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빙북 Oct 19. 2024

시선을 나에게서 너에게로, understand 실체

얼마 전 직장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크지 않고 소박한 예식장이었지만 단아하고 깨끗하였다.


무엇보다 정면의 통창 밖으로 대나무가 있어 바람에 대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을 신랑 신부를 바라보며 같이 볼 수 있는 느낌 좋은 예식장이었다.


© fotopettine, 출처 Unsplash


예식은 나이가 지긋이 드신 은퇴하신 목사님의 주례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작과 함께 목사님께서 신랑 신부를

하객 쪽으로 돌아서게 한 뒤

자신은 돌아선 신랑신부의 대각선 앞쪽으로 이동하셨다.


신랑신부와 하객을 반씩 볼 수 있는 각도로 서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결혼식에 주례자를 보러 오는 분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모두 신랑 신부의 가족이거나 친구분들이 신랑신부를 보러 오는 거죠.
그래서 신랑신부는 여러분이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게 하고
저는 신랑신부의 앞쪽으로 이동하여 주례를 하겠습니다.


수많은 결혼식을 가보았지만 주례자가 단상을 내려와 신랑신부의 앞쪽으로

하객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주례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신선하고 흐뭇한 파격이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랑신부이고 그 신랑신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주례자는 정확히 이해하고 계셨고 모든 관심을

그 주인공이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이해한다의 영어 단어 “understand”는 단어 그대로를 해석한다면

아래에 선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위나 옆이 아닌 그 사람의 아래에 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영어 단어의 의미를 금번 주례자의 모습을

통해 몸으로 눈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 sebbill, 출처 Unsplash



시니어가 되면 어느 자리에 가던 상석에 그리고 중심 자리에 서길 원하고 앉길 원한다

조직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하게 되면 의전에서도 제일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자리 배치도이다.


한국의 문화상 회식 자리에 가서도 직급에 따라 나이에 따라 앉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정해지기도 한다.


최근 일부 기업들에서는 직원들이 임원을 호칭할 때에도 임원의 직급이 아닌 이름에 ’님‘자를 붙여

호칭하고 임원도 직원들에게 ’님‘자를 붙여 상호 존중하는 형태로 호칭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리보다는 나이에 맞는 역할, 그리고 후배들을 중심에 세워주고 격려해 주고

응원해 준다면 꼰대가 아닌 우아한 시니어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원본으로 태어나 복사본으로 죽을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