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청환 Aug 07. 2023

가장자리

가장자리


          / 박청환


중앙은 항상 고요했다

무거웠고 깊었다

가장자리는 항상 번잡했다

가벼웠고 얕았다

중앙은 항상 먼저 채워지고 먼저 녹았다

나머지가 가장자리의 몫

큰 물고기들은 중앙으로 몰려들었고

크고자 하는 고기들도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이 때때로 첨벙 튀어올라 파문을 만드는 것은

가장자리의 플랑크톤을 약탈하려는 교묘한 술책

중앙을 키운 것도 먹여 살리는 것도

가장자리다

중앙은 망각의 장소다

치어들은 커서 중앙으로 향했고

중앙에 도착해서는

가장자리를 잊었다

그러고도 뻔뻔한 중앙은 때때로 가장자리를 찾아와 

입 안 가득 먹이를 훔쳐 돌아갔다

그러나 가장자리는 

중앙을 미워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먼저 마르고 먼저 얼지만

가장 늦게 녹고 가장 늦게 채워지지만

비 온 다음날처럼 연못이 벙벙해지면

중앙으로 떠난 치어를 생각하며 

철벙철벙 뒤척일 뿐이다

갈대를 부여잡고

그리움을 숨기려

스멀스멀 안개를 피울 뿐이다


연못의 

가장자리는

家長자리다

작가의 이전글 《일곱 살의 장날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