을 위해 노력 중이고요. 임신 전에는 수원(토박이입니다)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1권의 에세이와 2권의 인터뷰집을 독립출판했습니다. 책방을 하기 전에는 UX디자이너로 3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는데, 이번에 포포포에서 했던 것처럼 사용자를 인터뷰하고 인사이트를 발굴하거나 전략을 짜는 일을 주로 했어요. 

  포포포와 협업해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의 지난 커리어와 엄마로서의 상황(쓰다 보니 문득 궁금해지네요. 엄마로서의 양육 경험도 커리어에 포함해도 되려나요?)이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UX디자이너로 리서치한 일, 서점을 하며 독립출판한 일,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일이 모두 프로젝트에 나름의 영향을 주었습니다. 각각의 경력이 짧고 연결성이 약해서 부끄러워질 때도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할 때는 저의 지난 경험들이 모두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제가 찾아낸 리서치 인사이트와 결과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 깊이 있게 포포포 독자들이 글쓰기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 것 같고, 포포포에 더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방향을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 미련이 남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이상적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실험해봤다는 것 자체는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고객을 리서치하고, 이 결과를 대중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글로 정리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거든요. 실제로 해보니 제 실력의 부족함과 이런 일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절감했습니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스타트업을 돕는 일, 누군가의 솔직한 마음을 듣는 일, 인터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문장 간의 관계를 찾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제가 참 좋아하고 재밌어한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신경을 많이 써서 글을 쓰는 일의 기쁨과 힘듦도 오랜만에 맘껏 느꼈습니다. 저 역시 글쓰기에 진심인 포포포 찐독자로서, 글을 써야 하는 데드라인을 갖게 된 게 괴로우면서도 기뻤습니다(조금 변태같네요). 

  아무튼,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배울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상한 문자를 보낸 독자를 의심하지 않고 포포포라는 판에서 재미있게 놀아보라며 물심양면으로 리서치를 지원해주신 유미님, 예정했던 인터뷰 시간을 넘어서도 싫은 내색 없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포텐님들, 저의 긴 글을 애정있게 읽어주시고 댓글로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스페샬 땡스투를 보내고 싶습니다. 

  리서치 과정과 결과를 글로 정리하면서,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했던 일의 본질은 ‘응원’에 가장 가깝다는 걸 느꼈습니다. 포포포도, 포포포와 함께 성장하는 포텐들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 



- 포포포 뉴스레터 Pausing by popopo에서 발행되었던 글입니다.


/글. 김명선

myungsun.kim0330@gmail.com

작가의 이전글 포포포 찐독자를 찾아서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