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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빙북 Oct 22. 2024

SNS 유감(有感)

10전부터인가 페이스북에서 내 페이스가 사라졌다.

더 이상 글도 사진도 올리지 않았다. 지금은 내 일상을 드러내지는 않고 그저 내 페북 친구들의 일상들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왜 페북을 그만두게 되었을까?

페이스북에 주로 올렸던 글이나 사진이

어찌 보니 자랑질처럼 느껴졌다.

여행 혹은 출장지에서 찍은 풍경,

좋은 식당에서의 럭셔리한 저녁.

운 좋게 비행기 좌석이 퍼스트로 업그레이드된 사진. 카페에 앉아 보고 있던 책과 커피의 사진 등등.

보기에 그럴듯한, 내세울 만한 일상을 주로

올리고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해지는 석양의 모습을 가슴에 담기보다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였고 가족들과 식당에 가서는 음식을 나누며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대화하기보다는 나온 음식을 예술적으로 그리고 맛있게 보이려고

사진을 찍으려는 나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시간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기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찍는데 더 집중하고 있는 있는 모습도 싫었고 그런 사진들이 마치 내 삶의 중심이고

전부인 것처럼 페북에 올려 공유하는 것도 가식처럼 느껴졌다.

미래에 대한 염려, 회사 동료, 상사와의 갈등,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가정의 아픔 등 내면의 그늘진 곳은 숨긴 채 겉으로 나타나는 나의 외형의

껍데기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페친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았다.

나의 페친들은 시대적 아픔과 고민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올리기도 했고 자신의 자작 시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폐친들의 글, 사진의 상당 부분도 가족의 경사, 여행의 추억,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등 행복한 일상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 페북의 모습도 내게는 소중하고 멀리 있는 지인, 그리고 연락이 끊어진 지인들의 안부와 일상을 페북을 통해 알게 되는 건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페북이 5~10년 전 잊어버리고 있었던 가족, 친구들과의 사진 그리고

나 홀로 여행의 추억을 올려줄 때는 가슴이 울컥해지고 먹먹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이제는 훌쩍 커버린 막내 대학생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사진이 10년전 오늘,

추억의 사진으로 페북에 올라왔다.


형과 누나들이 이쁘다고 통통한 볼을 꼬집어

주곤 하던 귀여운 막내아들의 어릴 적 모습이다.


가족 단독방에 올린 그 막내아들의 사진에

아내도 울컥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는 둘째 딸아이도 그 사진을 보며 그 귀여운 막내는

어디 간 거냐고 그 시절의 막냇동생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나도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과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페북.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계속 페친들의 글과 사진을 지켜보기만 할 것인지 오랜 세월 지난 후의 나의 소중한 추억을 소환할 페북에 다시 나를 드러낼 것인지.


페북을 다시 시작한다면 페북을 하는 내 아이들, 친구들, 가족들도 오랜 세월이 지나 나와의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멀리 떨어져 못 보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나만 느끼는 SNS 유감(有感)일까?

벗들이여 말해다오 내가 어찌하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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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우기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
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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